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남자입니다.
우리나라가 메갈리아 관련해서 참 떠들썩하네요.
최근 시사게시판에 와보면 다른 정치적 이슈는 다 잠식돼 버리고 메갈을 공격하는 글 뿐이더군요.
그쪽 세계에 대해 무지했던 저도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해서 판단해보기로 했고, 메갈을 접속해봤습니다.
장난 없더라고요.
여성 인권을 보호하는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 뒤에는 남성에 대한 혐오가 자리잡아 있었습니다. 최소한 그 사이트에서는요.
제가 실수로 일베에 들어간 게 아닌가 싶기도 했죠.
그곳에서는 모든 한국 남자는 성욕에 이성을 잃은, 잠재적 성범죄자로 취급됩니다.
가정속의 아버지는 성역할 강요, 억압의 상징이었고, 외국인 남성은 (사이트 취지와는 모순되게도) 백마 탄 왕자님처럼 묘사되죠.
일베를 처음 접했을 때의 감정이 치밀어올랐습니다. 제가 일베인을 싫어하는 만큼 메갈인에 반감을 가지게 됐습니다.
오유에서 메갈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메갈리아를 옹호하는 논평을 낸 정의당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는 걸 보면 잘 알죠. 오유가 정의당을 깔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저도 메갈 싫어하는 사람인만큼, 이해합니다 여러분 마음.
허나, 남vs여 프레임에 지나치게 몰입해서인지 일베가 오유와 같은 편에 있다고 잘못 판단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메갈 덕분에 일베, 디씨, 오유가 한 마음으로 통일됐다는 건 즐거워할 게 아닙니다.
일베하는 것들은 메갈을 다시 미러링하면서 더 큰 혐오로 혐오를 공격하죠. 그걸 응원하면 우리도 메갈과 똑같이 되는 겁니다.
오유, 그리고 진보는 달라야 합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지면, 정치적으로 진보적이라면 되도록 페미니스트였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이전에 휴머니스트, 인본주의자였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메갈리아와 일간 베스트를 미워하는 본질적 까닭은 거기에 있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을 추구하면서 정작 인간을 가장 미워하는 위선.
메갈이나 일베나, 똑같은 엉망진창입니다. 우리는 이들과 다릅니다.
오유는 올바른 페미니즘, 따뜻한 휴머니즘의 길을 걸어나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