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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75509
    작성자 : 단호박찐빵
    추천 : 121
    조회수 : 16176
    IP : 50.67.***.165
    댓글 : 18개
    등록시간 : 2014/12/20 19:10:11
    http://todayhumor.com/?panic_75509 모바일
    [Reddit] 어젯밤 제 옆에서 잔 사람은 남편이 아니었어요 - 3편上
    글을 옮겨오기에 앞서 지난 글들에 질문이 있어 몇가지 답변을 드립니다.

     - 이 글은 원문 작성자의 실화(혹은 실화라고 주장하는) 글입니다. 

    - 피터와 앤소니는 사돈지간이므로 존댓말을 쓰는 사이로 설정했기 때문에 
    영어지만 이름을 막 부르면 안될거같아서 형수님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피터와 크리스토퍼는 동성 커플이구요 헷갈리신 분들 계시다면 죄송합니다 저를 탓하세요
    캐나다, 특히 토론토는 동성 커플에게 열린 지역 중 하나입니다. 해마다 큰 게이 축제도 열려요. 멋진 남자들이 바글바글하다는 그 축제!! 츄릅

    - "크리스토퍼"가 보내는 메세지에 오타들은 의도적입니다. 원래 제가 오타가 많은 인간입니다만 그정도는 아니에요ㅠㅠ
    원문에서의 "크리스토퍼"도 일부러 소리나는대로 쓰거나 오타를 엄청 넣거든요. 

    --------------------------------------------------

    오후 10:45분 - 2014년 7월 28일 화요일

    크리스토퍼, 앤소니, 저는 커피샵 안쪽에 앉아있었어요.
    알수없는 흐름의 상황 속에 혼란, 분노, 공포, 증오, 모든 본능이 진동했어요.
    아무 말도 할 필요가 없었쬬.
    우린 그냥 앉아있었어요. 피할 수 없는것을 생각하면서.
    만약 그렇다면 이 "사람"은 어떻게 우리가 뭘 하는지 다 알았을까요? 우리가 어디 갈건지도요.
    우린 뭘 할수 있을까요. 대체 우린 어떤 힘이랑 싸워야 하는걸까요..

    저는 크리스토퍼의 손을 꽉 잡았어요. 
    평소엔 따뜻하던 그의 손이 지금은 공포로 차갑고 축축하게 젖어있었어요.
    우린 경찰서 길건너에 있었지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그 노트를 가져오긴 했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저.. 경찰아저씨. 제 남편과 제 남편 물건들이.. 그러니까 풀사이즈 세단까지도 복제됐어요. 
    남편의 사촌을 겁주려구요. 식키즈 병원에서 내로라하는 신경전문 소아과 전문의를요."

    어떤 반응이 나올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어요.
    아마 우린 비웃음거리가 되거나 앤소니의 커리어에 흠집이나 내겠죠.

    "우수한 의사가 개똥이네, 지네 사촌이 도플갱어라고 생각하네, 아마 제가 옆에서 잤을지도 모르는, 그래요, 내 진짜 남편은 비엔나에 있는동안에요. 아 정말 우릴 믿어주세요. 저도 물리 가르치는 사람이에요!"

    씨발, 이건 그냥 Catch-22네요. (주: 소설 이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조차 모르겠어요

    앤소니는 말이 없는 사람이 아니에요. 엄청 수다스러운데 지금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 알수 있엇죠 
    두개골이 열어서 손보고 다시 꿰매어 닫는거요? 네, 문제 없어요.
    그런데 캐나다의 대도시 한가운데 커피샵에서 과학적으로 설명할수없는 생명체를 기다린다? 하!

    - 주문할건데 뭐 먹을래?

    앤소니는 테이블에서 일어나며 물었어요

    - 닥치고 앉아 어디가지말고.

    크리스토퍼가 슬슬 화를 내기 시작했어요.
    그는 변호사니까 변호사답게 불독같이 공격적인 마음이 남편을 이긴거죠.

    - 크리스토퍼, 나 보이잖아. 카운터 저기있어 1미터 거리도 안된다고. 
    그냥 여기 앉아있을순 없어 우리 주문해야지. 그리고 나 목말라 죽겠단말야. 밖은 30도나 되는데!
    둘이 날 보고만 있고 나도 둘을 그냥 멀뚱멀뚱 보고만 있으라고?

