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서 몇일 동안 생각이 참 많았습니다.
이 글은 답답한 마음 때문에 쓰는 것이기도 하고
정리 안되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글이기도 합니다.
한편 하소연이기도 하구요
제가 생각하는 바와 아직 정리하지 못한 바를 여기에 풀어보고 싶습니다.
소제목들은 제가 스스로에게 한 질문입니다
(글을 쓰고 보니 너무나 깁니다. 맨 아래 요약(심지어 요약도 김)이 있으니 요약만 보셔도 되요.
아아 넘나 긴 거~ 이러시면 안 읽으셔도 되지만요 ㅎ)
0 문제의 본질
다른 것 다 떠나서 문제의 핵심은 '메갈리아란 무엇인가' 입니다.
정의당이 주장하는 바는 틀렸습니다.
지금 문제되는 것들은 표현의 자유 문제도 아니고, 양심의 자유 문제는 더더욱 아니며
노동권 문제도 아닙니다.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는(오유인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페미니즘 사이트도 아니고 오히려 범죄와 남여분열을 조장하는 메갈리아를
내가 믿었던 사람들과 정당이 옹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양심과 표현의 자유, 그리고 노동권 문제로 프레임을 바꾸는(물타기 하는) 행위는
저를 (그리고 일반 시민들과 정의당 지지자들을) 아무것도 모르는 개돼지 취급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개돼지 취급 받았기 때문에(특히 좋아하고 믿었던 사람들과 정당에게) 분노할만 합니다.
메갈리아의 본질이 사안의 핵심인 이유
ㄱ. 사람들이 반발하는 성우의 목소리를 쓰지 않기로 한 넥슨의 결정은 이익창출이 목적인 기업 입장에서 너무 당연한 것이며, 게다가 이 과정에서 성우의 어떤 권리도 침해되지 않았다(받기로 한 돈을 모두 지급 받았기 때문에). 성우로서 목소리가 안쓰인 것에 어떤 권리 침해의 요소가 있지는 않다. 성우는 목소리를 판 것이고 기업은 목소리를 샀을 뿐. 이미 판매된 재화(목소리)의 사용 여부까지 노동권에 포함시키기는 것은 너무 무리.
=> 노동권 침해도, 표현의 자유 침해도, 양심의 자유 침해도 아님.
ㄴ. 웹툰을 더 이상 소비하지 않기로 한 결정 또한 온당한 소비자의 권리. 웹툰 안 사고 안 본다는데 그 이유 정당한지에 대해서 까지 누구에게 검열받을 이유가 없다. 더 이상 말한 필요가 없음.
(그런데 작가들은 페미니즘이 뭔지도 모르는 수준 낮은 독자는 내 만화 볼 필요 없다고 해버림. 이건 프로의식이 없다고 할 수 밖에...)
ㄷ.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날 아무것도 모르는 개돼지 취급하기 때문. 작가들은 날 보고 페미니즘도 모르니 ㅉㅉ 하고, 정의당은 한술 더떠 노동권도 모르니 ㅉㅉ 표현자유 모르니 ㅉㅉ 마녀사냥 하지마 ㅉㅉ 하고
결국 논의의 핵심은 페미니즘이 무엇인가에 대해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 여권운동, 양성평등, 페미니즘은 무엇인가
(제가 가지고 있는 페미니즘에 대한 약간의 고정관념 때문에 양성평등운동이라고 부르는 것이 편합니다.
하지만 페미니즘에 선입견과 편견을 없애기 위해 이 단어를 자주 써야한다고도 생각합니다)
저는 처음에 페미니즘이 어려운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사상적으로도 그렇고 행동도 그렇구요.
그러나 엠마 왓슨양의 양성평등에 관한 UN 연설을 보고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엠마 왓슨의 UN 연설을 꼭 보시기 바랍니다)
페미니즘의 사전적 정의는 '성별에 관계 없이 모든 사람이 동일한 권리와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 것'입니다.
