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복음교회 ‘헌금의 비밀’
순복음교회 신도들로부터 거둔 헌금이 당회장인 조용기 목사의 가족 사업에 유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교회 안팎에서 제기되었다. 국내 최대 교회이자 한 해 헌금액만 1천7백억원에 이르는 이 ‘거대성전’에서는어떤 일이 벌어 졌을까.
지난 10월18일 ‘교회개혁실천연대’(교회연대)는 조용기 목사(69·순복음교회 당회장)에게 질의서를 보냈다. 교회 헌금 유용 의혹과 조목사의 후계자 문제 등 교회 시스템과 조목사 여자 문제에 관해 물었다. 교회연대 사무국장 구교형 목사는 “순복음교회가 그 크기만큼이나 좋은 영향을 미치는 아름다운 교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질의서를 보냈다”라고 말했다.
순복음교회측은 11월17일에야 입을 열었다. 답변 기일인 11월6일을 한참 넘긴 후였다. 순복음교회 관계자는 “교회의 공식 답변이 아니라 성의를 보이기 위한 실무자 차원의 설명이다”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하지만 성의는 없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교회연대의 다른 관계자는 “답변은 지극히 형식적이었다. 조목사 사생활과 후계 작업 등에 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순복음교회 개혁 문제는 2000년에도 불거진 적이 있다. 당시 교회사랑모임(교사모)의 장로들이 교회 헌금이 유용되고 있다고 주장해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교회연대가 다시 순복음교회 개혁을 거론하는 이유는 조목사의 전횡과 불투명한 시스템으로는 순복음교회에 미래가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더구나 교회 당회장 은퇴를 2년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조목사가 다시 집권을 연장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교회가 재산을 유용한다는 의혹 또한 전혀 가시지 않았다. 교회연대측은 “70만 신도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 교회인 순복음교회와 조목사가 한국 기독교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개혁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순복음교회에 제자리를 찾아주겠다”라고 말했다.
ⓒ한겨레신문
순복음교회에 대한 의혹의 핵심은 교회 재산과 헌금이 불투명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조원에 이르는 순복음교회 재산과 한해 1천7백억원에 달하는 헌금 가운데 상당 부분이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용되었다는 주장이다.
의혹 출발점 된 장남 희준씨의 국민일보 경영
의혹은 순복음교회가 100% 출자한 국민일보에서 시작된다. 1997년 조목사 장남 희준씨가 서른한 살의 나이로 국민일보 사장으로 취임했다. 1998년 희준씨가 국민일보 회장에 오르자 재단법인 순복음선교회는 국민일보 주식 100%를 국민미디앤드컴(넥스트미디어코퍼레이션)에 넘겼다. 당시 넥스트미디어코퍼레이션 주식은 희준씨가 59.8%,조목사가 30.4%를 소유하고 있었다. 순복음교회 교인들이 10년 넘게 모아준 헌금으로 설립한 국민일보가 조목사 부자에게 넘어간 것이다. 그때까지 국민일보에는 6천4백억원이 넘는 돈이 투자되었다고 순복음교회 관계자와 국민일보 관계자는 말했다. 당시 언론개혁시민연대(상임대표 김중배)는 ‘국민일보가 족벌 세습 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민일보를 손 안에 쥔 조희준씨는 자꾸만 회사를 쪼갰다. 1998년 총무국 시설관리팀을 시작으로 평생고객서비스본부·멀티미디어팀·컴퓨터 신문제작 운영실 등 재산이 있거나 국민일보로부터 돈을 벌 수 있는 부서는 줄줄이 희준씨 개인 회사로 빠져나갔다. 구로동 윤전기마저 매각하고 넥스트미디어의 윤전기를 써야 했다. 국민일보도 석간으로 전환하고 판형 변경 조처를 취했다. 국민일보 한 중견 기자는 “조희준씨 사업은 국민일보가 돈을 다 대야 하는,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이었다. 국민일보는 윤전기를 쓰는 대가로 희준씨에게 연 60억원이 넘는 돈을 지불해야 했다”라고 주장했다. 넥스트미디어로 국민일보의 자산과 인력을 이동시킨 희준씨는 문어발식 확장에 나섰다. 1999년 스포츠 투데이를 창간했고 케이블텔레비전 현대방송을 사들였다. 2000년에는 경제 전문지 파이낸셜 뉴스를 창간하기도 했다. 넥스트미디어 한 관계자는 “불과 2년 사이 희준씨는 계열사 20여 개를 지배하는 미디어 재벌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교회 담보로 은행 대출도
2000년 6월 ‘재단법인 순복음선교회’가 국민일보 주식 100%를 사들임으로써 국민일보는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국민일보 재산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이미 주인이 바뀐 상태였다. 당시 국민일보 노조위원장이었던 김용백씨는 “회사의 10여개 사업 분야를 임의로 분사해 국민일보는 껍데기만 남았다”라고 말했다.
