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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74726
    작성자 : 욘더
    추천 : 13
    조회수 : 1957
    IP : 121.170.***.205
    댓글 : 12개
    등록시간 : 2014/11/21 20:38:29
    http://todayhumor.com/?panic_74726 모바일
    [븅신사바] 층간소음 - 긴글 주의


    - 층간소음 -


    그 집으로 이사오기 전의 집은 구조적으로나 위치로나 모든것이 최악의 조건이었다. 

    첫번째로 차량의 이동이 많은 구간의 도로가에 각 방의 창문이 향해져 있어 차량소음에 대한 문제였다.

    밤늦게 술취한 사람들이 고성방가 할 때는 그렇게 곤욕일수가 없었다. 그나마 싸움 구경이나,

    특히 연인 관계에서 싸우는 모습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귀싸대기 맞는 남자들도 두어 번은 본 것 같다. 

    술먹고 전화로 메달리는 여자의 통화소리도 들은 것 같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 차량소음, 오토바이 소음,

    술먹고 꼬장부리는 소음이었다. 자다말고 일어나 욕지거리를 한 적도 더러 있지만 오히려 적반하장인 경우가 많아 나중에는

    이어플러그를 꽂고 잘 때가 많았다.


    두번째로 통합형으로 만들어진 창문 또한 많은 스트레스였다. 여닫이가 쉽지 않아 청소를 할때도 원만하게 열 수 없었고,

    지나치게 큰 창문이었던 점도 여름에는 햇빛 때문에, 겨울에는 냉기때문에 고생이었다. 그래서 우리집은 사계절 내내

    긴 커튼을 치고 살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왜 이런 형식으로 창문을 만들었는지 설계자 머리를 열어 거주자의 고통을 보고

    희열의 느끼는 변태적 성향이 있는지 찾아보고 싶을 정도였다.


    세번째는 위치였다. 사실상 이게 이사를 하게 된 주된 요인인데 방들의 위치가 볕이 해가 다 저물때 까지 비추는 방향에 있어

    낮 동안 달궈진 벽이 밤이 되도록 식지 않았다. 보통 열대야 때문에 뜨거운 몸을 순간적으로 식히기 위한 임시 방편으로 서늘한 벽에

    몸을 대서 열기를 식히는 꼼수를 사용하던 나였지만 그집에서는 절대로 불가능 했다. 

    평소 예민하신 아버지는 소음에 고민에서 벗어나시기 위해 맨 윗층인 그 집으로 이사하셨겠지만 그 건물에는 옥상이 있었고, 

    여름때면 달궈진 옥상의 열기가 천장으로부터 내려오고 벽으로부터 역시 뿜어져 나오니 퇴근하고 방문을 열면 흡사 내가 불가마방에

    들어가고 있나 하는 기분이 들때가 많았다. 덥다고 창문을 열려고 해도 앞서 말했다시피 거지같은 창문구조와  창문의 방향때문에

    먼지가 엄청나게 유입이 되어버린다. 따라서 창문을 여는 것도 용이하지 않았다.

    더불어 겨울에는 바람을 막아줄 주변 건물이 없었으므로 창문을 통해 냉기가 방안으로 빠르게 유입이 되면서 보일러를 틀지 않고서는

    버틸수 없었다. 이도 문제인 것이 보일러 연료값이 한두푼도 아니고, 감당이 되질 않아 전기장판으로 대체 했지만 아침에 출근을 하기 위해

    이불 밖으로 나올때면 몸에 느껴지는 그 차가운 냉기가 나는 그토록 싫고 불쾌했다.


    요약하자면 여름엔 미친듯이 덥고, 겨울엔 미친듯이 추으며, 오만가지 잡다한 소음 때문에 늘 스트레스 받던 집이었다.

    그렇다면 왜 그런집으로 이사를 갔느냐? 넓었다. 그만한 값에 그정도 크기의 집을 구하기란 힘들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런 집에서 3년을 버티고, 버티며 살았다. 그러나 우리 가족은 더이상 버틸 수 없어 결단을 내리고 현재의 집으로 이사를 온 것이다.


    새롭게 이사가게 될 집은 이사오기 전 집보다 조금 작지만 조향적으로나 건물의 위치적으로나 모든 것이 좋았다.

    방을 베란다가 둘러 싸고있는 구조라 소음에 대한 문제도 해결 되었고, 5층 건물에 3층에 위치하고있어서 여름에 옥상 열기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벗어났다. 한가지 문제점은 층간소음이었다. 

