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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74445
    작성자 : 감질
    추천 : 16
    조회수 : 1909
    IP : 112.158.***.116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4/11/13 18:58:23
    http://todayhumor.com/?panic_74445 모바일
    [븅신사바] 실화괴담 -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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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년스러운 늦가을이었다. 그 해 유래 없이 몰아 쳐 온 한파에 다들 집 안에 틀어박혔고. 박 또한 조금 이른 전기장판과 이불로 꽁꽁 몸을 싸매고 월동준비를 시작한, 그런 흔한 백수였다. 박은 약간의 감기 기운을 느끼며 그 날도 다름없이 눈 뜨기 무섭게 컴퓨터를 켰다. 게임, 영화, 드라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건 뭐든지 상관없었다. 자취생이 그렇듯 끼니 생각은 별로 없다. 대신 그 시간에 좀 눈을 붙일 뿐.

       고약한 낮잠, 이건 그렇게 쉽게 이길 수 있는 낮잠이 아니다.

       낮잠을 자는 버릇이 생긴 것은 자취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동시에 박은 밤을 대부분 뜬눈으로 지새우곤 했다. 시끄러운 노래가 귓구멍을 틀어막은 이어폰을 통해 끝없이 흘러나오고, 어두운 방에서 하얗게 빛나는 모니터는 과몰입 하기 딱 좋은 모양새가 아닌가.

      어쨌든 그 날도 마찬가지였다. 아침 정리삼아 게임 몇 판, 레벨 몇 개 더 올리고. 영화 한 편까지 죽 보고는, 기지개 한 번 켜고 이부자리를 펼쳤다. 그와 교대하듯 투룸의 다른 방에 사는 친구 녀석은 출근을 한다. 시계를 보면 이제 와서 아침을 찾기에는 좀 늦었고, 이미 점심 식사시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잔뜩 밍기적 대며 나가 손바닥만한 거실에 놓인 쥐똥만한 냉장고를 열어 제끼고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룸메이트가 사 둔 오렌지주스를 한 컵 몰래 홀짝이며 쫓기듯 다시 방으로 돌아와 문을 걸어 닫았다.

       . 이제 자 볼까. 온도를 적당히 올린 뜨끈한 장판 위로 이불을 둘둘 감은 채 몸을 뉘었다. 졸음이 쏟아졌지만 그래도 쉽게는 잘 수가 없다. 창밖의 대로변에 시끄러운 소음들과, 누웠으면서도 끝까지 쥐고 있던 스마트폰도 한 손 더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게 되었다.

       잠을 자고 있어도 외부적인 반응에 깨어난다. 선잠은 더욱 그랬다. 잠든 지 얼마 안 된 박 또한 아주 예민한 상태였다. 옆 집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까지도 들렸으나, 거기까지는 오히려 기분 좋은 저음 울림이었다. 그러다 잠깐. , 하고 철판 긁는 소리에 화들짝 정신이 들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깜짝 놀라 멍한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보지만 별달리 드는 생각은 없었다. 좀 더 눈을 감은 채로 기다려 봐도 이어지는 소리는 없었다. 창 밖에서 주차된 차라도 누가 긁었나 싶어 다시 잠에 들려는 찰나. 두 번째로 소리가 울렸다.

       , 하고. 칠판을 손톱으로 긁은 것 같은, 태생적으로 소름 돋는 그런 소리가 고막을 할퀴었다. 두 차례 강제로 정신이 깨어나자 박은 이제 슬슬 짜증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소리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들렸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끽, 하는 소리가 들렸을 때 확신할 수 있었다.

      창문이다. 정확히는 창틀. 열리는 소리. 박의 방에는 전면 창 보단 조금 작지만 그래도 큼직한 철제 창문이 정동향으로 나 있었다. 잘 떠지지 않는 눈을 가까스로 뜨고, 묘한 공포에 잠겨 박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몸은 천근만근 무거워 힘이 잘 들어가진 않았지만, 머리만은 어떻게든 방향을 바꿀 수 있었다.

      박은 대단히 놀라운 것을 보게 되었다.

      바람이 심해 단단히 잠궈 두었던 이중창 두 개가 모두 틈을 보이며 열려있고, 마지막으로 남은 방범용 쇠창살 사이로…… 뭔가 쑥 내밀어왔다.

      그건, 사람의 이었다.

      아니, 사람의 이었을까?

      의문이 드는 것도 맞는 말이다. 핏기 없이 하얗고 가느다란 팔은 손가락을 모두 쭉 편 채로 박을 붙잡으려는 듯 다가왔다. 문제는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은 하나가 아니었던 것이다.

      한 쌍이냐면, 또 그런 것 은 아니었다. 오직 오른 만 보였다. 빽빽하게 창문을 메운 오른 의 군집이었을 뿐이다.

      기괴한 모습에 박은 쉽게 성게를 떠올렸다. 아니면 전에 읽었던 힌두 신 그림을 떠올렸던가. 뒤틀리고 짧고, 길고. 모양이 제각각이었지만, 두 가지는 똑같았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하얗다. 박피라도 한 양, 허옇게 빛나기까지 한다.

      모두, 박을 향해 손을 뻗고 있다.

      몇 초, 수 초 동안 박은 숨이 멎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압도당하고 있었다. 비명을 지르거나, 욕을 내 뱉거나 하기에는, 창문 하나를 빽빽하게 메운 들이, 너무나 무서웠고, 또 기괴했다. 발끝부터 시작해서 뺨까지 스멀스멀 올라온 소름에. 박은 눈을 부릅뜬 채 굳었다. 나중에 와서야 가위 인가 싶었지만 그 때에는 그런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결국, 박은 눈을 꼭 감으며 소리를 질렀다. 침도 튀기고, 가래가 끓어 그르렁거리며, 스스로도 뭐라고 하는지 알 수 없는 정신 나간 외침이었지만. 저 형상에다 대고 위협했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것은 허깨비처럼 사라졌다. 박은 급히 몸을 일으켜 잠들어있던 컴퓨터를 다시 깨웠다. 시끄러운 노래와, 몰두할 거리를 찾아내어 금세 빠져들었다.

     힐끔, 돌아본 창문은 아직도 열려있었다. 찬바람이 들어와 뒷목을 쓸었지만 닫으러 갈 생각은 잘 들지 않았다.

     


      겨울에 거의 들어온 최근의 이야기다.

      이제는 박은, 버릇 이었던 낮잠을 거의 자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잘 때에는 항상 창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몸을 뉘이는 버릇이 생겼다고 한다.

     이건, 박의 개인적인 실화다…….





    작가의 한마디 : 무서운것으로 윽박지르기보단 담담한 어조로 스물스물 오싹한 글을 써보았습니다.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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