    - 난 아이스캅 먹을래. (주: 아이스 카푸치노의 줄임말, 커피맛 슬러쉬)

    크리스가 잠자코 동의했어요

    - 전 그냥 커피마실게요

    제가 힘없이 말했어요 크리스토퍼도 저도 이 일이 있은 후로는 뭘 먹은게 없단걸 알고
    뭐라도 먹어야겠다 생각했어요

    - 베이글 토스트해서 버터 바른것도요

    앤소니는 네걸음 정도 떨어진 카운터로 갔어요
    우린 침착하게 우리한테 주어진 과제를 생각하며 대화를 계속했어요

    - 우리가 여기있다는걸 그가 알아, 다들 동의하지?
    - 당연하지 우리가 여기있단걸 알고 있었어, 우리가 여길 오기도 전에 말야.
    - 우리 공공장소에 있잖아 길만 건너면 경찰서고. 최적의 장소야. 무슨 짓을 하려고 하면 사람들도 눈치채고 뭐라할거야.
    여긴 환하고 경찰서도 가까운걸.

    앤소니 말이 맞아요. 이 곳 한가운데서 우리가 칼에 찔리거나 살해당할 확률은 거의 없겠죠
    우린 킹 에드워드 호텔에서 그 일을 겪고나서 "크리스토퍼"가 나타날거라고 확신하고 있었어요
    거기서 기다리다가 가면서 "남편(나)을 데리러간다"고 그랬었죠 
    그 호텔 직원 말마따나요.

    크리스토퍼가 앤소니를 바짝 경계하며 봤어요 

    - 그래.. 쟤 말이 맞아. 여긴 사람도 많고 특히 수요일 밤이잖아

    저는 앤소니에게 시선을 떼고 우리 뒤를 봤어요
    문이 반대 방향에 있었지만 계속 쳐다보고 있었죠
    크리스토퍼와 앤소니 둘다 맞아요.

    거긴 아이들이 많았어요 경솔하고 무관심한 여자가 모두를 돌봐야하는거 같았어요
    네명의 아이에 엄마 혼자라니.
    다운타운의 전형적인 모습이죠.
    토론토는 부유한 도시지만 어디나 그렇듯 가난은 존재하거든요.

    앤소니는 카운터로 가서 주문을 했어요.
    점원은 밤11시에 들어온 주문에 별로 기분이 좋아보이진 않았죠 (아직 45분인데요)
    점원은 주문한걸 앤소니에게 건네어 주며 

    - Roll up the Rim to Win 잊지마세요! (주: 종이컵의 돌돌말린 가장자리에 경품당첨여부가 적혀있는 이벤트)

    라고 하더군요. 앤소니는 고맙다고 하고 네걸음 떨어진 우리 테이블로 돌아왔어요.

    참고로.. 캐네디언이 아닌 당신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Roll up the Rim to Win'이건 거의 국가적 행사에요
    미국인들이 스타벅스의 충성스러운 고객이듯, 캐나다에선 팀호튼이거든요.
    거의 국가기관이에요. 매년 두번씩 이런 컨테스트를 해요.
    말그대로 커피컵의 가장자리를 돌돌 말아 올려서 경품을 탔는지 보는거에요. 탄산음료 뚜껑에 써있는거처럼요

    (주: 위에 설명은 제가 한 설명이 아니고 원작자가 한 설명입니다. 사진 링크 또한 원작자가 건 링크인데 Roll up the Rim to win을 보여주기 위한 종이컵 사진일뿐이니 마음놓고 눌러보세염)

    거의 아무말도 하지않고 시계나 쳐다보며 앉아서 음료만 마시고 있었어요.
    10분쯤 지났을까.. (11시 11분) 
    저 꼬마 새끼들 때문에 시끄러워 죽겠네요
    앤소니와 크리스토퍼를 쳐다봤어요

    - 나 담배 좀 피고 와야겠어. 밖에 나가도 되겠지? 문 앞에 있을게.
    무슨 일이 생겨도 바로 앞에 경찰서니까 문제 없을거야

    꼬마들은 더 시끄러워지고 있는데 우리의 그 손님이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앉아있는것보단 낫죠