    맨처음 집을 알아보던 차에 현재의 집을 소개받고, 내부구조 파악을 위해 아버지와 어머니가 방문 하셨더랬다.

    전체적으로 만족하셨으나, 집을 둘러보던 와중에 윗층에서의 사람이 뛰어다니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고 하셨다.


    나 : 오늘 집보러 가신데는 어때요?

    어머니 : 집 괜찮더라 베란다도 두개나 있고, 볕도 적당히 들고 좀 작기는 하던데 그만한 집이면 괜찮은 것 같아.

    아버지 : 나도 그 집이 마음이 간다. 근데 윗층에 발소리가 너무 잘 들려, 거실에 울리더라.

    나 : 아직 가구들이 안들어가 있어서 더 울리는거 아니에요? 가구 들어가면 괜찮을 것 같은데.

    아버지 : 아마 그러겠지? 뭐 이미 마음은 그 집으로 계약하기로 했어.


    크고 작고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았다. 또 층간소음의 문제도 소리에 대해 민감하느냐 아니냐에 따른 개인의 차이라

    생각했기에 그런 불편함 정도야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이사를 하게 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

    되었으므로 우리 가족의 이사에 대한 선택에 있어서 우리는 매우 만족했다.

    그러나 본래 인간에게 변화된 환경에서의 적응이라는 것은 익숙함을 동반하기 마련이고 그 익숙함은 때때로 

    많은 개선된 환경에 대해 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동안 우리 가족에 겪어왔던 불편한 점들이 해소되자 그 해소된 환경에

    익숙해지고, 평소 그다지 신경쓰이지 않았던 층간소음이 서서히 스트레스로 싹을 피우기 시작했던 것이다.


    딱히 정해진 시간없이 들려오는 소음은 디테일한 설명 없이 사람이 뛰어다니는 소음이였다. 부엌을 시작으로 거실을 가로질러

    큰창문 베란다 까지 뛰어가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낮보다는 밤에, 때로는 늦은 밤에도 소리가 들렸다.

    발자국 소리, 또는 물건을 떨어뜨리는 소리는 건물의 콘크리트를 타고 아래로 전달되는 소리기 때문에 소리가 아랫집에서 울리며

    퍼지게 된다. 내가 자세히 알수는 없어 데시벨이라던지 저음파, 고음파에 관한 전문적인 사항은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묵직하게

    울려퍼지는 소리는 보통 다른 소리들 보다 더 거슬리는것 같았다.


    나야 그정도의 소음에는 크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고,(이전집에서 이미 내공이 쌓은듯 하지만..) 어머니 역시 애들이 살다보면

    좀 뛰어 다닐수도 있고 하니,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말자 하는 입장이셨지만 역시 아버지는 참지못하시고, 집에 있던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로 소리가 들릴때마다 천장을 두들기셨다.



    어머니 : 아휴.. 그만좀해요. 천장 다 부숴지겠네..

    아버지 : 아! 증말 이사람들 너무하네 이시간에 이렇게 뛰어다녀도 되는거야?

    나 : 올라가 볼까요?

    어머니 : 됐어, 뭘 또 올라가서 얼굴 붉히고 그래, 매일 그러는 것도 아니고 가끔 그러는건데 나는 그렇게 시끄럽지도 
                않은 것 같고, 니 아부지가 예민해서 그래

    아버지 : 아 정말 성질나네... 무슨 사람들이 사뿐사뿐 걸어다니야지 발 뒷꿈치로 쿵쿵 뛰어다니냐고.. 확 다 엎어버려?

    나 : 푸핫, 에이 괜히 올라가시지도 않을거면서 

    어머니 : 아 시끄럽고, 그 방망이나 좀 치워요. 드라마 보는데 시끄러워 죽겠네


    늘 이런 패턴이었다. 소음이 들리면 아버지가 방망이로 천장을 응징하시고(윗집에서 들릴리 없지만...) 어머니가 중재하시고, 

    나는 어머니의 명령에 순종할 뿐이었다. 


