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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1
"에, 그러니까. 지금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행성의 주 지성체는 포니(조랑말)이다. 그 외 확인된 바로는 그리폰, 만티코어, 젖소, 히드라, 드래곤등. 우리가 지구에서 소설로 보던 것들이 지성체로 존재하고 있다. 게다가 페가수스랑 유니콘도 있어. 근데 포니로 통칭하는거 같더군. 이거 완전히 동화의 세계로군"
원형 테이블에 자리한 승무원들은 가운데 떠 있는 영상을 보며 메버릭 함장의 말을 듣고 있었다. 메버릭 함장의 맞은편에 앉은 여성 생물학자 에쉬리 박사는 꼬았던 다리를 바꾸며 말했다.
"상당히 흥미롭군요. 인간을 닮은 존재는 없던가요?"
"없어. 이족 보행 생물 자체가 없는거 같아.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지구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동물은 존재해, 사자라던가, 닭이라던가, 젖소도 있더군. 말하는 젖소. 상상이나 가나?"
에쉬리 박사는 그 말에 입술을 핱으며 말했다.
"꼭 해부해 보고 싶군요. 빠른 시간안에 셈플을 수집해 주시길 바래요"
"해...해부요? 저...저 생물은 너무 귀...귀여워요. 저...저런 생물은 어..어..어떻게 해부를........"
오른쪽에 앉은 언어학자 미쉘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뛰어난 언어능력을 갖췄지만 소심한 성격탓에 의견을 내놓는 일이 거의 없었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해 그런지 그녀의 방은 인형들로 가득하다.
"좋은 소식 기다리죠. 그럼 전 이만 연구할게 남아서"
에쉬리 박사는 미쉘의 말을 무시하며 그녀의 연구실로 돌아갔다.
"저 여자는 항상 소름끼쳐. 함장, 어떻게 저런 여자가 우리팀에 합류하게 된겁니까?"
함선의 보안 책임자 마이클은 32세의 흑인으로 각종 무기를 익숙하게 다루며 맨손격투에도 일가견이 있다. 그가 메버릭 함장을 바라보며 말하자, 의료담당인 안서준 박사가 끼어들었다.
"그래요. 그녀는 뛰어난 의사이자 생물학자지만, 좀 이상한 면이 있어요.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그녀의 연구실엔 아무도 못 들어가죠. 마이클 당신은 보안책임자니까 들어가 본적이 있을거 같은데."
"아뇨, 저도 안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보지 못했습니다. 보안코드를 자기 멋대로 수정해놨어요. 의외로 이쪽계통에도 지식이 많은지 난공불락입니다. 강제로 진입해 보고도 싶지만."
"그녀는 회사에서 추천한 인재야. 소름끼치는 존재인건 사실이지만, 능력은 보장한다고 했으니 그녀에 대한 말은 그만하지. 마이클 자네는 함선에 이상이 없는지 엔지니어들을 서포트 하여 전체적인 점검을 해주게. 너무 오래동안 자버렸어."
"AYA, SIR"
"닥터 안. 닥터는 승무원들의 전체적인 건강상태를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함장"
"미쉘, 당신은 저 포니들의 언어를 분석해 주길 바래요"
"........네. 그런데 에쉬리 박사에게 저 생물들을 생포해 줄건가요? 말을 할 수 있는걸 보면 지성체가 분명한데."
메버릭 함장은 난감한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저도 그들을 지성체로 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회사에서는 저 여자가 원하는건 다 들어주라는 지침이 출발전에 받은 상태라서 말이죠. 내키지는 않지만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하아....네."
미쉘은 아무래도 마음에 안 드는듯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이제 그녀는 언어 분석을 하느라 한동안 바쁠것이다.
"그런데 함장. 저들과의 접촉은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우리에게 적대적일 수도 있는데."
"닥터 안. 일단은 저들을 지켜볼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문명 수준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아요. 과거 인류 역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가 하늘에서 내려간다면 저들의 문명 수준으로 보아 신 취급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일단 지켜보면서 저들의 문화를 연구하도록 하죠. 마이클. 셈플 수집을 위한 옵저버를 가동하도록"
"알겠습니다. 함장님"
"자 그럼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도록 하죠"
그 말을 끝으로 메버릭 함장과 마이클은 브릿지로 돌아갔고 안서준 박사도 어디론가 이동했다.
함장 일지 day 1
약칭 G-1 행성에 도착했다. 인류 최초로 인류 이외의 지성체를 발견한 업적을 달성했다(고 믿는다, 200년 넘게 잠들었는데 누군가 다른 외계인을 만났는지 알게 뭐야)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가 상상했던 에이리언은 없었다. 우주력 이전의 19,20세기에 범람하던 SF 영화를 제작했던 이들이 이것을 본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문명의 수준을 생각하여 직접적인 접촉은 당분간 피하기로 하였다.
함장 일지 day 5
포니들을 관찰한지 5일째, 각 종족별로 한종류씩 수집을 하였다. 언어 분석을 위해 포니로 분류되는 세종류의 생물은 언어학자 미쉘에게 맡기고 나머지 동물들은 에쉬리 박사가 조사하도록 했다. 그녀는 생긴것과 다르게 정말 끔찍하다. 그 잔인한 미소라니. 회사의 명령만 아니었으면 그런 여자 이 배에 태우지 않았을거다. 닥터 안은 그녀를 혐오의 표정으로 바라본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함장 일지 day 19
미쉘이 연구성과를 보고해 왔다. 이후 세마리의 포니들은 에쉬리 박사에게 넘겨졌다. 미쉘이 결사반대를 했으나 에쉬리 박사가 회사에서 발행한 위임장을 들고 나서는 통에 막지 못했다. 그들과 정이 들었는지 마음 약한 미쉘은 그대로 방에 틀어박혀 우는거 같다.
어쨌거나 보고한 내용을 보면, 얼마전 세 종족이 통합하여 이퀘스트리아라는 국가를 세웠다고 한다. 그 전에는 따로 살았다던가? 뭔가 윈디고 라는 유령 같은 존재와 싸웠다고 하는거 같다. 무슨 정령이라는데 무슨 소리인지, 설마 고대에 유행하던 판타지 라는 장르의 소설에 나오는 그 정령을 말하는건가?
함장 일지 day 28
승무원들은 잘 적응하는 것 같다. 다들 행성의 주민인 포니들을 지켜보는걸 좋아한다. 귀엽다나 뭐라나, 어떤 승무원들은 '마이 리틀 포니' 라는 이상한 노래를 부르고 다닌다. 자기들이 만들었다나? 어지간히도 할 일이 없나 보다. 부함장에게 그들에게 쉴 시간 없이 바쁘게 일 시키라고 명령했다.
함장 일지 day 35
포니의 추종자들이 늘었다. 자신들을 '브로니'라고 지칭하고 다닌다. 무슨 뜻인지 원. 미쉘이 언어 분석을 끝내고 통역기를 배포한 때문인지, 업무 시간 외에는 모두 모여서 관찰기록을 보느라 정신이 없다. 그나마 일은 제대로 하니 다행이지만.
부함장에게 브로니가 뭔지 물어보니 브라더와 포니의 합성어란다. 어이없어 일주일간 전 승무원에게 관찰기록 관람 금지령을 내렸다.
함장 일지 day 36
생명의 위협을 느껴 관찰 금지령을 해지했다. 부함장 너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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