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유력 잠룡으로 불리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극장 회동'을 가졌다.
분위기는 시종 화기애애했다. 이날 '극장 회동'은 김 대표가 이 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영화나 같이 보자"고 제안한 후 이뤄졌다. 이 시장은 김 대표의 바로 왼쪽 좌석에 앉아 영화를 관람했다. 두 사람을 가까운 거리에서 웃음을 띤 채 대화를 나누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영화가 끝난 후 이들은 가까운 카페로 자리를 옮겨 티타임을 진행했다. 이 시장은 김 대표의 오른쪽에 앉아 역시 담소를 이어갔다. 영화를 본 소감과, 영화가 국내 정치에 시사하는 바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말했다.
김 대표는 "무능한 지도자를 만나면 영화에 나타나는 대로 나라도 뺏기고 선량한 백성들도 피끓는 고통을 당한다"며 "그런 면에서 지도자가 될 사람은 국가와 국민에 대한 무한 책임을 지고 거기에 자신을 갖지 않으면 감히 지도자로 등장을 해서는 안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감히 나서는 대권주자가 많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대해 김 대표는 "너무 많다"고 농담으로 답했다. 진선미 의원이 '잠룡' 이 시장을 지목하며 '옆에 계신 분은 어떠한가'라고 재차 묻자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이 시장이 "안 그래도 고민이 많다"고 말하자 김 대표는 "이 시장은 시기적절하게 리스크테이킹(risk taking, 위험감수)를 잘 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김 대표는 과거에도 당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 시장을 두고 "머리가 빨리 빨리 도는 사람"이라고 호평했었던 적이 있다.
이 시장이 "영화에서 그랬지만, 지금 상황이 좀 구한말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하자 김 대표는 "냉전체제는 동북아에서 새롭게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맞장구를 쳤다. 김 대표는 "중국이 G2로 부상한 다음부터는 미국과 중국이 경쟁관계가 되니까 군사·외교적으로 긴장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우리같이 중간에 낀 나라가 어떻게 처신을 하느냐에 따라 번영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인지 결정된다"며 "우리나라를 끌고 가는 지도자가 과거와 사고가 같아서는 안 된다. 그러니 내년도에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될 사람이 그런 과도기 속에서 우리나라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한다는 인식을 가져가지 않으면 나라를 끌고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와 이 시장은 티타임을 끝낸 이후 헤어졌다. 티타임 직후 이 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민주진영에서 지방자치 문제가 중요한 문제고 풀뿌리 같은 것이다. 김 대표는 다른 분들보다 그 인식이 높은 것 같다"고 김 대표를 추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