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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74389
    작성자 : 닉네임모하징
    추천 : 19
    조회수 : 3666
    IP : 220.125.***.69
    댓글 : 56개
    등록시간 : 2014/11/12 15:57:54
    http://todayhumor.com/?panic_74389 모바일
    사이비에 빠지면 답도없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



    그 언니의 소식을 요즘은 들을 수 없으므로 음슴체



    내가 대학 다닐때 나보다 한 학년 윗선배 중에 정말 예쁘고 착한 언니가 있었음

    인사할때마다 방긋방긋 웃으면서 밥 먹었냐고 물어봐주고 맛난것도 사주고... 인기도 많았음 짱짱맨 언니였음

    그리고 내가 3학년이 되고 그 언니가 4학년이 되었을때 우연히 같은 전공선택 과목을 듣게 됨

    언니가 이거 듣고싶었는데 수강신청을 실패했었다고 하면서 4학년 혼자니까 잘 부탁한다고 말까지 했었음

    그 전선 과목은 학생이 15명밖에 안되는 소규모의 강의였음. 게다가 타과 학생도 없고 우리과 학생들만 있어서 누가 있는지 모를 수가 없었음



    어쨌든 종강을 한 달반정도 남겨두고 언니가 2주 연속으로 강의를 안 나옴. 교수님이 물어봐도 행방을 아는 사람이 없음

    우리는 어디 아픈가? 무슨 일이 있나? 하고 뭐 엄청나게 친한 사이도 아니고 그냥 좋은 언니라고만 알고있으니까 그러려니 했음

    그리고 그 다음 강의 시간에 교수님이 오셔서는 그 언니가 집에 사정이 생겨서 급하게 본가로 잠시 내려갔는데,

    휴학을 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라서 교수님이 편의를 봐주기로 했다고 여러분도 좀 이해해달라는 말을 하심.

    어차피 절대평가였고 나랑 직결되는 문제도 아니었기에 우리는 그냥 알았다고 했음



    그리고 그 일이 있은지 며칠 안 지나서 1학년 후배한테 문자가 옴. 자기가 학교로 오는데 어떤 언니가 자기를 붙잡더니 무슨 과냐고 물어보길래

    OOO과라고 말했더니 자기도 거기 과 4학년이라고 하면서 나중에 밥 한 번 사준다고 연락처를 받아갔다는거임

    그리고 그날부터 계속 자기한테 문자를 하는데 굉장히 부담스럽고 어색하다면서 나한테 누군지 아시냐고 물어봄(내가 과대였음)

    내가 4학년 얼굴을 다 아는 것도 아니고... 톡으로 과 홈페이지에서 얼굴 좀 찝어달라고 하니까 그 언니를 찝어줌



    ....? 그 언니 고향으로 내려갔다고 했는데? 뭔가 이상하다는걸 느낌

    그리고 친구나 후배들한테도 저런 이야기를 계속 듣게됨. 그 언니가 어떻게 알고 우리과 1학년들만 알아내서 번호를 다 가져갔다고.

    생각해보면 과 홈페이지나 어디서 1학년 단체사진을 보고 얼굴을 외워서 그런게 아닐까 싶음.




    아무래도 뭔가 좀 찝찝해서 조교 선생님한테 말씀을 드리러 갔음. 우리과는 조교쌤이랑 사이가 돈독해서 고민상담도 받고 수다도 떨고

    농담도 하고 굉장히 친하게 지냄. 일단 내가 좀 말 꺼내기가 뭐해서 OOO 언니라고 이름을 석자 꺼내자마자

    조교쌤이 나한테 걔 소식을 알고있냐고 묻는거임. 그래서 아니 이러저러한 일이 있었다 라고 말하니까 쌤이 미치겠다고 하면서

    자기랑 교수님한테 본가에 일이 있어서 돌아간다고 했던 말이 거짓말 같다는 거임. 계속 학교 근처에서 봤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고

    그래서 내가 그럼 집으로 전화를 한 번 해보라고 했음. 사실 조교가 학생 집에 전화하는 일은 흔하지 않으니까... 그래도 쌤이 내 앞에서 전화를 하심

    근데 집에는 전혀 연락이 없었다는거임. 자기 딸에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으시길래 선생님은 그냥 솔직히 다 말씀드림.

    애가 이러저러 거짓말을 해서 수업에 안 나오고 있다고 말함.


    그리고 하루이틀? 지나서 내 친구가 대박이라고 하면서 나한테 그 언니 싸이를 보여줌. 

    나는 일촌이 아니라서 그 언니 싸이를 볼 기회가 없었고, 그때만해도 한창 스마트폰이랑 페북이 흥하고 있을떄라 싸이 투데이 1도 안될때임

    근데 그 언니가 신천지라고 대문짝만하게 쓰인 조끼를 입고 해맑게 웃으면서 찍은 사진이 수백장이 넘는거임;;;;;;;

    우리 학교가 있는 터미널에서 그 조끼를 입고 어른들에게 커피 나눠주는 사진을 올리고 '오늘한 보람찬 봉사활동^^' 이런 식으로 사진이 몇 백장...

    싸이 일기에는 너무너무 행복하다고 쓰여있고 내 기쁨을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게 자신의 의무라고 도배가 되어있었음





    결국 언니가 사이비에 미쳐서 학교도 안 나오고 전도 활동을 하고 있었던거임... 교수님에게 거짓말까지 하고...

    그 담날 친구랑 같이 조교쌤한테 가서 사진을 보여드림. 쌤 얼굴이 사색이 됨... 얘가 미쳤다고 하면서 안되겠다고 얘 찾으러 가야겠다고 하심

    그리고 그 언니들이랑 친했던 언니들에게 연락을 해서 이러저러한것같다고 이야기를 하고 조교쌤이랑 언니를 찾아다니기 시작함

    언니가 발견된건 학교에서 조금 떨어져있는 외진 원룸촌이었음. 거기에 천막을 펴놓고 사람들이랑 그 조끼를 입고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음

    언니들이랑 쌤이 너 여기서 뭐하냐고 이야기 좀 하자고 하니까 언니가 웃으면서 자기 이거 해야한다고 거절했다고 함


    아무리 말을 해도 못알아듣고 오히려 같은 신천지 아줌마 아저씨들이 뭐라고 하길래 무서워진 언니랑 쌤은 그게 끝날때까지 기다림

    그리고 전단지 다 나눠주고 정리할때 그 언니를 끌고가다시피 해서 여기서 뭐하냐고 부모님이 걱정하신다고 그만두라고 하니까

    자기가 이 일을 하는건 조물주의 숙명이고 의무이자 보람? 인데 어떻게 이 일을 팽개칠 수 있냐고 오히려 화를 냈다고 함

    조교쌤이 나한테 이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진짜 너무 그 언니 얼굴이 평화로워서 화도 더 못내는 그런 상황이었다고 했음



    어쨌든 그 연락이 부모님에게까지 닿았고 부모님이 거의 반강제로 집에 데려갔다고 하는게 그 언니 소식의 끝이었음

    이제 졸업한지 2년도 넘었으니 3년이 좀 더된 이야기인데 그 언니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궁금함

    쓰고나니 재미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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