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리더 직격 인터뷰 -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
―현재 새누리당은 위기인가, 얼마나 큰 위기인가.
“위기인 줄도 모를 만큼 위기다. 계파주의만 강하고 다른 뭘 하겠다는 의지나 의욕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정권 재창출 의지도 없어 보인다.”
―국민은 새누리당이 꼭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난 아직은 보수가 정권을 더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철학에 있어 보수는 자유를, 진보는 평등을 더 생각하는 게 맞다. 자유의 핵심은 다양성과 자율성, 책임성인데 오히려 평등을 강조하면서 하향 평준화를 지향해온 게 문제였다.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일수록 제대로 된 보수를 세워야 한다.”
―본인은 어떤 보수인가.
“포용적 보수주의자다. 요즘 인클루시브(포용적) 성장 얘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양극화, 즉 익스클루시브(배타적)이지 않은가. 우리 정치의 최대 문제인 계파주의도 익스클루시브 정치다. 포용적 정당, 포용적 정치로 가야 한다.”
―새누리당이 포용적 정당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힘을 가진 사람들이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특히 (지난 4·13) 총선 패배에 책임 있는 집단이 뒤로 물러서는 게 바람직하다. 당권에서 물러나고 대권도 내려놔야 한다.”
―나 의원의 대권에 대한 생각은.
“당권과 대권을 놓고 본다면 당연히 대권에 대한 기회를 택할 것이다.”
―그 모멘텀은 뭔가.
“결국 그 자리(대통령직)에 있는 것이 내가 바라는 세상을 만들기 가장 쉽다는 점일 거다. 나는 (장애를 가진) 딸이 과거에 당했던 차별대우를 계기로 정치를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지금도 그런 사회적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이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차별과 격차 해소, 그것이 시대정신인가.
“그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시대정신으로 표현하자면 ‘포용’이라는 말로 쓰고 싶다.”
―포용적 정치를 위해 왜 나경원이 필요한가.
“일을 대하는 자세로 말하자면 정치를 시작한 뒤 지금까지 소신을 저버린 일이 없다. 비겁하게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정치적으로도 나는 무슨 계파 모임에 단 한 번도 안 나간 사람이다. 난 늘 중립지대에서 양 극단의 가치를 포용하려고 노력했다. 그게 내가 가진 장점이다. 좀 더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고 스펀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럿이 하나가 되는 ‘멜팅 포트’ 혹은 ‘레인보’의 역할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여당의 차기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나.
“우리의 후보군을 넓혀야 한다는 점에서 반 총장은 훌륭한 대안 중 하나다. 물론 치열하고 공정한 경선을 거치면서 연마돼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반 총장이 그러고 싶어 할까.”
―정치 지도자의 덕목을 꼽는다면.
“듣는 것, 경청(傾聽). 영국의 디자이너 토머스 헤더윅이 말했듯이, 이 세상에 쓸모없는 아이디어는 없다.”
―대통령도 정권 재창출을 바랄까.
“얼마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것 같다. 국정 운영을 성공적으로 마치길 원하고 그런 점에서 소통방식이나 스타일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대구 K2 공군기지 이전도 사실 유승민 의원 지역구 민원이었지 않나.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할 수 있는 사람을 다 넣어놓고 한번 해보자 이런 생각을 가진 것 같다.”
―당·청 관계는 어떻게 돼야 하나.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당이 청와대의 하청업체가 돼선 안 된다. 권력의 ‘이너 서클’도 키울 필요가 있다. 조금 더 다양한 시각과 의견을 받아들이는 틀을 만들자는 거다. 임기 말로 갈수록 이너 서클이 점점 작아지는데 이것이 위기를 만든다.”
―대선 전 정계개편의 요인이 있다고 보나.
“새누리당으로 말하자면 이번 전당대회 결과가 많은 걸 보여줄 것이다. 총선 패배에 책임을 진 친박(친박근혜)계가 당권을 잡으면 정치권 지각변동의 요인이 될 수 있다. 후폭풍이 따른다는 거다. 지금 (여당에는) 가치와 상관없이 사람들이 모인 부분이 있다. 정계개편이 되면 그런 게 정리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나 의원이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면. 내가 정계개편을 막을 수도 있고 할 수도 있는 건데, 정치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해야 한다면….”
―본인이 여당 핵심지지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나.
“핵심지지층이 박 대통령의 지지층이라면 부족한 부분이 있겠지만 가치 중심으로 보면 보수층의 지지를 폭넓게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보수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포용적 정치를 통해 유연하게 외연을 넓혀 나가면 언젠가는 나의 가치를 알아줄 것이다.”
―본인의 외모가 득인가 실인가.
“초기엔 득이었는데 지금은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데 발목을 잡고 있다. 나의 노력과 땀이 과소평가되는 것 같아서 고민이다.”
―3당 체제다. 협치에 대한 철학은 어떤가.
“협치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다. 누구든 앞으로는 권력을 독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통령부터 우리 당내 협치를 위해, 그리고 여야의 협치를 위해 애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협치도 기본적으로 지킬 건 지키면서 해야 한다.”
―지난 원내대표 선거 때 친박계 서청원 의원이 정진석 의원을 밀어줬고 그 때문에 나 의원이 안 됐다는 말들이 있다. 서 의원에 대한 앙금이 있겠다.
“앙금 없다. 내가 당 대표에 나오려 했던 건 그것과 상관없다.”
―지난 청와대 오찬 때 대통령이 무슨 얘기를 했나.
“덕담을 했다. ‘빛나는 활동을 하시라’고 하더라.”
―개헌론은 어떤 입장인가.
“난 4년 중임제 개헌을 생각하고 있다. 다만 기본권 조항 등 손봐야 할 부분이 많은데 그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어서 2단계 개헌론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내년 대선 때까지 권력구조 개헌을 하고 대선 후에 기본권 조항을 개헌하는 식이다.”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은 어떻게 해야 하나.
“개정할 건 개정하는데 폐지에는 반대다. 그건 야당 의원들한테 필요한 거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어떻게 보나.
“중국과의 관계를 어렵게 만들 수 있어 걱정이다. 우리 기업의 대륙 진출과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드는 국가와 국민의 생존권, 안보와 직결된 문제여서 배치해야 한다고 믿는다. 여러 문제점은 사후적으로라도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
―정치적 나경원, 전략적 나경원은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정책적 나경원은 연상이 잘 안 된다. 정책적·경제적 문제를 얼마나 고민하고 있나.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준비 중이다. 거시경제, 재정과 조세, 복지, 외교안보 등 사안별로 많은 분의 생각을 들으면서 공부하고 있다.”
―복지와 세금제도를 연결해서 설명해 보라.
“복지를 더 확장해야 하며 그에 따라 담세원(源)도 넓혀야 한다는 게 내 신념이다. 세금을 내는 숫자가 너무 적다. 법인세도 조금 높여도 된다고 본다.”
―경제위기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한마디로 대답하기 어렵지만 4차 산업혁명과 관련시키면 해답의 일단이 나올 수 있다. 앞으로 일자리 500만 개가 없어지고 200만 개가 새로 생긴다. 기존 산업구조를 새 산업구조로 발전시켜 나가는데 정치권이 길을 터줘야 한다. 그걸 발 빠르게 하느냐 못 하느냐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
―남북관계를 풀 해법은.
“지금은 제재에 집중할 때다. 하지만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대화의 틀에 있어 좀 더 융통성과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정권이 바뀌든 안 바뀌든 남북관계는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그 핵심은 둘의 관계가 단절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