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차별 대신 존중을 받아야 합니다. 교회는 목회자의 마음으로 그들과 함께 해야 합니다.”
즉위 후 줄곧 성소수자에 관용적인 태도를 보여 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독교인들은 성소수자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26일(현지시간) 아르메니아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이런 뜻을 밝혔다.
유럽, 미주, 아시아 여러 곳에서 성소수자 차별을 없애는 데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을 받아온 로마가톨릭 수장의 발언은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기독교인들은 이들에게 반드시 ‘미안하다’고 말해야 한다”라며 “교회는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가난한 이들, 착취당하는 여성들과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도, 무기(전쟁)들에 축복을 내린 것에 대해서도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뒤 줄곧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포용적인 태도를 보여 왔고, 그 해 미국 최대 성소수자잡지 ‘애드버키트’의 표지모델로도 등장했다. 전통 교리를 내세워 성소수자들을 배제해온 이전 교황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교황의 이번 발언이 알려지자 미국의 저명한 예수회 신부 제임스 마틴은 페이스북에서 “놀라운 순간”이라고 표현하며 “2000년 요한바오로 2세가 유대인과 원주민, 이민자와 여성들에게 사과한 적 있지만 어느 교황도 성소수자들에게 사과한 적은 없었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