    그런 일상이 반복되고 어느덧 두 달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나는 평소 늘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기에 건물 사람들과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이는 맞벌이 하시는 우리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출퇴근 시간이 비슷하셔서 집이 비어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날은 내가 새로운 바어이에서 P.O(Purchase Order)가 발주되어 신규업체 따른 생산관리를 위해 우리 회사측 생산공장이 있는

    중국 톈진으로 출장을 갔다가 돌아오는 날이였다. 오후 3시경 인천공항에 도착해 리무진 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도착해 회사로

    가야했지만 왠일인지 바로 퇴근하라는 지시를 받아 기분 좋게 집으로 향했다. 날은 비가 올 듯 흐려서 발걸음을 빨리했다.


    캐리어를 들고 올라가 집에 들어가기 위해 비밀번호를 누르고 있는데 바로 윗층에서 인기척이 나며 누군가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한번도 마주한적 없이 타인을 향한 의도된 피해는 아니지만 분명 피해자가 있는 층간소음의 피의자인 윗층의 거주자가 너무

    궁금했다. 과연 어떤 사람인지. 그래서 일부러 들어가지 않고 밍기적 거리며 윗층 사람이 내려오길 기다렸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내려왔다. 재질은 알수없으나 검은색의 롱자켓을 입고 계셨고 한손에는 몇송이 되지 않는

    꽃다발을 들고 계셨는데 그 꽃이 무슨 꽃인지 알 수 없었고, 꽃의 색만 알 수 있었다.



    나 :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 아, 네



    나지막이 인사를 먼저 건냈으나 그것이 끝이었다. 더이상 오가는 이야기 없이 아주머니는 옷깃을 여미더니 서둘러 내려가셨다. 

    그날 저녁 결국 습기 가득찬 하늘은 주적주적 비를 흩뿌리기 시작했고, 비내리기를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님이 퇴근하셨다.

    어머니는 사온 사과를 먹으라며 나를 거실로 부르셨다.



    아버지 : 왠일로 조용하데?

    어머니 : 뭐가요?

    아버지 : 윗층말이야 

    나 : 와 진짜 아부지랑 나랑은 민감한게 차원이 틀리구나.. 저 오늘 일찍 퇴근해서 집에 계속 있었는데 전혀 그렇게 생각 안했거든요.

    아버지 : 얌마 맨날 귓구멍에 뭐 꽂고 있으니깐 모르지.. 그런거 꽂고 있지말고 부모님이랑 대화를 해야지 대화를 ..(주절주절)

    나 : 맨날 귀찮아 하시면서 그러시네, 아 맞다. 저 오늘 윗층 아줌마 봤어요. 

    어머니 : 어디서?

    나 : 한국 오자마자 회사 안들리고 집에왔는데 올라오다가 봤어요. 그렇게 나이들어 보이지는 않던데. 꽃꽂이 하시나 봐요. 꽃들고
          내려가던데

    어머니 : 그래? 그럼 애들이 어리겠네 그러니깐 막 뛰어다니지 그럴만도 하겠다.

    아버지 : 그럴만도는 무슨.. 저 녀석 아기때 버릇없이 막 뛰어다녔으면 내가 다리몽둥이 분질렀다. 건물사람들의 평화를 위해서
                이래서 가정교육이 중요한거야 (주절주절)



    아버지는 말은 저렇게 하셔도 윗층에 비교적 어린 아이가 있음을 생각하고 간간히 들려오는 발소리에 조금은 관대해지셨다.

    그로부터 한 달이 더 지난후 새로 입주했으니 건물 사람들이 우리집에 모여서 다과를 나눈다는 이야기를 어머니께 들었다.

    집이 시끌벅적한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극구 반대하였으나 건물의 입주자로써 공동 참여 해야 할 부분들은 참여하고

    더욱이 모임의 자리에서 층간소음에 대한 문제를 윗층 입주자와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라며 싫으면 니가 나가라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얌전히 있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주 토요일 오전에 모임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회사에 일도 볼겸 일찍 출근을 했다가 모두가 모임을 마치고 돌아갔을 

    법한 이른 오후 집으로 왔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모임 자체가 늦게 시작해서 다과회가 한창이었다.


    나 : 어? 안녕하세요..

    아버지 : 어 왔냐? 인사해라 여기 건물 사람들이다. 쟤 우리 외아들.


    나는 '꾸벅' 인사를 했다. 다들 처음 뵙는 분들이지만 그나마 안면식이 있는 윗집 아주머니가 계신지 보았지만 계시지 않았다.

    오시지 않았나 보다 하고 방으로 들어와 옷을 갈아입는데 대화소리가 들렸다.