너무 쉽고, 간단하고, 명료합니다. 페미니즘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우리가 셩별로 인해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우리 아이들에게
성별로 인한 차이가 너의 선택과 행동에 장벽이 되지 않는다고 가르치고, 실제로 그렇게 살고,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쉽고 간단하고 단순합니다.
사실 우리가 이렇게 싸울 이유가 없습니다
현실은 똥이고, 우리는 성별로 인한 장벽을 만나게 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성별에 관계 없이 모든 사람이 동일한 권리와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믿고 실천하려 노력한다면
많은 부분이 나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이게 제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의 정의이자 행동지침(?) 입니다.
2 내가 메갈리아에 동조할 수 없는 이유
메갈리아는 답이 없습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답이 없습니다.
여혐과 싸우고, 문제를 제기하고, 페미니즘을 실천한다고 하지만 그저 폭력집단일 뿐입니다.
메갈리아란 사이트와 그 활동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저는 그닥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보이는 일부 행태들은 정말 나빠 보였습니다.
그래서 혼란이 옵니다. 저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지? 반대?
그러던 와중 메갈리아와 여시 등등을 하시는 여기자분이 패널로 출연하는 팟캐스트를 들었습니다.
(신넘버 3(인가 4인가?)에서 커뮤니티 특집할 때 들었습니다)
그 분의 발언을 듣고 비로소 저는 메갈리아에 대한 입장을 정할 수 있었습니다.
“똥이네"
처음에는 그 여기자분의 태도는 넘나 멋진 것이었습니다. 마치 여전사 같았죠.
'나는 여자와 남자를 구분짓고 불합리한 역할을 강요하는 이 세상 모든 프레임을 거부한다!' 의 태도
(왜 여자는 예뻐야 해요. 왜 여자가 평가 받아야 하죠 애초에 그런 생각이 자동으로 드는게 문제임. 뭐 이런 거였음)
그런데 이 여기자분은 초등학생에게 니킥을 선사하고 도망간 메갈리안을 옹호하더군요
아아. 제가 메갈리아가 때론 맞고 때론 틀려 라고 고민하던 것은 모두 의미 없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자는 명분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식이었습니다. (넘나 충격적인거!)
이 여기자 덕분에 제 입장을 한방에 정리되었습니다.
메갈리아는 그냥 똥입니다. 논리로 치장한듯한 똥.
메갈리아가 페미니즘이 아닌 이유 (너무나 길어 항목을 나누고 경어체를 생략했습니다)
ㄱ.
메갈리아는 여자를 틀짓는 모든 사회적 구조(언어, 인식, 특히 단어)에 반대하면서
동시에
남자를 혐오하는 단어와 말을 함으로써 자신들이 반대하는 사회적 구조를 확대 재생산 한다.
즉 자신들이 반대하는 것을 남자를 상대로 똑같이 재생산함
이것을 미러링이라는 논리로 포장. 그러나 그 미러링의 논리도 이상함
ㄴ.
미러링 논리와 페미니즘은 거리가 멀다.
"내가 이렇게 ‘미러링' 하니 니 기분이 나쁘지? 그것은 니 마음 속에 있는 편견 때문이야 그 편견을 버리는 것이 페미니즘이란다"
이 부분에서 일부 사람들이 쉽게 메갈리안에게 매력을 느끼고 동조하게 된다.
그러나 굳이 미러링 할 필요 없이 잘못된 것은 비판하면 될 일, 굳이 ‘무지개 반사’ 하는 것은 너무나 유치
그리고 피장파장의 오류를 무한 재생산
게다가 미러링을 단지 비판 목적이 아니라 범죄행위에 대한 변명 수단으로 쓰는데, 남이 한다고 해서 내가 하는 것이 범죄가 아닐 수가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서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
결국 미러링은 남과 여를 명확히 구분하고, 이러한 틀과 사회적 구조와 인식을 만든 것을 모두
남자의 탓으로 돌리며 남자를 모욕함으로서 페미니즘에서 남성을 배제시키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일차는 잘못된 잘못된 남녀구분을 재생산 하는 것이 문제, 둘째가 페미니즘에서 남성을 배제시키는 것이 문제
ㄷ.
