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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74971
    작성자 : 걸어
    추천 : 21
    조회수 : 4301
    IP : 113.52.***.194
    댓글 : 11개
    등록시간 : 2014/12/01 03:22:05
    http://todayhumor.com/?panic_74971 모바일
    (19)그해 겨울 -들어가는 글- 좀비 아포칼립스
    dfdf.jpg


    그해 겨울

     

    들어가는 글

     

    2013/11/09

     

    여느 때와 같은 그런 날이었다.

    부스스한 머리를 툭툭 털고 어지러운 침구류 어제 중간고사가 끝났다며 친구 녀석과 같이 마신 막걸리병과 이리저리 널려있는 담뱃재. 산만한 집안 꼴을 보니 그저 한숨만 푹 내쉴 수밖에 없다.

     

    15:32

     

     

    TV위의 전자시계는 내가 일어난 시간을 정확히 가르쳐 주고 있었고 겨울이 다가오는지 해는 점점 짧아져 이 작디작은 원룸 끝에 걸려있었다. 평소와 같이 담배를 꼬나물고 불을 올리고, 어차피 비어있을 냉장고 밤새 우렁 각시라도 들었나 싶어 뒤적거리다가 다시 침대위로 몸을 눕힌다.

     

    에이 시발

     

    지난밤의 끔찍한 악몽이라도 잃어버리려는 듯이 씹어 먹듯 뱉은 욕설과 흉부 깊숙한 곳에서 뿜어낸 담배연기가 방 한곳으로 스며들었다. 습관적으로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키고 보니 인터넷 먹통

     

    이건 왜 또 지랄이야

     

    다시 한 번 욕을 씹어 삼키며 환기라도 시킬 가 싶어 열어본 베란다 밖은, 처참했다.

    그리고 내가 알던 이 곳은 너무도 많이 변해버렸다.

     

     

    기억이 정확하게 들어맞는다면 내가 좀비를 처음 접한 건 아마 어릴 적 했던 비디오 게임 레지던트 이블(바이오 하자드) 두 번째 시리즈의 좀비였을 것이다

    그 땐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보기에는 너무 어렸고 그렇다고 10살 초등학생에게 재미있는 영화라며 피가 튀고 살이 찢기는 b급 좀비 미디어 매체를 빌려주는 정신 나간 사람들은 없었기 때문일지는 모르겠지만 난 낡은 플레이스테이션에서 처음으로 좀비를 접했다.

     

    그 뒤로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좀비를 탐구했고 후에는 정신없이 좀비 그 자체를 찾으며 즐겼다. 좀비를 구경이 큰 총알로 벌집을 만들며 전진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멋있다고 느끼고 직접 그 상황에 처하면 나는 어떻게 할까라는 망상도 하며 헛웃음을 짓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28시간 후, 랜드 오브 데드, 하우스 오브 데드 최근에는 월드 워z와 레프트4 데드 까지 새로운 것에 목말라 있었고 하루를 아니 한주를 낭비하며 탐구하는 것에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근데 그게 지금은 현실이 될 줄이야.

     

     

    베란다 문을 열고 바라본 세상은 내가 지금 것 봐온 b급 영화보다 더 b급 영화 같았다. 아스팔트 바닥에 널려있는 핏자국 그 위에 엎어진 사람 아직 신경은 살아 있는지 간헐적으로 움직이는 사체 그 주위로 널려진 사람의 내장기관으로 보이는 덩어리들 그리고 그걸 아귀처럼 뜯어먹는 또 다른 사람

     

    ? ...? 어어..? ?”

     

    사람이 놀라면 비명도 안 나온다는 사실을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사람이 사람을 뜯어먹는 광경을 보며 그저 멍하니 쳐다만 보며 ?” 이 한마디만 무의식적으로 반복해서 중얼거리며 피해야 된다거나 문을 닫는다거나 그런 일차원적인 생각조차 해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곧 턱 운동을 멈추고 날 향해 고개를 돌렸을 때 집이 3층인 것조차 생각지 못하고 그저 주저앉아 버렸다.

     

     

    현실을 직시하고 상황에 적응하는 건 꽤 힘든 일이다.

    남자들은 아마 다 알 것이다 첫 군 생활 첫 이등병 때 본인이 얼마나 어리버리하고 멍청했는지 일단 문부터 걸어 잠그고 원룸 한구석에 덩그러니 있는 침대 속 이불속에 들어가 손톱만을 물어뜯으며 고민에 빠졌다.

     

    지금 사람이 사람을 먹는 모습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대체 무슨 상황이 벌어진거지? 이런 여러 가지 말도 안되는 고민에 2시간여를 이불속에 틀어박혀 손톱이 깨지고 피가 터져 나올 때까지 가만히 앉아 있었다. 침대가 주는 포근함은 그나마 내가 이성을 되찾는데 도움을 주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좀 더 이성적이고 냉정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냉정해지자 냉정해지자를 반복하고 또 반복해 몇 가지 의문과 결론이 나왔다

     

    아버지는? 동생은? 가족들은 친구들은 어쩌지 나 혼자만 있으면 어쩌지 어떡하지?

     

    미국 헐리우드 액션 영화의 근육 우락부락한 백인 마초처럼 벽장을 열면 나올 수 있는 총포류는 내 손에 없으며 우리나라는 총기류 소지가 합법이 아니라 찾을 수도 없고 구할 수도 없을거고 내 주변엔 나를 위해 희생해줄 좋은 흑인 친구도 없어

     

    워킹데드나 월드 워z 의 좀비처럼 저들이 어떤 것에 반응하고 어떻게 사람을 인지하고 달려드는지 모른다. 그리고 어떠한 감염경로를 가졌는지 호흡으로 아니면 직접 물리거나 긁혔을 때 감염이 되는지 워킹데드처럼 말 그대로 언데드 주술적의미의 시체 온몸이 썩어 문드러져도 걸을 수 있고 움직일 수 있는지

     

    영화의 좀비처럼 몇 년 몇 일이 지속되고 계속될지 지금은 겨울이라 시체가 부패해서 움직일 수 없는 시간이 여름보다 좀 더 길 것인가? 사람이란 한 부분이 어긋나도 굉장히 불편함을 느끼고 움직이기 힘든걸 알고 있지만 어찌 될까?

     

    인터넷에 본 글처럼 시체가 부패하기 시작해 움직이지 못하고 언제쯤 자연으로 돌아갈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무기가 될 만한 물건은? 방어할 수 있는 여건은? ‘월드 워z’의 그리고 28시간 후의 좀비들처럼 미친 듯이 뛰어다니지는 않을지

     

    우리나라 군대는 뭐하지 집안에 틀어박혀 있으면 괜찮을까? 내가 먹을 수 있는 식량이 얼마나 있지? 라면은 염분이 많아서 전쟁식량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하던데 근처 슈퍼를 털어야하나? 전기는 인터넷은?

     

     

    일단은 살아남자 살아서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희경이 하나하나 다 찾아가자 반복해서 나온 호기심들을 정리하고 적어두어 하나하나 실행에 옮겨야겠다.’

     

    이 생각을 마지막으로 책장에 박혀있던 노트를 꺼내들어 옮겨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첫장 맨 위에

    살자 살 수 있을 것이다

     

    이 한마디 말만을 적어두고 천천히 몸을 옮겼다.

     

     

    18:52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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