    아무도 카페에 남지 않고 서로 짜기라도 했듯이 우리 모두 나왔어요.
    입구 바로 앞에 서있었죠 주차장에 주차되어있는 우리 차 앞에요.
    확실히 좀 쌀쌀해졌어요. 공기가 차더라구요.
    캐나다는 이래요. 놀랄만한 일도 아니죠

    - 크리스토퍼 차 좀 열어줘. 뒷좌석에 있는 스웨터좀 가져와야겠어

    크리스토퍼가 버튼을 누르자 차 문이 열렸어요.
    저는 차로 가서 혹시 누가 뒷좌석에 숨어있지나 않은지 봤는데 아무것도 없더라구요. 
    지척에 있는 크리스토퍼와 앤소니를 계속해서 돌아보며 차문을 열고 
    스웨터를 꺼낸뒤 다시 입구쪽으로 돌아왔어요

    저는 이미 담배도 다 폈고 안에 다시 들어가고 싶었어요
    필요하다면 경찰서로 달려가더라도 주차장의 적막함과 외부에 노출되어있다는게 왠지 으스스한 느낌을 줬거든요
    앤소니와 크리스토퍼도 같은 생각이라 다같이 팀홀튼 안으로 들어왔어요.



    오후 11:30분
    아오 저 애새끼들 정말 짜증나네요.
    크리스토퍼와 저는 입양을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아이들을 너무 좋아해서.
    그런데 저 애들은 진짜 닥치질 않네요

    아마 "그"를 기다리는 긴장감 때문에 더했던거같아요
    크리스토퍼가 제 손을 꽉 잡으며 말했어요

    - 쟤네들한테 닥치라고 말해야 될거같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 진정해, 그냥 잡음이라 생각하고 우리 일에 집중하자

    앤소니, 우리 참을성 많은 의사양반은 크리스토퍼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어요.
    꽤나 잘 먹히죠.

    일분일초가 지나면서 점점 긴장감이 더해지는걸 느낄 수 있었어요
    저 문으로 들어올까요?
    우리 앞에 드러낼까요? 뭘하려는 걸까요?
    궁극적인 질문이죠 대체 그 "크리스토퍼"는 우리에게 뭘 원하는걸까요?
    우리가 대체 뭘해줄 수 있는데요?

    돈때문일까요? 그렇다치면 여기서 당장 수표를 써줄수 있어요
    통제하려고? 권력때문에? 아님 성적취향? 우리를 떨어뜨려놓으려고 그러는거면 그래줄 용의가 있어요.

    다음 15분간 우리 중 아무도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그저 완전히 침북을 지키며 앉아있었죠.
    꼬마들 떠드는게 참을수없는 소음이었지만 잡음으로는 쓸모있더라구요.
    지나고나서 보니까 팀홀튼이 만약 죽은듯이 조용했다면 우린 아마 거기 있는게 더 힘들었을거에요



    11:45분
    우린 서로를 쳐다봤어요. 아무것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소음만 계속될뿐이었죠 
    손님들은 주문하고 직원은 주문을 받아 음시을 내주고요. 그게 다였어요.

    크리스토퍼는 자동차 열쇠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고
    앤소니는 커피를 다 마시고는 커피컵의 가장자리를 돌돌 말아올리더니 그대로 굳어버렸어요.

    [꽝, 다음기회에]가 불어/영어 혼용으로 혹은 [도넛당첨]이 써있어야했는데..

    [하나ㅏㅏ에 핫나 뎌 너무. 왜ㅐㅐ 3?]

    앤소니가 "아 씨.." 내뱉으며 가장자리를 보여줬어요.
    그 생물체는 우리가 여기있단걸 알았어요
    우리랑 어떻게 의사소통할건지도요.

    여기 있지 않을뿐이죠.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크리스토퍼와 앤소니와 전 서로를 쳐다봤어요. 
    아마 "그"는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선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건가봐요.
    그래서 이런 방법으로 메세지를 보낸거죠.

    우리가 공공장소를 고를거라 생각지 못해서 그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걸지도 모르죠.
    우리가 여기서 그 사람을 기다리는....

    - 아저씨 입술이 왜 그래요?