비판해야 할 것은 여자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를 만드는 사회제도와 사람들의 인식이지 남자가 아님.
메갈리아는 남자를 공격함으로써 페미니즘을 이상한 것을 만듦.
이 부분이 사람들이 걱정하는 한국 페미니즘이 10년 이상 후퇴했다는 부분인데
사실 페미니즘 운동 역사의 어디에도 남자 혐오는 없음. 후퇴고 뭐고 이건 애초에 페미니즘이 아님
페미니즘은 여성권리향상운동이 아닙니다.
성에 관계 없이 모든이가 동일한 권리와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입니다.
페미니즘 운동에 남성을 동참시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의제입니다.
남자 또한 성에 의해 차별받는 부분이 분명히 있으며, 남자들의 페미니즘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페미니즘 운동은 남자를 배제하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남자와 여자로 나누어서 여권을 신장시키자 하는 식의 운동은 정말 낡고 낡은 페미니즘입니다.
지금은 남여 평등, 젠더가 무엇인가 하는 것을 넘어서서 아예 젠더를 해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동성애자 뿐만 아니라 트렌스젠더를 넘어서서 남과 여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성별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현대의 페미니즘 운동인데
메갈리아는 아예 초기 페미니즘의 사상조차 반영하지 못하는 집단입니다.
게다가 제도에 개선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와 성 소수자를 적으로 만들어 공격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공부하고, 조금만 생각하고, 조금만 더 치열하게 고민하면
메갈리아가 얼마나 페미니즘에서 벗어나 있는지 알 수 있는데
실제로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알아야하는 사람들이 고민 없이 문제제기만 하고 있는 꼴입니다.
3 지금 우리는 뭘 해야하나
양성평등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사회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때입니다
이 흙탕물 싸움이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양성평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실천운동을 벌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합니다.
언제나 위기 속에 기회가 있는 법이지요
그런데 제가 믿고 지지했던 정의당은 이 흙탕물 싸움에 끼어들어 또 다시 편가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공당의 당직자들은 저보다 똑또하고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줄 알았는데요
사실 메갈리아가 받는 지지는 우리나라가 얼마나 양성평등에 대해 무지했는지,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었는지 보여주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양성평등 지수는 세계 하위권이지요
(2015년 세계 성 격차보고서, 한국은 145개국 중 115위)
메갈리아가 잘못된 만큼 우리나라의 양성평등도 잘하고 있는 게 없습니다.
저도 페미니즘에 무지했지만 메갈리아의 등장을 통해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알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메갈리아도 페미니즘에 무지하지만, 저희도 페미니즘에 무관심했고 무지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다같이 사회적 논의를 모아가야 합니다.
4 정의당을 지지해야 할까
저는 정의당이 저의 이익을 잘 대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정의당에 표를 던졌습니다.
맘에 안드는 바보 같은 논평 하나 냈다고 지지하는 당을 바꾸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정의당이 저의 이익을 과연 대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깁니다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을 보고 지지한 것인데
정의당의 사람을 믿을 수가 없는 지경에 왔습니다.
첫 논평은 사안의 본질이 뭔지 이해 못해서 바보 같았지만, 그럴수도 있다고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 나온 해명은 바보 같진 않았지만 실망스러웠습니다.
구구절절 자신은 모든 사안을 이해하고 있다고 강변하면서 마녀사냥 그만하랍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노동권 문제가 아닌데도 계속 그 문제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다시 본질을 파악하는데에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넌 바보고 난 정당하다는 태도를 취합니다)
와중에 아무것도 못하는 정의당의 중앙당은 과연 제대로 일하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정의당을 그래도 믿었던 것은 정치적 이익보다는 그래도 명분과 신념이 먼저인 정당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고
여러모로 정이 떨어집니다.
