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우리 나라의 현 선거체제에서는
손이 떨려서 무효표가 되든
인주가 번져서 무효표가 되든
인주가 반대쪽에 찍혀서 무효표가 되든
두 번 눌려서 무효표가 되든
투표지에 싸인을 해서 무효표가 되든
투표지가 찟어져 무효표가 되든
나의 의사 표시를 위해 무효표를 찍든 간에
무효표는 이러저러한 무효표들과 함께
섞여서 그저 무효표가 될 뿐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나는 내 의지로 무효표를 만들었다는
의사표현을 어디엔가는 해야 할텐데
그 방법이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곳에도 본인은 무효표를 던졌다고
자신의 의사를 표명하시는 분도 있구요.
얼마 전 무한도전에서
투표지에 기권란을 만들어 달라는
의견을 내신 분이 있는데
정말 꼭 필요한 해법이구나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선거에는
채택되지 않았지요.
저는 결코 문재인 후보 영업할 생각 없습니다.
적어도 이 곳 군대게시판에는 말이죠.
상처받은 분들께 소금 뿌릴 생각 없습니다.
제가 더 걱정스런 것은
그렇게도 문재인 후보를 좋아 하던 분들이
지지를 철회할 만큼 좌절감을 느끼고
격렬하게 분노했던 마음들이
향후 벌어질 일들로 인해
더 이상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거나
나아가 정치 혐오에 빠지는 일입니다.
이 대선이 끝나고 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느냐고요?
5월 10일이면 이번 선거에 대한
여러가지 분석들이 하기 시작할 겁니다.
일단 자신을 찍어 준 지지자들에 대해
그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챙겨 보겠죠.
캠프에서 일해 준 사람들
각 지역에서 뛰어준 국회의원
각 지역에서 힘을 모아준 당원들
정책 기조 마련에 힘써준 전문가 그룹의
요구사항을 어떻게 국정에 반영할 것인지
직능단체별로 지지선언한 분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개인별로 지지선언한 분들의
요구사항은 무엇인지
위에는 이번 공약 설정에 기여한
여성주의자들이 포함되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구요
그러고 나면
나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의
요구사항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투표에 참여 하지 않았던 층들을
어떻게 하면 참여케 할 것인지 등등
무효표?
맨 처음에 언급한 것처럼
무효표가 어떤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의사표현으로 해석될 소지는 극히 낮습니다.
무효표가 많다면
묻어 나지 않는 인주에 대한 기술의 개발
잉크를 잘 빨아 들이는 투표지의 개발
좀 더 정확한 판독을 하기 위한 개표기의 개발
투표칸을 좀 더 크게 늘여야 할지
후보가 많으면 두 줄로 배열을 해야 할지
등등에 대한 논의가 우선 되겠죠.
무효표 운동이 의미를 가지게 된 프랑스의 사례가
정치적으로 얼마나 예외적인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겠죠.
요컨대
저는 우리 나라 선거제도 하에서
무효표가 얼마나 의미를 가지기 어려운지
말씀 드리고 싶었고
기왕 무효표를 찍으셨다면
그 의사표시를 더 많은 곳에
더 많은 방법으로 개진하시라
말씀 드리고 싶었고
이렇게 절박한 방법으로
무효표를 던질 수 밖에 없었던 분들이
정치 무관심과 정치 혐오의
결론을 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것은 결국 여러분들이 주장하는
여성주의 적폐세력의 확장에
침묵하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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