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캐치볼.
톰톰,오모,섭섭 야구가 고프던 날.
찬바람이 싸늘하게 두 뺨을 스치면~~~
하던 호빵 광고 기억나시는지요? 20대초반 정도만 되어도 이 광고 기억 나실겝니다.
어릴적 티비에서 그 광고만 나오면 엄마 치맛자락 붙잡고 저거 사달라고 조르곤 했었는데
이젠 호빵 광고의 호빵을 보면 야구공이 가장 먼저 생각나네요.
..맛이 간 게 틀림없습니다..ㅜ
그러나 이것은 많은 야구인들이 겨울이 오면 대부분 한 번씩 겪는 증상이기도 한 것!!
이미 학계에서 용어로 정립된지도 오래지요.
이름하야 빼.쓰.볼.금.단.증.상!
동그란 물체만 보면 가서 던지고 싶고, 길다란 것만 보이면 가서 휘두르고 싶어지는 몹쓸 병으로 알려져있는데요.
보통 겨울에 발병하며 식욕부진, 성욕감퇴등 각종 부작용을 동반한다라는 카더라 통신도 있는데
하이텔 나우누리 시절부터 있던 것이라 믿을 사람만 믿으시면 될 것 같아요~
사실 빼쓰볼금단증상을 겪는 환자는 제 주변에도 여럿 있는데 야구가 고팠던 그날도 제 옆에서
"왕이신 베이스볼~ 빼쓰볼~~♪ 높임을 받으소서~♬ 찬양하리라~~♪"
따위의 이상한 노래를 부르는 친구가 하나 있었죠. 오모라고..
그 놈 참 한심하다고 생각하며 디자인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제 입에서도 허밍처럼
"흐으응~♪ 왕이신~ 베이스볼~ 빼쓰볼~ " 같은게 흘러나와 저도 모르게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ㅠ
혼자 밥에 국 떠먹다가 방구 뀌고 화들짝 놀라듯 말이에요 ㅠ.ㅠ
일단 가슴을 진정시키고 왜 그랬는가 생각해봤더니..
"야구뽕쟁이들은 한동안 야구뽕을 맞지 못하면 높은 확률로 요따위 금단증상이 온단다.." 라고 ..
3년 전 삘리삔 세부에서 만났었던 애널스메디슨 횽님의 말씀이 떠오르더라 이겁니다.
뭐..그 분 지난 주에 돌아가셨지만 말이에요.
하여간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찬양가를 부르던 친구는 침도 좀 흘리는 것 같았는데,
하루하루가 다르게 진행되는 그의 탈모 속도처럼 노래와 함께 영혼도 빠르게빠져나가는 것이 눈이 보이더군요.
희끄무레하게요. ㅋㅋㅋ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소리쳤죠! "야 안되겠다. 일 접어두고 나가서 캐치볼 좀 하고 오자!"
그러자 언제 침을 흘렸냐는 듯, 벌떡 일어나는 오모.
그리고 작업실 한구석에서 야동 (물론 야구동영상)을 보던 섭섭사원까지
5분대기조의 몸놀림으로 글러브와 가방을 챙깁니다.
그리곤 근처 천변으로 출발!!!
아마도 올 겨울 가운데 가장 따뜻했을 1월 5일 일요일.
오래 참았던 꼬추들은 보름동안 쌓여있던 그것을 한껏 내뿜습니다.
(가주어가 지칭하는 것은 당근 야구입니다. 오해는 노노)
"어이 탈모~ 아니 오모. 완숙에 이르른 내 공을 한 번 받아보겠나? 자 간다!! 31세의 매그넘슛!!!~ 쓔아앙~"
"오오 제법이잖아? 핫핫핫 하지만 너보다 한살이 더 많고 몸무게는 20kg쯤 더 나가는
내 공은 니가 받아본다면 어떨까? 자 받아랏! 32세 돼지콜레라슛!!"
80km 매그넘슛과 90km 돼지콜레라슛이 난무하는 가운데 이날 따라 유난히 폼이 나오지 않았던 섭섭사원.
2년 전, 모두의 입을 벌어지게 만들었던 하이에나씨의 손목선풍기 권법 못지 않은
티라노슛으로 톰톰과 오모의 배꼽을 빼놓습니다.. 그래서 더 즐겁기도 했지만 말이에요 ㅋㅋㅋㅋ
그리고...뜬금 없지만, 빼쓰볼갓님께서는 이리 말씀하셨어요.
어차피 생활야구란 안 다치고 즐기면 그만이다!
톰톰 오모를 비롯하여,
프로동네야구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이미 신실한 빼쓰볼갓의 신도 아니겠습니까?
그리하여 맞으면 아프고, 잘못 맞으면 뼉따귀도 뿌러질 수 있다는 경식구를 버려 버린지 오래.
연식구를 사용하는데 맞으면 아픈 것은 똑같아서 어지간하면 저는 그냥 피하는 쪽을 선택합니다.. ㅋㅋㅋ
탈모오모가 자꾸만 겁쟁이라고 놀리는데 그냥 안아프고 겁쟁이 할래요.
어쨌든, 캐치볼로 몸도 풀었겠다. 이제는 투수 흉내도 내보고 싶어지는군요?
프동야 나가면 120km 짜리들이 날아다녀서 저의 80km 매그넘슛이 좀 별스럽지 않게 보이는 감이 있습니다만,
안양천 변에서라면야 으핫핫. 저의 홈스타디움 아니겠습니까? ㅋㅋㅋㅋ
칼제구와 바람을 찢는 매그넘슛으로 오모의 포수미트가 거의 뚫릴 뻔 했다는 후문입니다.
그리고 다음 투수는 오늘 갑자기 신내림을 받은 것처럼 티라노슛을 쏘는 섭섭사원.
웃긴데 참 슬픕니다. 그래서 생겼나봐요. 웃프다 라는 표현이..
누가 지었는지 참 잘 지었다고 생각하며,, 그가 투구하는 내내 웃펐습니다. ^.ㅠ
(운동 끝나고 오랜 친구랑 술 마시러 가더군요. ㅠ 너무 상심 말긔요)
그리고 이제 오모차례.
이 친구 그래도 왕년에 100km는 가볍게 스트존에 던져넣는 제구형 뚱보였는데 많이 바래졌습니다.
그러나 썩어도 준치는 준치. 손 끝에 맛이 있어서 탁 하고 채는 걸 보면 참 부럽습니다.
빌어먹을 저는 죽기전에나 한 번 느껴볼 수 있을 것인지..ㅠ
그렇게 한참을, 그러니까 다섯시간쯤 놀았나봅니다.
해도 떨어지도, 배도 고프고,
자꾸만 그물에 공을 던지는 섭섭사원의 얼굴 역시 계속 어두워져만 가고..
하지만 간만에 야구뽕에 취할 수 있었던 하루였다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생활야구 캐치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체육활동인지.
2011년 여름에 시작한 이 운동에 완전히 빠져버린 지금.
더 많은 사람들과 공을 서로 주고받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져만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