교회 재산을 빼내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동원했다는 비난을 듣는다. 교회를 잡히고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는 것이다. 교회 재산은 원칙적으로 ‘재단법인 순복음선교회’ 명의로 등록되어 있어야 한다. 이 재산은 문화관광부의 감시·감독을 받는다. 교회측은 교회 건물의 상당수를 ‘여의도순복음교회 대표자 조용기’로 명의를 바꾸었다. 그리고는 근저당을 설정하고 은행 돈을 빌려 썼다. 1999년에서 2000년에 걸쳐 순복음교회 본관과 국민일보가 위치한 CCMM빌딩에 설정된 근저당 액수는 1천억원이 넘었다. 이 가운데 넥스트미디어에 대출된 금액이 6백억원이 넘었다. 순복음교회 당회의 회의도 거치지 않은 채 이루어진 대출이었다. 순복음교회가 교회연대측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넥스트미디어가 국민일보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되었고, 대출은 실행위원회 등의 의결을 거쳤다고 한다. 하지만 교사모 소속 한 장로는 “장로들은 실행위원회 개최 여부도 알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절차에 어긋나거니와 교회 본관을 담보로 사기업에 대출해준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비판 앞장선 장로들 출교 또는 제명
2000년 9월 교사모 장로들이 헌금이 유용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자 조목사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아들은 일본과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국민일보에 전문경영인이 없어 적자가 누적돼 허덕이는 바람에 내가 봉사해 달라고 해서 온 것이다. 아들은 실제로 월급을 한푼도 안 받고 2년 동안 일했다.” 조목사는 “희준이는 일본 노무라 증권을 통해 2천여억원을 벌 정도로 금융에 관한 한 천재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희준씨 자금의 출처는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희준씨의 외화가 들어온 경로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한 금융감독원 고위 인사는 “2천억원이 일본에서 들어오면 모를 수 없다.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일본 증권가와 노무라 증권에 알아본 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 오히려 희준씨가 주식 투자로 거액을 날렸다는 소문만을 접할 수 있었다.
교사모 소속 한 장로는 “‘장남이 돈을 다 날리고 거지가 되어 한국에 들어왔다’고 조목사가 여러 번 걱정했다”라고 말했다. 다른 장로는 “희준씨가 한국에서 돈을 마련해 일본 채무 관계를 정리하고 사업 기반을 닦은 것으로 보인다. 2000년 2월 교회 재산을 근거로 희준씨는 31억 엔(한화 약 3백10억원)을 대출받았는데 엔화를 빌린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교사모 소속 장로들의 폭로 이후, 순복음교회측은 교사모 소속 장로들을 중징계했다. 장로 4명을 출교 처분하고, 10명을 제명했다. 하나님의 통치권을 위임받은 당회장의 뜻에 역행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 뒤 교회측과 희준씨는 교사모의 주장대로 건물을 담보로 빌린 돈을 일제히 갚기 시작한다. 2000년 11월에만 3백억원이 넘는 돈을 갚았다. 문제는 실제로 돈을 빌린 넥스트미디어와 희준씨에게는 그만한 여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넥스트미디어의 한 관계자는 “2000년 당시는 숨가쁘게 기업을 확장한 단계여서 수백억원을 끌어들일 여력이 없었다. 2000년 7월 일본 히다치 맥셀 사로부터 3백억원 가량을 끌어왔지만 불리한 조건이었고 액수도 턱없이 부족했다”라고 말했다. 교회가 은행에 변제한 돈의 출처는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만약 교회가 이 돈을 갚았다면 교회 헌금으로 사기업 빚을 갚아준 꼴이다.
