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와 그녀는 그야말로 꿈 같은 시간들을 보냅니다.
마침내, 그녀의 집에서 밤을 함께 보내게 된 헨리와 루시.
그러나 다음 날 아침, 헨리는 루시의 비명 소리에 정신이 듭니다. 안타깝게도 기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당신 누구야? 스토커? 변태? 뭐 하는 인간이야?"
"다 설명할게요. 루시."
간신히 그녀를 진정시키고 그녀가 비디오를 보는 사이 얼음 찜질을 하는 헨리.
"그런데 헨리, 자네 알래스카로 떠난다고 하지 않았나?"
"네 맞아요. 10년 전부터 돈을 모으고 준비를 많이 해 왔죠. 하지만 지금은 갈 생각이 없어요. 지금 그녀는 조금씩 나를 기억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달라지는 그녀의 태도를 느낀다고요. 만약 제가 지금 떠나버리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거에요."
그런데 비디오 시청을 끝낸 그녀가 문 틈에서 헨리의 말을 듣고 있네요. 그녀의 병이 헨리의 미래를 가로 막고 있다는 생각에 루시는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심지어 그녀의 아버지조차 헨리의 희망찬 말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죠.
"그 아이는 네가 달에 갔다 와도 모를거야."
그 날 오후, 루시가 헨리를 찾아 옵니다. 하지만 그녀의 태도는 헨리를 불안하게 만듭니다.
"미안해요. 우리 헤어져요."
"왜 이러는 거죠. 당신은 나를 잊지 않기 위해 매일 일기장에 저와의 데이트 일화들을 적어 왔어요. 당신은 기억하지 못 하겠지만 우리는 서로 즐거운 시간들을 많이 보내 왔어요."
"그래서 헤어지자는 거에요. 더 이상 제 시간 속에 당신을 붙잡아 두고 싶지 않아요. 가서 꿈을 이루세요. 저는 오늘 일기장을 다 불태울 거에요. 당신을 완전히 없던 사람으로 잊어 버리겠어요."
그 날 밤, 그들 사이에서 일기장이 거짓말처럼 불타 오릅니다. 마지막임을 직감한 그들은 슬픈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다 눈물과 빗물이 섞인 깊은 키스를 나눕니다.
"잘 가요 헨리."
"잘 있어요 루시."
그러나 헨리는 그녀를 도저히 잊을 수 없습니다.
"그녀를 만나고 싶어요."
"안 돼. 루시의 결정이고 헨리 너의 결정이었네. 이제 내 딸은 잊어주게."
그들은 헨리의 직장인 동물원에서 다시 재회하지만,
그녀는 헨리를 전혀 기억하지 못 합니다. 헨리는 슬픈 눈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기만 합니다. 마침내 헨리는 하와이를 떠날 결심을 하게 되죠.
알래스카에 갈 준비를 마친 헨리가 보트에서 내려 친구와 아이들과 인사를 나눕니다.
"헨리 삼촌, 잘 갔다와요!"
그런데 뒤를 돌아본 그 곳에 루시의 아버지와 오빠가 서 있네요.
"잘 갔다오게. 자네의 노력에 진심으로 감사하네."
"네. 언젠가 다시 뵙도록 하죠."
"이건 내 선물이네. 궁금해 할지 몰라 말해주지만 그녀는 지금 병원에서 미술을 가르치고 있어."
모두와 작별 인사를 나눈 뒤 헨리는 보트에 시동을 겁니다.
곧 보트 위로 헨리가 선물로 받은 CD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노래를 따라 부르던 헨리는 오열하기 시작합니다.
"이 망할 영감탱이야! 왜 나한테 비치 보이스의 CD를 준거야! 더 아파하라고? 그녀를 잊지 말라고?"
그런데,
"잠깐, 비치 보이스? 이 노래는 그녀가 나를 만났을 때마다 흥얼거렸던 그 노래인데?"
"맞아! 그녀가 나를 잊지 않은 것이 틀림 없어! 날 기억하는 거야!"
헨리는 그녀가 일한다던 병원으로 보트를 돌립니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죠.
"루시! 나를 기억하지 못 하나요?"
"누군지 전혀 모르겠는데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가 볼게요."
"잠깐만요! 보여줄 것이 있어요."
루시를 따라 간 그 곳에는 온통 헨리의 초상화가 걸려 있습니다.
"나는 당신의 이름도 몰라요. 하지만 매일 당신의 꿈을 꿔요. 왜일까요? 당신은 누구죠?"
"당신 예전 일기장이 온통 나에 대한 얘기로 가득했었죠. 당신은 그 것을 없애 버렸어요. 날 불행하게 만든다고. 하지만 그건 실수였어요. 내 인생을 행복으로 가득 채워줬던 사람, 내게 새로운 매일을 선물해 줬던 사람은 내가 아닌 당신이었어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해요."
마침내, 그들은
영원할 법한 깊은 키스를 다시 나눕니다. 이대로 이들의 얘기도 끝나는 것일까요?
그리고, 어느 날 그녀가 눈을 뜹니다. 그녀의 눈 앞에는 역시나 비디오가 놓여 있고, 그녀는 비디오를 재생시킵니다.
그런데 그녀의 눈 앞에 헨리와의 결혼식이 펼쳐집니다!
"헨리는 루시를 아내로 맞아 영원히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물론이죠, 물론입니다."
"물론이라고? 언젠가 넌 어쩔 수 없이 방어전을 치르러 침대 위에 억지로 올라 가겠지. 그 때도 이런 맹세를 할 수 있을까?"
"음.. 근데 지금 네 아내가 여기 와 있어."
"여보! 농담이야. 대본에 이렇게 써 있네? 재밌지 않아?"
결혼식 화면이 꺼진 비디오에서 문득 헨리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안녕 여보. 잘 잤어?"
"어서 나와, 아침 먹어야지. 나와서 당신 딸 아이도 보고."
"지금 밖에 추우니까 외투 껴 입는 것 잊지 말고."
무슨 소리인가 싶어 커튼을 걷은 루시의 눈이 놀라 휘둥그레집니다!
알래스카. 마침내 헨리는 포기하지 않고 그녀를 알래스카에까지 데려온 것이죠.
외투를 껴 입고 나간 그 곳에는 그녀의 남편, 헨리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그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보 잘 잤어? 얘야 가서 엄마한테 인사해야지."
"맙소사, 너무 놀라워. 너무 행복해. 이 모든 것이 꿈만 같아."
헨리는 그녀에게 다가와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춥니다.
"자 이건 내 굿모닝 키스. 자기 아버님한테도 인사 하고."
"안녕 아빠!"
그녀는 믿기지 않은 얼굴로 자신의 딸 아이를 바라봅니다.
알래스카에서 헨리의 보트가 마치 별처럼 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