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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겨레와 여성학자 정희진에게 묻는다
세상을 남녀로만 구분하는 학자와 진보언론의 야합
7월 30일 한겨레 토요판에 개제된 여성학자 정희진 씨의 기고문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sec&oid=028&aid=0002327442
※글을 읽어보시기 전에 상단에 링크된 정희진 교수의 칼럼을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요즘 한겨레와 진보언론은 메갈리아 옹호에 열을 올린 듯하다. 그 중에서도 한겨레는 유독 더한 것 같다. 메갈리안(메갈리아 이용자)들의 남혐은 여혐이라는 사회적 부조리가 만들어낸 여성들의 어쩔 수 없는 대응이라는 듯한 말까지 쏟아낸 것을 보면 말이다. 진보 매체들이 조중동과 같은 언론들에 비해 사람들이 대체 왜 그러한 일을 저질렀는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의 목소리를 알리는 것에 집중한 것은 이해하겠다. 그러나 이 메갈리아 사태는 그간 있어왔던 노동운동이나 억울하게 범죄자가 된 이들의 변명과는 맥락이 다르다. 하지만 진보 언론들은 이 것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체하는 것인지 메갈리아의 비상식적 행태를 미러링이라는 저항수단으로 정당화하고 있다. 7월 30일 한겨레에 올라온 여성학자 정희진 씨의 칼럼은 그 중에서도 정점을 찍는다.
칼럼은 먼저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개돼지 발언과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이 일을 그런 비상식적인 일과 동일시한다. 그 후 성우 김자연 씨의 티셔츠 착용 사건과 정의당의 논평 철회를 언급하며 자본과 진보세력 모두 남성으로 지배되었다고 주장한다. 그 뒤에는 일베를 언급한다. 그런데 여기서 정 씨는 흥미로운 말을 한다.
‘메갈리아는 일베에 조직적으로 대응한 유일한 단체다’
정 씨의 말을 빌리자면 메갈리아는 일베가 짓밟은 사회 집단 중 조직적으로 대응한 유일한 당사자 집단이라고 한다. 이것은 여성들의 용기가 특출해서가 아니라 피해자 중 그나마 강한 집단을 구성한 여성이 뭉친 것이라 한다. 더불어 진보 남성들과 국가는 메갈리아의 뒤에 숨었다고 한다. 그런데 진보정당은 기업이나 무능한 정부가 아닌 여성과 싸우고 있단다. 더욱이, 정 씨는 말한다. 고마워하라고. 메갈리아는 일베에 맞서싸운 유일한 단체이니 말이다. 그 뒤에는 메갈리아가 여자 일베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베와 같은 여성혐오에 대한 젊은 여성들의 분노이고, 그 분노가 조직화되고 부조리한 사회와 맞서싸우는 것이 작금의 메갈리아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그녀는 덧붙인다.
‘일베와 맞서 싸우기 위해서 주먹이 필요한가, 페미니즘 이론이 필요한가. 아니면 중산층 여성성이 체화된 교양 있고 우아한 언어가 유용할까?’
그 뒤 나타나는 정 씨의 주장은 더더욱 가관이다. 메갈리아에서 말하는 미러링은, 하나의 가정이란다. 결코 ‘너희도 당해봐라!’가 아닌 ‘우리가 이래보면 그들은 어떨까?’라는 의도란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일부’ 메갈리안들의 과격한 방법인 미러링은, 기존의 방법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니 이해하려고 하지 말란다. 그러면서, 미러링은 남성들의 여성혐오를 거꾸로 보여준 것이란다. 이에 대해 화를 내는 것은, 기존에 남성들만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거친 언어를 뺏긴 것에 대한 남성들의 분노라고 간단하게 정의하신다. 또, 남성들에게는 이것을 이해하라고 말한다. 이것을 이해하는 것만이 가부장제를 없앨 수 있는 것이며, 이것이 미러링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말한다. 후반부에서는, 정 씨는 과거 식민지배를 당했던 국가와 제국주의 정책으로 식민지를 지배했던 국가의 남성들이 같을 수가 없다며, 한국 사회는 서구 사회와 달리 남성이 가부장으로 책임을 다하지 않는 사회이니 여성의 노동이 많은 것이 당연한데 한국 남성들은 이것을 여성상위시대로 인식하고 열등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미국과 달리 성차별에 대한 의식이 없어 공식석상에서 조차 차별이 행해진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남성들은 자신의 발언과 행동의 의미에 대해 모르며, 그 것을 알기 위해 술을 마시고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글은 끝난다.
(너무 장황한 요약이었다. 독자들께 죄송하다.)
