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히 말씀드리고는 싶은데
항상 자기 방어에 능하시고
저도 차마 아들된 입장에서 제대로 한 것도 없기에
이렇게 여기다 일기를 씁니다.
아버지..
어머니랑 그냥 헤어져 주세요.
위자료 없으신 것도 아니잖아요.
돈 못 벌어서 20년 넘도록 생활비 안 주신 거 아니잖아요.
물론 대학오고 나서 등록금 한 번 내주신거 고시원 방값주신건 정말 감사해요.
하지만 솔직히 어머니한텐 잘못하신 거 맞잖아요.
아버지..
제가 친척들한테 장손으로서 잘 못하는게 그렇게 아쉬우세요?
죄송해요 그런데 친척들 모이는데 가면 제가 뭐 장손 취급 받아요?
저도 그런 취급 받기 싫고 그쪽도 저 오는 거 별로 안반기잖아요.
고모들이나 작은 아버지들 아니면요.
그보다도 아버지, 저는 그 이상으로 아버지가 가족에 신경안쓰신게 원망스러워요.
기억하세요? 몇해전 명절날 잔뜩 취하셔서 저한테 어떤 여자분 소개시켜주려 하신거
저 말씀은 안드렸지만 중학교때부터 아버지 바람나신 거 알았어요.
그걸 굳이 그렇게 확인사살은 안하셔도 되요.
이제 그거 가지곤 원망도 안해요. 남자 다 그렇죠 뭐
그래도 엄마한테 못 할 짓 한 건 맞잖아요.
아버지..
어머니가 할아버지 병원 안 찾아뵌게 그렇게 한스러우세요?
그럼 그 전에 엄마 수술할땐 왜 안 오셨어요?
왜 오시지도 않고선 친구분들 앞에선 불쌍한 척 하면서 술드셨어요?
그때 저 엄마 유서 받았어요 제 기분 아세요?
아버지..
왜 어머니랑 아버지 이혼하시는 문제에 제 핑계를 대세요
저도 그 정도 머리는 굴러가요.
저 결혼할때 흉본다구요? 요샌 그거 흉도 아니에요
요새 혼자이신 어머님들 많던데요 뭐
아버지..
일단 이거 하난 정말 죄송해요
서울서 공부한답시고 아버지한테 받은 돈 이리저리 쓰면서 논 거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그렇게 죄책감은 안들어요.
아버지 2천 넘어가는 빚 외할머니랑 엄마가 다 갚았다면서요.
주소지 아버지 사무실로 돌려놓을게요
이제 세금이랑 연체료 같은 건 아버지가 내주세요.
아버지..
술드시고 새벽에 산길오르시다가 발목 다치셔서
수술하신 거 정말 안타깝고 속상해요.
철심도 박으시는 거 알면서 안 찾아뵌 거 죄송해요.
하지만 그렇게 죄책감은, 정말 죄송해요, 안생기네요.
아버지..
가끔 제가 느끼기에도 아버지 섭섭하게 돈 필요할때만 연락드리는 거 같아요.
네 그건 정말 죄송해요..
회계사 붙으면 어떻게든 갚을게요..
아버지..
정말 아버지 미울때도 있고 죄송할때도 있고 싫을 때도 있어요.
어렸을때 비디오 가게서 연체됐다고 혼나고 있는 저 보시고
얼마나 된다고 애 기죽이냐며 비디오 때려부시고 3만원 뿌리신 거
그 기억하나로 아버지, 그래도 제 아버지신거 붙잡고 있고 감사해요.
그러니까 아버지..
이제라도 그놈의 훌라 좀 관두시고
그놈의 낚시도 좀 그만다니세요..
시간강사 20년 만에 정교수되시더니
어떻게 재평가탈락해서 해임되요..
전 지금도 안 믿겨요.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 아버지 연구논문 발표했다고 말씀하신 거 보다
낚시가신다고 하신게 더 많았던게 생각나요..
그리고 아버지..
제발 이제 돈 좀 풀어주세요..
국세청에서 납세통보서 온거 봤어요
샀든 팔았든 2천만원어치 주식거래 하셨대요?
그거 고지서도 제가 가져다 드렸잖아요.
마지막으로 아버지..
저 아버지처럼 될까봐 무서워요.
나중에 사귀다가 아버지처럼 바람피울까봐 맘에드는 여자만나도 자신이 안생겨요.
(물론 이건 제가 병신 같은 부분도 꽤 있죠.)
어른들이나 방송에서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들은 똑같다
이딴 씨팔 개같은 잡소리 쳐들을땐 쫓아가서 아가리 찢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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