------------------------------------------------------------------------------------------------------------------------
MBC 문화방송 라디오 <2003 가을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6시부터8시까지방송) 진행자 김미화
------------------------------------------------------------------------------------------------------------------------
13일 저녁 7시쯤 우연히 들은 라디오를 녹취했습니다.
이거 한줄 듣고 한 줄 치고 하느라 팔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이 편지를 통해서 우리 젊은이들을 사지로 내몰아야 하는지도 다시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편지를 받고 싶은 부모나 가족이 어디 있겠습니까?
------------------------------------------------------------------------------------------------------------------------
김미화 : 어제(11월 12일)미국은 우리식으로 하자면 재향군인의 날인 ‘퇴역장병의 날’ 50주년 기념일이었다고 합니다. 때가 때인지라 미국의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서 파명장병들의 안부가 관심의 초점이 된 날이 됐다는데, 특히 뉴욕타임즈지는 이번 전쟁에서 희생당한 장병들이 가족들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의 일부를 개제했다고 합니다. 미국 뉴욕의 김민웅 박사님과 연결해서 관련된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김민웅 : 그 내용에 앞서서 먼저 알아야 할 게 하나 있는데요.
미국 부시대통령이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뒤 가장 강력하게 지지를 했던 사람들이 이라크 파병군인의 가족들이었습니다.
이라크에 파병된 장병들의 안부가 모두의 관심사였기 때문에 가족들의 목소리가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들 가족들이 최근에 전쟁지지에서 전쟁반대로 급격히 돌아서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미군의 희생이 많기 때문이죠. 벌써 400명가까운 미군들이 희생을 당했으니까요.
이들 가족들은 하루빨리 이라크 현지에서 미군을 철수하고 귀환조치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부시대통령에게는 이러한 민심의 흐름이 굉장히 강도가 높은 압박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인데 뉴욕타임즈지가 이들 가족들에게 보내는 희생미군들의 편지 즉 죽은 사람들의 편지를 개제한 것은 미국 부시정권의 이라크 침략전쟁에 대한 미국 내의 지지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편지들은 미국의 이라크 전쟁정책이 무너져가고 있다 파산하고 있다는 징조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이 편지들이 중요해진 이유가운데 하나는 얼마 전 미국의 국방부가 편지내용을 획일적으로 제작을 해서 가족들에게 보냈는데 이라크에 가있는 군인들이 잘 지내고 있다고 상황을 조작해서 보낸 편지가 폭로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뉴욕타임즈가 실은 이 편지들을 통해서 전쟁의 실상이 들어나게 된 것입니다.
김미화 : 부시대통령으로서는 굉장히 곤란한 편지들이겠어요. 편지를 좀 소개해 주시죠.
김민웅 : 내용 전부를 다 소개해드릴 수는 없고 세사람 정도의 편지내용 가운데 일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편지는 스물아홉살의 죠시아 바이스 육군대위가 부모님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 몇일 전 사령관이 와서 제가 여우부대의 책임을 맡아야 한다고 하는군요. 솔직히 두렵습니다. 120명에 달하는 부대원들을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전투가 끝난 후 무사히 집으로 귀한 할 수 있도록 그렇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계속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이틀밤 동안 우리 부대는 공격당했습니다. 우리 편 사상자는 없었습니다. 저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재배치 명령이 내려와서 누구나 다 원하고 있듯이 집으로 귀환하고 싶습니다.…”
뒤에는 또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몇일 전 별셋짜리 사령관이 와서 ‘9개월에서 1년간은 집에 돌아갈 방법이 없다’고 말을 해서 우리의 사기는 타격을 받았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일이 있겠습니까? 엄마 아버지 두 분을 진정으로 사랑합니다.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만 정작 이 편지를 쓴 바이스 대위는 돌아오지 못한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두 번째 편지는 겨우 열아홉 살 밖에 안 된 여군입니다.
레이첼 버스렐드라는 여군인데 엄마한테 보낸 편지입니다. 물론 이 여군도 사망했습니다.