정희진 씨에게 묻고 싶다. 대체 이 사태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은 한 것인가? 정 씨의 말만 듣는다면, 이 일에 화를 내고, 항의한 남성들은 미치광이가 맞다. 하지만 상황을 제대로 파악한다면 정 씨의 말에 동조하기는 힘들 듯 하다. 정 씨의 글의 문제에 대해 한 번 짚어보겠다.
1. 단순한 티셔츠를 하나 입어 불이익을 본 김자연 성우?
정 씨는 글에서 김자연 성우는 티셔츠를 하나 입었는데 이런 일을 당했다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또한 그간 다른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여성들은 아무 피해를 입지 않았으나 ‘Girls do not need a woman’이라는 내용의 티셔츠를 입어 박해를 당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희진 씨에게 묻는다. 이 일의 사실관계에 대해서 최소한의 검색 정도는 해보시고 칼럼을 쓰셨는가? 정 씨의 주장은 한 쪽으로 매우 편향되어 있는 것을 떠나서 사실관계가 틀렸다. 그녀가 말하는 소위 ‘남성’들이 화가 난 이유는, 그 티셔츠를 판매하는 주체와 그 것으로 만들어진 이익금의 사용처다. 판매주체인 메갈리아4는 메갈리아에서 파생된 사이트다. 혹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메갈리아4는 온건하다. 당신들이 생각하는 강경 메갈리안들은 워마드라는 사이트로 옮겼다.’ 그런데 이 티셔츠 디자인 과정과 판매 과정에서 그 워마드 회원이 개입한 것이 드러났다. 다음으로 이익금의 사용처. 칼럼 위에 기술된 편집부장의 말대로 페이스북 고소비용으로도 쓰이지만, 과거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회원을 지원하기로도 계획이 되어있단다. 대체 왜 이러한 사실들은 다 빼고 말씀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본적 사실관계는 파악해주시길 바란다.
2. 정의당의 논평철회=여성 노동자을 포기한 행태?
정의당의 논평에서 문제가 된 것은, 메갈리아는 일부 문제적 게시물들 외에는 타 사이트와 다를 바 없는 정상적 사이트라는 언급과 함께 일베에서 오늘의 유머 사이트를 음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짜깁기한 자료를 들고온 것이었다. 그런데 정 씨는 그런 내용은 쏙 빼고, 정의당이 사실상 노동자와 기업의 갈등에서 손을 뗀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정의당은 노동 문제를 성의 문제로 바꿨다고 비난한다. 노동자가 당하는 차별이 아닌 남성들의 일방적 주장에 항복을 했다고 말한다. 노동자가 아닌, 기업과 싸우란다. 제3자 개입법도 없어졌으니, 3자로써 제대로 대응하란다. 그러면서 말한다. 대한민국의 진보는 진보 이전에 남성이라는 정체성에 더욱 철저하다고 말이다. 물론 개인의 이념에 따라 노동자가 직장을 잃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 아니 정 씨가 알아야 할 점이 있다. 애초에 정 씨는 넥슨에서 월급을 받는 정규직이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에 대한 대가를 녹음비로 받는 프리랜서 노동자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정 씨는, 이 문제가 마치 억울하게 해고된 여성노동자의 일인 것 마냥 소개한다. 회사와 합의했다는 김자연 성우의 해명에는 ‘그래, 네 마음 우리가 이해해. 나도 옛날에 이런 적이 있었거든.’이라는 말로 그닥 들을 필요가 없는 말인 것 마냥 반응한다. 정희진 씨에게 또 하나 말씀드린다. 사실관계 파악은 어느 글에나 필수적이다. 진영논리에 갇혀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면, 당신의 글은 실수로 범벅되어있다. 또, 무능한 국가와 먼저 싸우라고? 논점을 흐리지 마라.
3. 메갈리아는 일베에 조직적으로 맞서싸운 최초의 단체?
인터넷 안 하시는 건 알겠다. 일베가 모욕하는 거의 모든 것에 속해 와서 국가에 묻고 싶으신 것도 알겠다. 그런데, 일베에 조직적으로 맞서싸운 최초의 단체가 메갈리아라고? 정당, 진보 세력, 시민단체 다 뭐했냐고? 그동안 남성들과 진보정당들은 메갈리아에 아무 것도 한 일이 없으니 조용히 하고 감사하라고? 기존에 가장 대표적으로 일베에 반대했던 커뮤니티인 오늘의 유머, 일베의 5.18 모욕 발언이 나올 때마다 법적대응했던 5.18 관련 시민단체 이런 곳은 뭐 단체로 인정조차 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 정희진 씨가 생각하시는 저항은 ‘일부’ 메갈리아에서 하듯이 미러링을 통해서 보여주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들의 방식으로 나름대로 열심히 일베와 싸워온 사람들을 싸잡아서 모독하지는 마라. (설마 필자를 일베로 모실 생각이라면, 틀렸다. 지금은 수도권 살지만, 필자는 호남사람이다. 조상 대대로.)
