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린치에 따르면 ‘집단 극화(group polarization)’는 어떤 의견을 제시할 때 합리적 근거를 내놓지 않고, 다수의 입장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실제로 기업, 정당, 작가들을 향해 압력을 행사하는 남성들은 한국의 성차별이 매우 심각하다는 실질적 근거들을 외면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가 2000년부터 부동의 1위이며, 2014년 기준 여성의 임금은 남성에 비해 36.7%나 적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유리천장지수가 조사대상 29개국 가운데 29위라는 사실도 배제한다.
메갈리아를 단순한 막말집단으로 두들겨 남성 기득권 체제를 유지하려는 그들은 스스로를 스마트폰섬에 유배시킨 채 일부 사용자들의 미러링에 의한 극단적 표현 수위만을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는 근거로 삼는다.
이렇게 형성된 새로운 ‘부족’은 다원주의나 합리적 근거 대신 사회적 약자를 괴롭히는 방향으로 돌진한다.
인터넷은 이제 상상보다도 더 강력해졌다. 이제 하나의 삶 그 자체다. 하지만 여론의 극단화 현상을 이끄는 ‘네트워크 악마’로서의 이빨도 드러내고 있다.
의심과 질문이 더 많아져야 한다. 영국왕립학회의 좌우명은 “누구의 말도 곧이곧대로 믿지 마라(nullius in verba)”이다. 인터넷에도 이런 좌우명이 필요해진 것 같다. <유승찬 | 스토리닷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