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만성 피로에 시달려오던 전
두달 쯤 전에 집 앞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그리 큰 병원은 아니었지만 종합병원이었습니다.
어디가 안 좋아서 그럴까.. 궁금해하며 결과를 기다렸는데.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마 폐 속에 종양이 있는 것 같으니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담배.. 고3때 처음 입에 대기 시작해서..
안 피웠다 피웠다를 반복해 왔습니다. 많이 필 때는 하루에 반 갑 정도 피웠구요..

정말 당황스럽더군요.
지방에서 올라와서 학교를 다니고 있던 터라.. 부모님 걱정하실까봐 이야기도 안하고
그냥 알바해서 모은 돈 갖구 검진 받았는데..
종양이라니.. 
이대로 죽는걸까? 란 생각도 막 들었습니다.

다행히 외삼촌이 저 사는 곳 근처에 사시는데..
제가 어릴 적부터 아버지처럼, 형처럼,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입니다.
고민 끝에 외삼촌께 말씀을 드렸더니..
삼성병원 예약이랑 병원비까지 다 처리해주시더군요..
게다가 어머니께서 한 번 크게 편찮으신 적이 있어서 혹시 걱정하실까봐
부모님껜 비밀을 지켜주시더라구요.
일단 결과가 나오면 그 때 말씀드리자고. 정말 감사하더군요.

일단 검사를 받기로 예약은 했지만..
마음이 편할리가 있겠습니까?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이 상황에서..
제가 어린 티가 나더군요.. 방황했습니다.
밤에 잠도 못 들고.. 이대로 눈 감았다가 못 깨어나는 건 아닐까 하고.. 오바도 좀 했습니다.
며칠 그러고 나서 검사를 일 주일 앞두고 마음이 조금 바뀌더군요..
혹시 모르니까 주변 정리를 좀 해두자..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다고 곧 죽을 사람 처럼 정말 주변을 싹 정리를 하려던건 아니구요..
그 동안 관계가 소원해졌던 여러 사람들.. 오해가 있어서 멀어졌던 사람들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제가 먼저 연락을 하자 처음엔 다들 좀 당황스럽게 받아들이더군요.
그리고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고 잘못한 것에 대해선 사과를 하고,
그 사람이 오해하고 있는 것들은 오해를 풀었습니다.
그렇게 한 일 주일을 보내고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게 3주쯤 됐군요.

다행히. 암은 아니라고 하네요.
염증같은게 있긴 한데, 치료하면 된다고 하시는군요.
참.. 좀 어처구니 없이 난리법석을 떨긴 했지만..
다행히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소중한 사람들이 누군지도 알게 되었고
(눈앞에 지나가더군요.. 사람들 얼굴이..^^;)
오해와 다툼으로 멀어졌던 사람들을 되찾을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비록 저와 삼촌 계좌에 잔고가 확 줄어들긴 했습니다만..^^;
건강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고,
사람들을 다시 되찾을 수 있어서..
죽다 살아났지만.. 그만한 보상은 받은 것 같군요^^
식상한 얘기긴 하겠지만, 막상 겪어보니 정말..
'내일 죽을 것 같이 오늘을 살라'라는 말이 와 닿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