    어머니 : 401호 아주머니는 꽃꽂이 하시나봐요? 우리 애가 봤다던데 저도 작년에 동사무소센터에서 조금 배웠거든요

    401호아주머니 : 네? 아닌데? 아휴 그럴시간도 없어요 ~ 애 둘, 야간 자율학습 끝나고 데려오는것도 일이에요 일, 에휴~
                           5층 아주머니들 꽃꽂이 해요?



    5층 아주머니들은 모두 아니라는 듯 이야기했다.



    어머니 : 우리애가 잘 못 봤나?.. 그나저나 어머? 애들이 고등학생이에요?

    401호아주머니 : 네 고1 아들내미 하나, 고3 딸내미 하나요.

    어머니 : 어? 이상하네.. 사실 이런말 하기는 좀 뭐한데. 저희가 천장에서 발소리가 너무 많이 나서요. 저는 어린애들이
                 뛰어다니는 줄 알고 있었는데..

    401호아주머니 : 에이 설마요, 우리 애들은 지들 방에서 꼭 박혀서 나오지도 않아요. 애 아빠도 옛날에 교통사고 때문에
                           다리 다쳐서 장애 3급받고 집에서도 목발집고 다니는데. 그리고 저희도 이제 얼마 않있으면 이사갈건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막 일부러 피해주려고 발소리 크게 하고 다니지는 않아요.

    아버지 : 일부러 그러신다는 것은 아니고요. 워낙 소리가 울리면서 들리니깐 지장이 좀 있어요.

    401호아주머니 : 이상하네 우리 초코가 뛰어다녀서 그런가? 작은 푸들인데.. 소리가 많이 커요?

    아버지 : 쿵쿵쿵! 하면서 뛴다니까요. 우리 식구들도 걸을 때 까치발 들고 다녀요. 아래에 피해 안주려고, 혹시 아래층에 소음 들려요?

    301호아저씨 : 글쎄요? 그런것 신경을 잘 안쓰고 살아서요 하하.

    어머니 : 에휴 그거야 당연하지 집에 사람있는 시간이 적은데 우리도 다 들려요 밑에서!



    우리 부모님은 이상한점을 느끼고는 계셨지만 크게 집어보시지 않은 듯 대화가 다른곳으로 세어 나갔다. 그러나 나는 이 상황이

    보통 이상한 것이 아니였다. 먼저, 분명 집에 들어와서 둘러보았을 때 윗집 아주머니는 없었다. 아니, 내가 스치듯 본 것이라

    못 봤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뿐만 아니다. 마치 누군가가 뛰어다니는 듯한 발소리의 주인이 자신들이

    만들어낸 발소리가 아니란다. 아니, 그렇게 뛰어다닐 만한 조건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았다.

    그래, 배알이 꼬인 나는 저들이 우리를 속인다고 생각했다. 오리발 내미는 것이라고 여겼다. 마침 어머니께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 : 아들~ 나와서 과일 가져가 

    아버지 : 야 이놈아 좀 나와서 제대로 인사좀 드리고 해야지 



    옷걸이 걸려있는 가디건을 걸쳐 입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나 : 안녕하세요. 제가 옷좀 갈아입느라..



    사람들은 반갑게 인사를 맞아주었다. 어머니께 과일을 건내 받으며 다시금 천천히 건물 사람들을 보았다. 역시나 내가 보았던

    그 아주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과연 401호 아주머니는 누구일까. 



    나 : 이.. 이상하네요? 제가 분명히 윗층에서 꽃들고 내려오시는 분을 봤는데.. 안계시네요.

     

    궁금증에 도저히 그냥 방으로 들어갈 수 없어 용기내어 말했것만 5층 거주자들은 모두들 아니라고 나에게 이야기 했고,

    401호 아주머니는 더 나이가 많이 들어보이시는 푸근한 이미지였다. 그렇다면 그때 보았던 검은색 자켓의 아주머니는

    누구이며, 그리고 우리는 왜 윗층 집에 아이가 있다고 단정지었던 것 일까? 그때였다.



    401호아주머니 : 혹시 그 총각이 봤다는 사람, 백합 들고 내려갔어요?

    나 : 그건 잘 모르겠고요. 흰색인 건 맞아요.



    내 이야기를 듣던 401호아주머니는 갑자기 펄쩍 펄쩍 거리며 박수를 두어번 치며 입을 열었다.



