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984년생 남자입니다.
어렸을때는 재믹스(MSX)를 가지고 놀았고 백 투더 퓨처의 호버보드를 가지는 게 소원이었죠.
지금은 레트로 게임기에 대한 향수가 있지는 않고 아내님의 허락하에 HTC Vive로 가상현실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레디 플레이어 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엔 그냥 2D로 동네 영화관에 가서 보려고 했습니다.
출연 목록을 보는 순간 큰 기대를 버리게 되더라구요. 저 많은 등장인물을 어떻게 다보라고?
그런데 개봉 당일 많은 분들의 폭발적인 후기를 보고 바로 예매해서 차로 왕복 1시간 반 걸려 옆동네아이맥스 3D로 보고 왔습니다.
이 영화를 보기위해 그리고 또 보는 4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처음 들려오는 Take on me 부터 가슴이 두근 거리기 시작해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올 때까지
공부할때는 2분 30초면 끝나는 집중력이 영화를 보는 2시간 30분동안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재미없었는데 옆에서 제가 집중하고 있는 걸 보면 너무 재밌어하는게 보여서 차마 아무말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매우 주관적인 잡설입니다
1. IOI? 101?
처음에 101을 보고 왜 직원들이 식서인지 생각해보다 빵터졌었습니다.
회사는 5고 직원은 6인거죠. 아니면 비정규직이라 5가 못되고 6이거나...
2. 엄청나게 많은 까메오가 나오지만 포스터에 나온 애들이 비중은 전부 다 먹고 있죠.
엄청나게 많은 까메오와 라이센스를 모르고 봤더라면 더 재밌게 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케팅으로 화면 가득 등장하는 까메오 이름만 써둔 포스터가 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영화를 방해하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전혀 모르고 있다가 툭툭 나오면 어! 어!!! 했을거 같아요.
3. 샤이닝과 237호
극장에서
237호 들어가는 걸 보고 저도 모르게 소리질렀습니다.
저만 소리 질렀습니다. 네....
공포영화를 못보는 관계로 샤이닝은 안봤지만 많은 분들의 후기 및 조언에 힘입어 조금이라도 알아보고 간게 매우 크더라구요.
으...으.... 하면서 봤습니다.
샤이닝을 처음부터 제대로 봤으면 좀 더 다른 느낌이었겠구나 싶었습니다.
4. 건담
전 건담을 좋아합니다.
특히 건담 Mk.II 에우고 모델을 좋아하지요.
잠시동안 거대 로봇으로 변신시켜주는 글러브를 초반에 들었을 때는 이렇게 이어질거란 생각은 안했습니다. 건담 =/= 변신 이니까요.
다이토가 명상을 하는 동안 아이언 자이언트 처럼 조립해서 오는데 시간이 걸리나보다 라는 생각을 했을 뿐이죠.
등장 하는 걸 보고는 '아... 타이밍만 재고 있었구나...'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사무라이로 싸우다가 등장하려면 폼이 안나니 하늘에서 멋지게 등장하기 위한 타이밍을 재고 있었겠죠.
'나는 건담이 되겠다' '나는 건담으로 가겠어' 한글 자막과 일본어 직역의 차이라는데 전 일본어는 못 읽으니 어디서 많이 본 대사라고 생각했는데,
건담 00 의 주인공 세츠나의 대사더군요.
기왕 RX-78 나온거 '다이토 갑니다' 같은 대사로 해줬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 찾아보니 원래는 울트라맨 VS 고지라의 패러디라고 하네요. 30초간 변신에 하늘에서 내려오는 장면도 그렇고. 그래도 전 건담이 더 좋아서
5. IOI 로열티 센터와 정부
빚쟁이 잡아다가 일 시키는 곳 입니다.
영화속에서는 드릴같은 걸로 바닥을 뚫는듯한 동작을 하는 사람도 있고 아르테미스는 여기 저기 폭탄을 놓기도 하죠.