“…엄마, 저는 잘 있어요. 그런데 사실 얼마 전 공격을 당했습니다. 그 바람에 목과 어깨를 잘 쓰지 못하게 됐고, 왼쪽 청력을 몇주간이나 잃었더랬습니다. 회복이 좀 되긴 했지만 예전같이 잘 듣지 못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정강이도 부상을 입어 쓰리고 아픕니다. 그러나 아무튼 엄마 잘 지내세요. 사랑해요. 나를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내 직감으로 몇 사람의 생명도 살려냈고 내 목숨도 구했으니 말예요. 18일만 있으면 내 생일이죠. 엄마 그리워요.“ 이렇게 끝내고 있습니다.
생일이 18일 남은 여군 레이첼 버스랠드도 이라크에서 희생당했구요.
특히 다음의 편지는 눈물이 나는 편지입니다.
서른네살의 제스 기븐스는 자기가 죽으면 전해달라고 적은 유서 같은 편지를 남겼습니다.
“나는 내가 이런 편지를 쓰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할지 모르겠구나.
나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은 모두 나의 가족들과 지낸 날들이었다.
나의 가족들은 나를 고독에서 구해냈고,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도 내게 가르쳐 주었다.
내 아들 다코나야 너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있단다. 아빠는 너와 함께 놀던 공원에 언제나 있단다. 사랑한다.
언젠가 너는 아빠가 왜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는지 알게 될 거야. 그때는 이 아빠를 자랑스럽게 여겨다오.
빈, 아직은 태어나지 않은 너를 나는 보지는 못했지만 엄마 뱃속에서 너가 엄마의 배를 살짝 쳤던 그 느낌을 늘 기억하고 있단다.
너는 분명히 엄마와 형처럼 강하고 큰마음을 가진 사람이 될 거야.
사랑하는 아내 멜리사,
당신을 처음 만난 날처럼 그렇게 축복된 날이 없었소.
당신은 나의 천사요 사랑이며, 가장 좋은 친구라오.
나는 정말이지 이런 편지를 쓰고 싶지 않았소.
정말 더 많은 할 말이 있고 더 나누고 싶은 것이 있는데 나는 당신과 수백만번이나 결혼을 한 것 같소.
인생은 귀중하오. 아이들을 안전하게 잘 지키시오.
당신을 홀로 남겨두고 가는 나를 당신의 사랑하는 마음으로 부디 용서해 주시구려.
나는 늘 당신과 함께 있겠소.
나는 언제나 당신과 당신의 사랑이 필요하오.
한가지 부탁이 있소.
아이들을 재울 때 아이들을 가볍게 껴안고 그 아이들에게 나의 키스도 함께 해주구려.
그리고 밖에 나가서 밤하늘의 별을 보고 그 수를 헤아려 보아요.
부디 미소 짓는 것을 잊지 말아주오.
당신의 영원한 사랑 남편 제시가.” 이렇게 끝나고 있습니다.
김미화 : (흐느끼면서 조금 있다가) 죄송합니다. 진행자가 이러면 안 되는데….
김민웅 : 정말 가슴아픈 얘기들이지요?
김미화 : 네, 정말 가슴 아픈 얘기들이고요. 미국은 지금 이라크 문제와 관련된 분위기, 그리고 부시정부의 대응…, 미국 현지분위기는 어떤지 그걸 좀 전해주시겠어요?
김민웅 : 간략하게 전해 드릴께요.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대가 날이 갈 수록 당연히 높아지고 있죠. 그리고 “이건 실패로 끝나고 말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이 되고 있습니다.
“전쟁은 시작하고 벌여놨지만 그 전쟁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전략은 없다.” 이런 비판들이 많아지고 있지요.
그래서 현재 부시정권은 미군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
“속히 이라크 정부를 세우자. 그리고 이라크인들에게 빨리 권력을 넘겨주자.”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데
문제는 또 이것이 모두의 눈에, 누구나 다 알다시피 친미정권이다 이런 게 명백해지게 되면 또다시 이라크 민중들의 공격대상이 되고 무너질게 뻔한데 말이죠.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문제가) 궁지에 쳐해 있습니다.
“한마디로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이라고 하는 것은 베트남전쟁의 재판처럼 되어서 미국이 수렁에 빠지고 결국에는 패배로 결론지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얘기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그러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우리나라가 이라크에 파병을 해야 될 것인가 깊이 생각해봐야겠지요.
김미화 : 네 김민웅 박사님 감사합니다.
김민웅 : 네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김미화 : 네 그래요. 그리고 우리 부모님들이 세상에서 이렇게 제일 슬픈 편지 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