    그 순간, 누군가의 한마디가 이 시끄러운 곳에서 똑똑히 들렸어요
    마치 세상에서 그 말만 들리듯이요

    크리스토퍼와 저는 뒤를 돌아봤어요
    앤소니는 이미 우리 어깨 너머의 소리 나는 방향을 보고 있었죠 

    우리 뒤 테이블에 어떤 남자가 앉아있었어요. 
    우리에게 등돌린채로요. 모자랑 자켓 옷깃을 세우고 있었는데 ..
    끽해야 6살일듯한 한 여자아이가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거기 서있었죠.

    - 아저씨 입술이 왜 그렇게 부풀었어요? 으! 역겨워

    전 그렇게 빨리 움직여본 적이 없었던거같아요

    으아아아ㅏ아 도망쳐야해! 
    앤소니는 아마 그 말 밖에 할수없었을거에요
    크리스토러와 저는 커피샵을 재빨리 빠져나왔어요

    크리스토퍼가 키를 누르자 자동 잠금장치가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고 우리 모두 차에 탔어요
    크리스토퍼가 운전석에, 저는 조수석에, 앤소니는 뒤에 앉았어요

    시동을 걸자 차에서 부릉 소리가 났어요
    크리스토퍼는 후진해서 주차장에서 나와 경찰서의 주차장으로 곧장 향했어요.

    우리 셋 모두 소리를 질러댔지만 아무것도 알만한건 없었어요
    크리스토퍼는 어떻게 "그"가 카페에 들어온걸 우리가 놓칠 수 있냐면서
    그 자리는 우리가 앉을때만 하더라도 분명 비어있었다며 소리질렀죠
    앤소니는 거의 과호흡이라도 일으킬정도로 숨을 쉬면서 "그"가 대체 뭘 원하는거냐고 계속해서 물었어요.
    저는 그냥 거기 앉아서 횡설수설하며 비명을 질렀죠

    그렇게 갑작스럽게 경찰서 앞까지 오게 된거에요
    차 안에 가만히 있었지만.
    경찰서 안으로 달려들어가야하는걸 알고는 있었는데 아무도 움직일 수 없었어요
    크리스토퍼가 여기까지 오면서 아무도 치지 않고 길을 건넜다는게 대단했죠

    길에는 사람이 많았지만 우린 움직일 수조차 없었어요.
    그냥 앉아있었어요

    앤소니가 침묵을 깨고 말했어요

    - 그냥 차에 있어. 안에 들어가지말고. 우린 그 얼굴을 못봤잖아.
    신고하려고 해도 모른다고. 그냥 들어가서 '입술이 두꺼운 남자가 꼬마 여자아이를 역겹게 만들어서 우리가 도망쳐나왔어요' 라고 해?
    대체 경찰이 우릴 뭐라 생각하겠어 우리가 존나 미쳤다고 생각할거라고.

    - 저를 지금 놀려요? 어쩌라구요 전 안에 들어갈거에요. 이 짓도 더이상 못하겠다고요.

    - 잠깐만! 쟤 말이 맞아. 그 사람인지도 잘 모르잖아. 
    어쩌면 메탐페타민 (주: 마약의 일종) 에 쩔어서 입이 그렇게 된 마약쟁이였을 수도 있다구
    우린 아직 아무것도 몰라. 그게 분명 11:45분에 일어나긴했지만.. 대체 무슨뜻인지

    - 생각 좀 해보자. 불 끄고 그 자식이 팀호튼에서 나가나 지켜보자고.

    무슨 일이 일어났든간에 얼마나 우리가 겁에 질려있었던든간에 우린 거기 앉아있었어요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해도 뭐라 말할게 없었으니까요
    "크리스토퍼"가 집에 옸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런건 증거도 없어서 얘기가 말도 안되니까요
    제 휴대폰에는 문자도 안남아있고..
    "크리스토퍼"가 앤소니네 집에 선물을 두고 갔다는 것도 말할 수 없었어요
    그럼 분명 경찰이 어떻게 생겼냐, "그"가 어떤 차를 몰았냐를 물어볼텐데..
    앤소니 의사선생님께서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아, 제 옆에 있는 이 남자처럼 생겼어요 제가 타고 온 이 차를 타고 있었구요"
    이거겠죠.
    우린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차에 앉아있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면서요.


    ---------------

    엌 너무 길어서 자를게요
    커피 한잔만 하고 하편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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