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이 불공정 보도에 맞서 장기 파업을 벌인 노조 집행부를 해고한 데 이어 그해 6월20일 ‘파업 배후’로 지목해 해고시킨 박성제 기자를 지난 16일 만났다. 그는 마이크를 빼앗긴 4년간 공방에서 묵묵히 원목으로 스피커를 만드는 소상공인으로 변신해 있었다.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 공방에 틀어박혀 시작한 목공작업은 오디오광이었던 그에게 둥그런 스피커를 만드는 영감을 떠올리게 했고, 그는 ‘쿠르베스피커’라는 사업체까지 꾸리게 됐다. 목돈이 들어가는 시설 투자가 아니라 몸으로 버티는 작업이기에 가능했다. 수제원목 스피커는 반응도 좋아 드라마에서 소품으로 빌려 가며 방송을 타기 시작했고, 마침내 문화방송의 일일극에서도 지난달부터 협찬으로 등장했다. 그는 “드라마 소품 등을 납품하는 회사에서 연락이 와서 ‘엠비시에서 껄끄러워할 것’이라고 했지만 사정을 하기에 빌려줬다”고 했다. 음악이 동반되지 않는 드라마 협찬은 홍보에 크게 도움되지 않지만 친정이니까 하는 순수한 마음이 작용했다. 하지만 박성제가 만든 스피커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는지 문화방송 계열사 대표의 ‘빼라’는 지시에 따라 지난주 촬영분부터 소품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