가상화폐를 채굴할 때 채굴기 대신 사람이 채굴하면 저런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게임내 코인은 가상화폐고 오아시스의 영향력이 정부보다 크다면 정규 화폐 대신 오아시스 내의 코인이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겠죠.
경찰이 초반에 오지 않은 것도 오아시스 내의 영향력이 IOI가 좀 더 크다고 생각해서 출동을 안한 것 같고, 파시발이 에그를 획득하고 오아시스의 주인이 되는 순간 출동해서 IOI의 대표를 체포한 것도 아마 이런 영향이 크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6. 수많은 카메오들
영화 속 오아시스는 천재 개발자 할리데이가 만든 가상현실 플랫폼입니다.
식사와 배설을 제외한 모든 행위가 "이상적인 형태"로 가능한 곳이죠.
너무 완벽한 나머지 현실보다 더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되어지는 그런 곳 입니다.
사실 완벽하다 라는 부분을 제외하고 보면 이미 존재하는 플랫폼입니다.
스케일이 좀 작아서 그렇지 Rec Room 이라는 무료 VR 게임에서는 로비에 모여서 떠들고 놀다가 게임을 하러가죠.
VR Chat이라는 게임에서는 자기가 원하는 아바타를 만들어서 업로드를 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영화처럼 포탈을 통해서 이동하죠.
이 플랫폼이 오아시스처럼 발전한다면 저 수많은 카메오가 왜 필요했는지는 추측해볼 수 있었습니다.
'현실적인 배경'
영화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카메오들의 가치는 딱 저만큼을 쓰기 위해서 가져온 것입니다.
지금도 VR Chat에 가보면 제작자의 능력에 따라 퀄리티는 천차만별이긴 합니다만 국경을 초월한 별의별 캐릭터가 다 있죠.
만약 오아시스 같은 영향력있는 가상현실이라면 전 세계의 게임사 영화사와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캐쉬 아바타를 판매 할 듯 합니다.
그렇기에 좀 더 현실적인 가상현실 플랫폼을 위해 수많은 카메오들이 필요했던거겠죠.
어떤 분들은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를 찾기위해 왜 노력해야 하는가? 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사실 찾을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카메오들은 전부 배경인거죠.
같은 캐릭터가 여럿 등장했다면 그게 더 리얼했을거 같긴한데 심미적으로는 안좋았을거 같긴하네요.
7. 개연성
대부분 이모가 죽었는데 조카라는 놈은 절세미녀와 사랑에 빠져서 헤롱거린다 라고 많이들 하시더라구요.
저도 영화 볼때 그 부분이 엄청 걸리더라구요.
철이 없는건지 아니면 게임감각이라 죽음도 느낌이 없는건지...
나중에 '우리 엄마의 자매를 죽였어!' 라고 할 때는 어이가 살짝...
파동권도 좀 뜬금 없었습니다.
너무 뻔한 클리셰지만 홀리 그리네이드 라던가 저메키스 큐브 같은건 구매하는 장면이 나와서 언젠간 쓰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는데
아도겐은 어디서 배운걸까요? 류도 등장했다고 하는데 전 못봤었거든요.
아무런 장치없이 아도겐을 쓴다면 오아시스의 게임 룰을 벗어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뇌피셜로 이상한 글을 많이 쓴거 같습니다.
아타리 2600을 해본적은 없지만 레트로 게임은 저랬지 하는 식으로 보다보니 어느새 엔딩까지 가버린 영화였습니다.
클리셰 투성이에 특별할 것 없는 스토리라인이라고 하지만 그냥 편하게 머리쓰지 않고 보면서 심장이 쿵쿵 뛰는 걸 느낄 수 있었던 영화 아닌가 싶습니다.
또 보러 가고 싶긴한데 갈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덧붙이는 말
HTC Vive에서 콜라보를 맺어서 Vive 기기기 있으신 분은 오아시스에 접속이 가능합니다.
Oasis Beta로 되어있어서 영화보기전에 해봤는데 미묘합니다...
그냥 2045년의 분위기를 살짝 보는 정도? 둠행성에서 이렇겠구나 하는정도의 체험은 가능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