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사드 졸속 결정 후 대처 한심…갈팡질팡, 美대변, 野 단속만”
“한류‧한중경제에 아무 대비책 못내놔…中에도 대화문 닫고 힘겨루기 태세”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
승인 2016.08.10 15:08:13
수정 2016.08.10 16: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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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 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속에 중국이 이와 관련된 조치로 대북제재를 중단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0일 대만 중시(中時)전자보 등 언론에 따르면 중국 전문가들은 한국이 사드 배치를 강행한다며 한중 관계는 악화되고 동북아 군비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중국은 대북제재를 중단하고 러시아와의 준(准) 동맹관계를 더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주장을 펼친 중국 외교전문가인 스인훙(時殷弘) 런민대 교수(왼쪽)와 진찬룽(金燦榮) 런민대 교수. (사진출처: 대만 중시(中時)전자보) <사진제공=뉴시스> |
청와대가 7일 중국 언론의 사드 관련 보도 공세에 대해 반격을 가했다. 중국이 자국 관영매체 등을 통해 한국 사드배치에 대한 비판을 쏟아놓는 것에 대해 ‘사드는 순수한 방어적 조치이고 중국 측은 북한이 그간 네 차례 핵실험을 하고 올해만도 십여 차례 이상 탄도미사일 발사를 통해 한반도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깨고 있는 것에 대해서 보다 강력한 문제제기를 했어야 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의 반격 논리는 그러나 중국 언론의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비판이 그동안 상당한 수준이었다는 점 등을 파악, 반영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중국 언론은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 미국의 장난감 수준이라거나 북한 미사일은 초보적 수준으로 미국에 대적할 수준이 되지 못한다는 식의 칼럼 등을 지속적으로 실어왔다.
중국 언론은 심지어, 북한이 미중 군사적 대치 상황에서 완충지대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제 정세의 변화로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글도 올렸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미국, 한국에 맞서려 하는 것부터 잘못됐으며 대화와 협상으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 젊은 네티즌들의 대북 감정은 과거의 혈맹 관계라는 것에 대해 무관심하고 북한은 중국에게 골치 덩어리라는 식의 보도도 내보냈다.
그러나 중국 언론이 북핵 문제 등에 대해 분명히 한 것은, 북한이 주권국가로 중국의 영향력 행사가 한계가 있고 유엔의 대북 제재에 중국 등이 성실히 참여하지만 대화와 협상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 등이다. 그리고 중국이 북한에 대해 초강력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손가락질하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부적절하고 지적했다.
한미 두 나라 정부와 대부분의 언론이 대북 제재 측면만을 부각시키고 대화와 협상에 담을 쌓은 것과 중국측의 그것은 차이가 있었다. 이런 점을 청와대가 모처럼 중국에 반격 카드를 내밀면서 충분히 파악했는지는 의심스럽다. 박 대통령이 부모의 사망과 사드를 결부시키는 것은 자국민에게 입 닥치라고 하는 것과 같다. 또 다른 세월호 참극이 전개되는 모습이 아니다.
사드 사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느 수준까지 치달을 것인가? 한중간에 사드를 놓고 벌어지는 난기류는 매우 심각하다. 중국은 사드가 대북 방어용이 아니고 자국과 러시아의 안보를 해친다면서 그 배치 시기가 내년 말로 발표되자 그 이전에 백지화를 시킬 목적으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 당국이 자국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사드를 용납할 수 없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언론이 앞장서 여론전을 펼치는 형국이다.
중국 정부는 중국 공산당이 철저히 통제하는 관영 매체 등을 통해 사설과 칼럼 등으로 정부의 입장이나 향후 시나리오를 밝히는 여론전을 펴고 있다. 중국 관영 언론은 중국 공산당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중국 언론의 보도 내용은 중국 정부의 의사, 향후 대한국 정책의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외교 게임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 일부는 카더라 식의 루머라고 하지만 중국 정부가 자국 언론을 통해 한국을 상대로 치밀한 심리전을 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언론은 연일 사드 배치로 인한 자국 안보 위협으로 한중간 문화, 경제 교류 지속이 어렵고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중국의 유엔제재 동참이 어려워지며 이는 한반도 비핵화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사설, 칼럼을 쏟아낸다. 중국 정부는 침묵하는데 중국 언론이 대신 한국에 대해 험한 소리를 쏟아내는 것은 중국체제의 특성상 실제 한류 등에 대한 제재가 집행 과정에 들어갔다고 보아야 한다. 중국 정부와 언론은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을 시진핑 주석은 최근에도 크게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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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김천시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제3의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8일 오후 경북 김천시 조마면 일대에 ‘김천 염속산 사드 배치 반대’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플래카드 바로 밑 가장 높은 산이 김천 염속산이다.한편 한반도 사드배치 결정은 지난달 8일 한국과 미국 공동 실무단에 의해서 공식 발표됐다. <사진제공=뉴시스> |
한국 정부는 사드 배치가 급작스럽게 이뤄지면서 졸속 결정이라는 비판 속에 국내외에서 쏟아지는 공세에 샌드위치가 된 모습이다. 사드는 미국 무기인데도 한국 정부가 대신 나서서 북한 방어용이라는 변명과 해명에 앞장서 대리전을 벌이는 꼴이다. 미국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정권은 ‘외부세력’, 종북‘ 논리를 앞세워 국내 비판을 잠재우려는 무리수를 두거나 대통령이 나서서 성주 부근에 새로운 배치 장소를 물색할 방침을 밝히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중국이 문화, 경제 부문에서 보복성 조치를 취할 가능성 등에 대해 한국 정부 고위관리들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가로운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한류 산업 쪽에서부터 찬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 고위관리들의 태도는 박 정권이 지난 연초에 개성공단을 전격 폐쇄하면서 현지 투자 남측 기업들이 날벼락을 맞는 식의 피해를 입어 ‘자해 제재’라는 비판이 나왔던 것을 연상시킨다. 개성공단 폐쇄로 인해 북한 경제가 휘청거린다는 말은 아직 나오지 않고 투자기업들은 여전히 비명을 지르고 있다.
사드 배치로 한류 산업계와 한중 경제계의 고민과 불안감에 대해 정부는 아무런 대비책을 내놓지 못하는 딱한 모습이다. 야당 의원들의 중국 방문에 날을 세운다. 중국에 대해서 보다 집단 단속에 치중하려는가. 청와대는 북한에 이어 중국에게도 대화의 문을 닫고 힘겨루기를 하려는 태세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수출과 한류가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 칼자루를 중국 측이 쥐고 있다.
박근혜 정권이 미국과 사드의 한국 배치를 결정했다면 그에 대한 중국의 대응 등은 미리 충분히 대비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했다. 동북아에 신냉전이 시작되는 것과 같은 민감한 주제에 대해 정부가 충분히 심사숙고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일본군 성노예문제를 일본과 불가역적 조건으로 덜컥 합의한 것과 엇비슷하다. 국민과 소통하면서 대외적으로 성숙한 정부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