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잠도 안오고 작년 겨울에 사우나에서
기절했던 얘기 한번 해보겠습니다.
모바일이라 글 배열이 이상할 수 도 있어요 ㅠㅠ
12월이었는데 탄천을 걷다가
집가기전에 동네 사우나에 갔어요.
가서 온탕에서 몸도 녹이고
냉탕에서 잠수도하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사우나 들어가서 모래시계도 돌려놓고
달구다가 나오자마자 냉탕에 들어가서
몸을 식히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나와서 샤워기 있는쪽 으로 걸어가는데
눈앞이 뿌얘졌습니다.
음.. 약간 현기증 나는거 같은거 있잖아요?
그런 느낌이었는데 살짝 어질어질한 상황이었어요.
술 거하게 취해서 걷는느낌?
뭐 괜찮아지겠지 찬물에 씻으면
정신이 들겠지 하고
몽롱한 상태로 머리를 감는데
이거 영 어지러워서 정신을 못차리겠는겁니다.
어지럽고 눈앞도 뿌얘서 어디든 앉아야겠는겁니다.
그래서 머리를 감다가 출구쪽으로 나오는데
걸어가면서도 어지럽고 몽롱하고
소리는 쏴아 하는 샤워기 소리 밖에 안들렸습니다.
출구로 걸어가는데 눈이 깜빡이는건지
어두웠다가 뿌얬다가 하는겁니다.
문을열고 나왔는데 그동안
어지럽고 몽롱하던게 절정에 달했습니다.
어어어.. 왜이러지 하면서
눈앞이 새하얘지고
사람들이 왁자지껄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뒤통수가 얼음을 댄것처럼 차가워지면서
그 뒤로 기억이 없습니다.
그대로 정신을 잃은겁니다.
그런데 정신을 잃었을때
한가지
기억 나는게 있습니다..
전 바닥에 쓰러져 있었을테고
제가 정신을 잃은동안
꿈을 꾼 듯한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 얘기를 해보면
일단 햇빛 강렬했고
매미가 엄청나게 울어대던 여름 산길이었습니다.
눈에 많이 익던 시골길이었는데
외가 근처의 길과 비슷하게 생겼었어요.
약간 오르막의 신작로같은 길이었는데
제가 그길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걷다가
앞에서 어떤 할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이는겁니다.
상투를 트시고 저고리에 곰방대를 들고
예전 옹고집전의 옹고집의 이미지? 의 할아버지가
걷고 계셨습니다.
전 그분을 따라가는데
갑자기 그분이 걸음을 멈추시더니
뒤를 홱 도셨습니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저에게 쌍욕을 하시더군요.
어린놈의 새끼가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와!
꺼져 이놈새끼야 ! 어허 이새끼봐라 안꺼져?
안꺼져 이놈새끼야??!
하시면서 곰방대로 저를 마구 때리시더군요.
전 웅크리고 맞았습니다.
한참을 곰방대로 때리시다가
이놈의 새끼가 어디라고 기어들어와 이새끼야 !
에이 썩을놈아!
하면서 발로 제 어깨를 밀듯이 찼는데
거기까지만 기억이 나고 정신을 차렸습니다.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부터 먼저 들리다가
눈을 부스스 떴는데
뿌옇게 보이다가 천장이 보이고 사람들이 보였어요.
제 옆에는 어떤 아저씨가
수건으로 제 머리를 누르고 계셨구요.
보니까 제가 정신을 잃으면서 쓰러질때
그 왜 탕 입구나 출구는 유리문이 있고
바닥이 대리석같은 돌로 되있잖아요?
거기에 넘어지면서 세게 부딪힌겁니다.
정신을 잃으면서 머리에 얼음처럼 차가웠던 느낌은
돌바닥에 부딪힌 느낌이 아닌가 싶습니다.
진짜 머리에서 피가 철철 났습니다.
하얀색 수건 몇장이 바닥에 널부러져 있고
아저씨 한분이 지혈해주고 계셨어요.
진짜 그 아저씨가 지혈을 안하셨다면
전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ㅠㅠ
진짜 생명의 은인이셨죠.
정신이 들었는데 머리에서 피가나는데도
정신이 너무 멀쩡하고 맑은겁니다.
당장 일어서서 집에가도 될거 같았어요.
아무튼 정신차리고 얼마안되서 119가 도착해서
전 구급차타고 응급실로 실려갔었습니다.
다행히 뼈도 멀쩡하고 큰 이상은 없었어요..
그런데
꿈같은 기억속에 할아버지는 처음보는 얼굴에
현재도 친할아버지 외할아버지
모두 계시는데
그분은 대체 누구신가 궁금하네요..
이런일이 있은 다음에는
전 사우나를 기피하게 됬고
친구나 가족들이 꿈 얘기를 하면
개꿈이네 하는 얘기없이
정말 진지하게 듣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생각해보면 전 저승 문턱까지 간거네요..
그때 할아버지가 뒤를 안돌아보셨다면..
그 언덕을 다 올라갔으면 어떻게 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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