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세월호 참사 때 “기사를 빼달라” 등을 요구한 통화 내용 녹음을 공개한 김시곤 전 <한국방송> 보도국장은 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징계무효 소송 항소심에서 “청와대가 ‘보도 개입’을 넘어, 그에 응하지 않은 자신을 보도국장직에서 물러나라고 압력을 가하는 등 ‘인사 개입’까지 했다”는 주장을 폈다. 김 전 국장의 소송은 2014년 5월 보도국장직을 사퇴할 때 기자회견을 열고 길환영 전 사장의 ‘보도 개입’ 실태를 폭로한 데 대해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받은 데 따른 것으로, 1심에선 패소했다. 6일 김 전 국장은 항소심 변론준비기일 출석차 서울고등법원에 모습을 드러내고, 이 전 수석과의 통화 내용이 공개된 뒤론 처음으로 기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그는 “홍보수석 본연의 업무였다”는 청와대 쪽의 주장을 “난센스”라고 비판하고, “통화 자체가 문제가 되진 않지만, 통화 내용과 통화를 통해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 했는지가 ‘포인트’”라며 당시 이 전 수석의 전화가 ‘보도 개입’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국방송의 역할은 권력의 견제와 감시인데, 과연 그들이 한국방송의 역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김 전 국장은 이후 법정에 서서, 보도국장 사퇴 기자회견 당일 “길환영 당시 한국방송 사장이 사표를 요구하면서 ‘대통령의 뜻이라 거절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날 상황에 대해 “14시 기자회견을 35분 남기고 길 전 사장이 날 호출했다”며 시간까지 소상히 적시했다. 김 전 국장의 이날 주장은 그가 공개한 ‘국장업무 일일기록’(비망록), 이 전 수석과의 두 차례 통화 내용 등과 맞물려 청와대의 ‘보도 개입’이라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망록에는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 시절이었던 2013년 1월부터 그해 11월까지 길 전 사장과 이 전 수석이 한국방송 보도에 어떻게 간여해왔는지가 깨알처럼 적혀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이 전 수석이 김 전 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던 통화 내용에도 “해경을 비판하지 말아달라”, “뉴스를 빼든가 다시 녹음해달라” 등의 요구가 나온다.“(이 전 수석의 전화를) ‘보도 통제’나 ‘보도 개입’으로 받아들였느냐”는 질문에는, “회사 동료들이 어제(5일) 성명서를 썼는데, 내가 그 기자들을 대표하는 자리(보도국장)에 있었다. 생각은 비슷하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고 답했다. 한국방송 보도본부 소속 27기 기자들은 5일 “청와대의 ‘보도 개입’에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가”란 제목으로 회사를 비판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 이에 동조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지난 1일 언론단체들이 이 전 수석과 김 전 국장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뒤로 연일 파문이 일고 있지만, 한국방송은 이와 관련해 아직까지 단 한 건의 리포트도 내보내지 않고 있다. 이날 김 전 국장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데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는 “한국방송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되지 못한 데에는 저를 포함한 한국방송 구성원들에게 상당한 책임이 있다.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제도적 문제점은 없는지, 다시 말해 정부·여당이 일방적으로 사장을 선임하는 지금의 제도를 이대로 놔둬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단순히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정쟁으로 몰아가지 말고, 근본적으로 대안을 모색하고 개선점을 찾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도 밝혔다. 또 “만약에 청문회 같은 공식적인 자리가 마련되면 출석해서 다 밝히겠다”고도 말했다.
자기 입맛에 안맛으면 어느 자리라도 사퇴시킨다
보도국장,원내대표
이 정권의 끝은 어디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