4. 일베, 그리고 그들과 같은 남성들로 교직된 사회에 맞서싸우기 위해 여성들도 똑같이 행동하라?
우선 정희진 씨에게 묻고 싶다. 미러링은 남성과 같은 언어를 사용한 뒤의 사회적 반응 그 자체가 여성운동이라는 시각에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왜 계속 한남충, 씹치남과 같은 어휘만 소개하시는지 모르겠다. 메갈리아는 남자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있는 대학생의 몰카를 촬영하고, 유치원 교사라는 사람이 남아와 성관계를 맺고싶다며 ‘좆린이’라고 묘사하고, 거기에 대다수가 동조하는 그런 곳인데 말이다. 설마, 정희진 씨가 칼럼 내내 행동이 아닌 언어라는 단어만 이용하시는 이유가 그들의 행태를 정말 몰라서 인가? 모르신다면 알아보시고, 알고계신다면 계속 묻는다. 상술한 것과 같이 비도덕적인 일을 일삼는 것을, 단순히 미러링이라는 말로 정당화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 이 것 또한 이해를 해주어야 하는가? 기존의 여성운동이나 사회운동, 그리고 남성의 시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니,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가부장제 타파에 일조해야 하는가? 이렇게 비도덕적인, 범죄에 가까운 일에 반대한다면 그 것 역시 일베에는 침묵하다가 자신들의 기득권이 파괴되자 두려워하기 시작한 남성들의 분노인가?
(아, 참고로 메갈리아에서는 자신들과 의견이 좀 다른 이들을 명예자지라고 부르며 모욕한다. 여권신장을 위해 같은 여자마저 비난하는 것, 이 것도 여성들의 조직화의 산물인가?)
5. 식민지배를 당했던 국가의 남성과 제국주의로 식민지를 지배했던 국가의 남성은 같은 수 없고, 전자의 국가에서는 가부장이 역할을 다하지 않으므로, 여성의 역할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이 것을 여성상위시대로 여기며 열등감을 느끼지 마라?
‘한국의 남성성은 책임감, 부양자/보호자 의식, 자율성 등 전통적인 서구 백인 중산층의 남성성이 아니며, 제3세계나 피식민 지배를 경험한 남성성과 제국의 남성성은 같을 수 없다. 남성이 가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는, 혹은 할 수 없는 사회에서 여성의 노동과 역할은 많을 수밖에 없다. 이들 여성 중 몇몇은 미디어에 의해 과잉 재현되어 마치 모든 여성이 ‘출세’한 것처럼 보이고 남성은 여성 상위 시대(‘흑인 상위 시대라는 말이 가능한가’)라고 착각하게 된다.’
대체 어떠한 근거로 이런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다. 한국의 남성이 서구 백인 중산층 남성보다 어떤 부분에서 책임감, 부양의식, 자율성이 떨어지고, 왜 그런지 정확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칼럼을 쓰는 것이 말이 되는가? 학자라는 분이, 이런 전문성을 요하는 말을 하면서 아무 근거도 제시하지 않는 것이 말이 되는가? 전제에 필요한 최소한의 근거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칼럼을 쓰시겠다고 하시는 건가?
6. 한국 남성은 차별에 대한 자각이 없기 때문에 공식석상에서 대놓고 비상식적 언행을 일삼으며, 그러한 일로 인해 자신이 피해를 보는 것에 대해 피해의식을 느낀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그런 말을 하고, 네티즌들로부터 옹호를 받았는가? 제발, 일부의 잘못된 언행을 가지고 전체가 그렇다는 잘못된 생각은 가지지 마시길 부탁드린다. 요즘은 초등학교, 아니 유치원에서부터 어떤 행위가 성폭력인지 가르친다. 대체 여성학자라는 분이, 여성가족부 자문위원까지 지내신 분이 그런 비상식적인 말을 하시면 어떻하자는 건지 참 안타깝다.
마지막으로, 한겨레에 묻는다. 일단, 한겨레 편집국장은 이 칼럼을 소개하며 그 내용에서부터 오류를 범했다. 문제의 티셔츠의 사용용도는 페이스북과의 소송용도로만 쓰인다는 오류 말이다. 그리고 대체 왜 이런 편향된, 사실관계마저 왜곡하는 학자의 글을 개제하는가? 설마 이래놓고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런 말을 할 것이라면, 정말 실망이다. 또 메갈리아의 행태를 미러링이라며 기술하는데, 정치권이나 다른 이들에 대해서는 항상 절대적인 도덕성을 요구하던 한겨레가 갑자기 왜 그런 비도덕적 행동을 옹호하는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제발 언론으로써의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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