    401호아주머니 : 어머어머어머 맞네, 맞아 그 사람이네.. 아니, 어떤 미친사람이 우리집 문 앞에다가 잊을만~~ 하면 꽃 갖다놓고,
                           또 잊을만~~~ 하면 꽃 갖다놓고 아주 미치겠다니깐. 맨날 백합을 갖다 놓던데 그게 뭐하는 짓 일까 몰라..
                           언제 봤어요? 언제? 아니, 누구라도 그 꽃든 여자좀 보면 붙잡아놔요 아니, 신고한다고 해줘요. 자꾸 꽃 갖다놓으면.
                           정말 뭐하는 사람이야 그 사람 어떻게 생겨먹었어요?

    나 : 뭐.. 자세히는 못 봤구요. 다음에 보면 전달할께요.



    나는 말을 아끼면서 방으로 들어왔다. 한참을 더 이야기 하다가 결국 건물 현관문에 도어락이 설치되면서 401호아주머니의 불만은

    일단락 되었다. 그러나 해결된 것은 401호아주머니의 불만 뿐 우리집 천장에서 울리는 발소리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묵직한 울림을

    내며 우리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었다. 비교적 둔감한 나도 이상한 의문점들이 머릿속에 멤돌면서 그 발소리가 더이상 예사스러운

    발소리가 아니게 되었다.


    소리의 크기로 보나, 뛰는 보폭 간격의 소리를 파악해 보나 어른의 뜀박질은 아니며, 더욱이 401호 아저씨는 중증 장애판정을

    받으셔서 목발의 소리는 들릴지언정 뜀박질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한 하릴없이 고1, 고3의 아들과 딸들이 그 늦은 시간에

    집에서 뛰어다는 것 역시 상식적인 수순에서 벗어나는 생각이였다. 그렇다면 도대체 부엌으로 부터 거실을 가로질러 베란다 까지

    뛰어가는 저 발소리는 누구의 발소리라는 것인가. 이 의문점도 풀리지 않았건만 그럼 그 아주머니의 정체는 또 무엇일까.

    그 아주머니가 들고있는 꽃은 백합이었다. 그리고 그 꽃을 401호 문 앞에 두고간다. 정해진 날짜와 시간은 없다. 왜 백합일까?

    무슨 영문으로 집앞에 두고 가는 건가. 알 수 없는 것이 투성이었다.



    아버지 : 웃기고 있네. 무슨 애들이 안 뛰어, 방에서 안나오기는... 저렇게 소리가 들리는 구만.

    어머니 : 하이고.. 가끔 좀 뛸 수도 있고 그렇지 뭐~ 우리 아들도 맨날 방 안에서 안나오는데요 뭘.

    아버지 : 하.. 한동안 뜸하더니 또 저러네 

    나 : 저도 401호 아주머니가 속인 것 같아요. 아니면 자기들 방에서 운동을 하거나 뭐 뜀박질을 한다던지... 저렇게 소리가 들리는데
          진짜 올라가서 한마디 하고 올까요?

    어머니 : 됐네요 됐어~ 가끔 이러는건데 좀 참아요 들. 

    아버지 : 아이! 나는 진짜 스트레스 받는다니깐?! 그치? 그치 아들?!

    나 : 스트레스도 스트레스지만 완전 거짓말 한거 잖아요. 우리한테.

    어머니 : 내가 나중에 올라가서 이야기 할테니깐 나 드라마 보게 좀 조용이들 합시다잉?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 어머니는 정말로 윗집에 올라가셔서 소음에 대한 심각성을 차분하게 전달하셨고, 401호 역시 알게 모르게 

    소음이 났을 수도 있다며, 사과의 말을 전했다고 했다. 윗층에서 주의해 주는 것인지는 몰라도, 확실히 날이 갈수록 소음의

    주기는 잦아들었다. 

    얼마지나지 않아 윗집은 이사를 갔고, 새로운 입주자가 오기 전까지 층간소음에서 해방 되었다는 만족감에 아버지는 무척이나

    기뻐하셨다. 


    시간은 또다시 흐르고 그날은 월급날이 되어 치킨을 주문해 부모님과 먹던 도중 어머니께서 무거운 얼굴로 입을 여셨다.



    어머니 : 나 그사람 봤다. 아들이 봤다는 그 아줌마.