국민일보 경영권, 차남이 승계
교회연대는 순복음교회의 재정 운용이 날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조희준씨는 국민일보에서 손을 떼고 스포츠 투데이 발행인으로 옮기고 난 후에도 국민일보에서와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수많은 계열사를 만들고 이름을 바꾸거나 없앴다. 스포츠 투데이 총무부에 3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나 노조 간부, 편집국 간부 가운데서도 계열사 이름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이는 국민일보와 순복음교회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순복음교회 관련 재단·단체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곳이 많다. 기자가 수 차례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순복음교회측은 교회 관련 단체의 이름조차 밝히기를 거부했다.
결국 조희준씨는 2001년 구속되는 아픔을 겪었다. 조목사로부터 돈을 받고 증여세 등 25억원을 포탈하고 회사 공금 1백70여억원을 횡령한 혐의이다. 희준씨는 회사 인쇄용역비를 장부에 올리지 않고 빼돌려 1억원짜리 운동용품을 사기도 했다. 희준씨는 조세포탈 및 회사 자금 횡령 혐의로 고법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및 벌금 50억원, 2백40시간 사회봉사를 선고받았다.
2002년 보석으로 풀려난 희준씨는 일본으로 출국했다. 현재 스포츠 투데이는 수백억원의 자본이 잠식된 상태이고 직원 월급조차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다. 스포츠 투데이가 수차례 부도설에 몰렸지만 희준씨는 귀국하지 않고 있다.
국민일보 경영은 노승숙 사장(조목사 사돈)이 맡고 있고 그 뒤를 조목사의 차남 사무엘민제씨(34)가 받치고 있다. 2002년 5월 국민일보 상무로 나선 사무엘민제씨는 그해 9월 국민일보 주식을 100% 소유하고 있는 기독문화진흥(구 국민일보판매) 사장으로 취임했다. 기독문화진흥은 국민일보와 스포츠 투데이, 파이낸셜 뉴스를 인쇄하는 윤전기와 함께 국민일보의 평생독자 회비를 소유하고 있는 국민일보의 지배회사이다. 기독문화진흥은 또다시 이름을 국민지주로 바꾸었다. 사무엘민제씨는 신문조판시스템 CTS 회사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한 국민일보 기자는 “국민일보는 기자와 제호만 있다. 신문사와 관련해 영양가 있는 부서는 모두 조민제 부사장 회사로 나가 있다”라고 말했다.
순복음교회의 부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교회와 관련된 수많은 단체·재단과 의심쩍은 거래를 하는 등 방식은 오히려 교묘해졌다.
교회와 관련 단체·재단 ‘수상한 거래’ 계속
CCMM빌딩의 지하 1층 101호와 지하 2층 202호는 영산아트홀로 원소유권은 ‘재단법인 순복음선교회’에 있었다. 그런데 2000년 2월2일 영산아트홀의 소유권이 ‘여의도순복음교회 대표자 조용기’ 명의로 넘어갔다. 그리고 며칠 후인 2월18일 영산아트홀은 한빛은행에 근저당되고 넥스트미디어가 채무자로 일화 17억 엔(한화 약 1백70억원)을 대출받았다. 2000년 11월8일 교회는 영산아트홀을 1백58억4천1백만원을 들여 사는 형식으로 근저당을 풀었다. 교회측은 2002년 12월31일 ‘재단법인 영산기독문화원’에 영산아트홀을 매매했다.
순복음관계자와 영산아트홀 관계자 10여 명에게 물었지만 ‘재단법인 영산기독문화원’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영산아트홀은 2003년 5월27일 재단법인 순복음선교회에 증여되었다. 다시 원소유주에게 돌아온 것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몇 번의 거래를 거치면서 교회는 1백58억4천1백만원을 썼다. 자기 물건을 자기 돈 주고 산 셈이다. 이와 관련해 순복음교회측은 교회연대에 답변한 문건에서 ‘국민일보와 여의도순복음교회, 순복음선교회 사이의 정당한 거래였다’고 밝혔다.
한 교회 관계자는 “한 해 1천5백억원 가량의 예산을 집행하는 교회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규정과 절차가 구멍가게만도 못하다. 조목사 이외에는 그 누구도 돈의 흐름을 정확히 모를 것이다”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제일 큰 교회, 한국을 대표하는 목사는 법치의 바깥에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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