저는 어디로 가야합니까. 녹색당이나 노동당은 제 기준에서 이해 안되고 이상한거 많이 해서 싫고
차악을 고르는 것은 너무나 힘들일입니다. 전 정의당이 최선이라 생각했는데 차악이 되어서 너무나 슬픕니다.
5 웹툰 봐야하나 말아야 하나
트윗을 보면 모두 “낙인”이라고 하더군요
모두가 똑같이 말하는데, 이런 식입니다.
페미니스트냐 : 네
메갈리아냐 : 아니오
넌 뭐냐 : 메갈리아에 대해 잘 모르지만 메갈리아를 하거나, 메갈리아를 옹호한다고 해서 낙인 찍는 것은 잘 못 되었다고 본다
아무도 낙인 찍지 않습니다.
그냥 내가 보기 싫은 웹툰 안보겠다는 것일 뿐입니다.
단지 난리가 난 만큼 내가 너를 좋아했다는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만큼의 배신감을 표출하는 것이지요
배신감은 정치적 태도나 신념에 대한 배신감이 아니라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나를 바보취급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내치는 것에 대한 배신감입니다.
사과문 올리신 분들도 있던데 사과문 잘 썼으면 잘 박제해두고 용서해도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그분에 대한 덕질은 끝난 것이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지만요
만약 제대로된 사과문에도 불구하고 계속 욕하면, 그건 낙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대로 된 사과문이 있긴 한지...
(절대로 짧지 않은) 요약(?)
모든 사태의 중심에는 페미니즘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인식차이가 존재합니다.
메갈으 양성평등을 위해 같이 가야만 하는 사람들을 자꾸 쳐내면서
우리만이 진짜 페미니즘이라 하며 페미니즘 4글자 위에 똥을 쌉니다.
옆에 있던 넥슨에 똥물이 살짝 튑니다. 넥슨이 옷을 빱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그 옷을 만든 사람에 대한 권리침해라며 뭐라합니다.
주위 사람들이 ‘오잉 아닌뎅. 그건 니들 똥 튄거라서 빨아야 하는데. 그리고 니들은 제발 똥좀 그만싸라' 하는데,
거기에 웹툰작가분들이 참여합니다.
웹툰 작가 왈, '얘네 똥싸는 것은 모르겠고, 지금 페미니즘 운동하는 애들 한테 뭐라하지마' 이럽니다
사람들이 이제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 못하는 작가가 그린 작품은 안본다고 합니다
보다 못한 정의당이 나와서 '똥 싸던 말던 그건 자유의 영역이고 낙인 찍으면 안됨! 그리고 똥 뭍은 옷 빠는 것은 옷을 만든이에 대한 노동권 침해가 맞다' 논평 발표합니다.
지금까진 속상해 하던 사람들이 이젠 분노합니다!
이거 똥이라고 똥! 이 똥멍청이들아! 해도 사람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보고싶은 것만 봅니다.
작가 눈에는 소비자가 여론몰이하는 개돼지로 보이고,
정의당 눈에는 표현의 자유와 노동권리가 침해당한 불쌍한 성우와 말도 안되는 이유로 분노한 사람들만 보입니다.
이제 우리는 다시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야합니다.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고 실천할 때입니다.
메갈리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제도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비난이기 때문이며, 페미니즘 운동에 여자 이외의 성을 배제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운영자님
우리 오유도 페미니즘 게시판 만들어 주세요
메갈리아만 좋은거 하게 두지 말고 오유도 한번 해봅시다
오유도 맨날 김기사 김여사 이러고 싸우긴 하지만 사실 이건 남여 논쟁이 아니었어요. 걍 말싸움.
오유도 페미니즘이 뭔지에 대해 토론할만한 베이스는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안되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