    어머니의 긴 이야기는 이러했다. 윗집이 이사를 가기 전 그러니깐 정확히 어머니께서 윗층에 올라가 주의를 주고난 이후

    일이 좀 일찍 끝나 퇴근을 하시는데 아래위로 검게 차려입은 여자가 건물 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단다. 처음엔 전단지 붙이는

    사람인줄 알고 이 건물에 전단지 부착하지 말라는 엄포를 내리려다.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흰 꽃을 보고 직감적으로

    내가 말했던 그 사람인 줄을 아셨다고 했다. 현관문에 도어락을 설치하면서 들어가지 못해 서성이던 것이었다.

    이러저런 묻고싶은 말도 또 이런 행동의 목적도 물을 법 하건만 그때의 어머니는 무언가에 홀린 듯 현관 비밀번호를 풀어

    문을 열어 주었다고 했다. 그 아주머니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하는 짧은 인사와 함께 4층으로 올라갔고,

    어머니는 더 지켜보거나 하지 않으시고 그대로 집으로 들어왔다고 하셨다.

    그 일 이후에 계단청소비용 관련으로 건물주인집과 상의하러 간 날 들었던 이야기가 있으시다면서 갑자기 마음이 울컥 하셨는지

    코끝이 붉어지시더니, 다시금 입을 여셨다.



    우리가족이 이 건물에 입주하기 2년 전까지 401호에는 5살짜리 딸 아이가 있는 30대 초중반 부부가 살고있었다고 했다. 

    남편은 작은 인쇄소에서 운영하고, 아내는 당시 둘째를 임신 중이어서 일을 쉬고 있던 참이었는데 남편이 하는 사업이

    잘 되지 않은 데다가 임신으로 인해서 일 까지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재정적으로 힘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월세가 미납된 적은 없었으나, 지연 납입 한 날이 많았다고 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간다고, 벌이는 적지만

    먹을 것, 입을 것, 조금씩 아껴 가면서 지내던 와중에 아내가 딸 아이를 데리고 농수산 시장을 갔는데. 잠시 물건 값을

    계산하던 사이에 후진 하던 2 톤 트럭이 사각지대에 서있던 아이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후진을 하는 바람에 아이가

    그자리에서 바로 사망했고, 충격으로 아내는 쓰러졌지만 불행중 다행으로 유산은 모면했다고 한다. 

    사고를 낸 운전자와 합의를 보려 했으나 그 역시 하루벌어 하루먹고사는 사람으로 합의금으로 400만원을 제시했단다.

    그 이쁘던 딸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딸이, 손바닥 안에 다 차지 않을 백골가루가 되어버렸는데

    400만원을 제시했단다. 400만원.. 그러나 마음 여린 부부는 이도 생활고에 지친 운전수, 이 사람을 교도소에 보내면

    그를 믿고 의지해서 겨우 살아가는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하나 싶어 400만원을 받고 합의를 해줬다고 한다.

    그리고 401호 아주머니가 백합이라고 말했던 그 꽃은 백합이 아니라 국화였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너무 마음이 찢어질듯 아팠다. 왜냐하면 우리 부모님에게도 딸이 있었고,

    나역시도 여동생이 있었다. 그녀는 내가 초등학교 3학년때 교통사고로 인해서 먼저 하늘나라로 가버렸으니까.

    즐겁게 뛰놀던 사랑스러운 동생이 작은 납골함에 담길때 그 어떤 존재이든간에 원망 스럽고, 저주스럽고

    가슴이 찢어지도록 괴롭던 그 기억,,, 즐거웠던 추억으로 여기기에는 한번 꺼낼때마나 가슴을 찢으며 나와 

    감히 꺼낼 수 없어 가족 모두가 마치 없었던 일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그 고통..

    우리가족모두 눈물을 흘렸다. 



    벌써 한달이 지났건만 윗층에 입주자는 아직도 없다. 나는 오늘부로 몇 달간 중국으로 출장에 가야해서 평소에 식구들 보다

    한참이나 늦게 집을 나선다. 큰 캐리어에 짐을 가득 싣고, 몇 달간은 오지 못 할 이집의 거실 냄새를 맡으며 현관문을 연다.

    그리고 닫혀가는 문 사이로 묵직한 발소리가 들려온다.



    "쿵.쿵.쿵"







    작가의 말 : 개인적으로 부탁드릴것은.. 욕이라도 좋으니 한번 읽어주시고 평가 부탁드립니다.
    추천같은것 주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평가라도 좀 해주시면 너무나 감사할께요..
    오타는 계속 수정하겠습니다..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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