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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74403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8
    조회수 : 989
    IP : 221.155.***.186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5/06/22 14:35:36
    http://todayhumor.com/?lovestory_74403 모바일
    [BGM] 사랑의 시 - 백 열네 번째 이야기



    1.jpg

    서지월, 이별




    만약 우리가 떨어져 있지 않다면

    저 길들이 무엇에 필요하리

     

    우리가 떨어져 제각기 시간을 가지지 않는다면

    이 밤의 불빛이 무슨 소용 있으리

     

    등 뒤의 저 바다가 출렁이고 있음도

    우리가 떨어져 있어 더욱 크게 들리고

     

    모래 위에 나란히 두 발자국 찍으면

    그 사이로 해풍은 불어 오리

     

    만약 내가 시와 삶을 포기하고

    그 바다로 간다면

     

    그 바다에 일찍이

    그대가 마중 나와 기다리고 있다면







    2.jpg

    이성선, 새벽길




    이 길로 당신이 가장 먼저 오시기에

    이 길은 세상의 길 중에

    가장 외로운 길이기에

    이 길 위에 당신이 쓰러지고

    다시 별이 스러졌기에

    당신이 누웠던 체온이 별빛처럼

    지금도 따스히 남아 있는 자리이기에

    마른 풀의 향내가

    죽은 시인의 영혼처럼 나를 감싸고

    외로운 당신 사랑의 눈길이

    밝히는 이슬로 발 아래 떨어져

    눈물짓는 길

     

    풀이 없어지는 이 새벽의 풀밭길에서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새벽이 오지 않는 새벽 들판길에서

    당신을 부릅니다

    풀벌레로도 다시 오지 않는 이







    3.jpg

    이정하, 인사 없이




    그대 진정 나를 사랑했거든

    떠난다는 말 없이 떠나라

     

    잠깐 볼일이 있어 자리를 비웠거니

    그래도 오지 않으면

    조금 늦는가보다, 생각하고 있을 테니

     

    그대 진정 나를 사랑했거든

    떠난다는 사실조차 모르게 떠나라







    4.jpg

    박재삼, 사랑하는 사람을 남기고




    어쩌다가

    땅 위에 태어나서

    기껏해야 한 칠십 년

    결국은 울다가 웃다가 가네

    이 기간 동안에

    내가 만난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점지해 준

    빛나고 선택받은 인연을

    물방울 어리는 거미줄로 이승에 그어 놓고

    그것을 지울 수 없는 낙인으로 보태며

    나는 꺼져갈까 하네







    5.jpg

    전서영, 겨울나무처럼 그렇게 서 있어야 되는 줄 알았습니다




    서운 바람에 바들바들 떠는 추위쯤은

    아무것도 아니라 여겼습니다

    한 계단만 밟고 올라섰더라면

    유리벽 너머

    많은 사람들이 짓고 있는 그 따뜻한 미소가

    나의 것이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나

    오로지 한가지 밖에 모르는

    미련퉁이기에

    일념으로

    그대 오는 발소리만 기다리고 있었나봅니다

    그렇게 기다려야만 하는 줄 알았습니다

    혹여라도

    그대 오시다 보이지 않는

    나로 인하여

    짧은 슬픔이라도 스치고 지나갈까봐

    차마 얼어붙은 몸일지언정

    겨울나무처럼 그렇게 서 있어야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대가 오실 때까지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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