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씁쓸하네요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가 약 한 달만에 재회했지만 분위기는 냉랭했다.
18일 광주광역시 5·18 민주묘지에서 진행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두 사람은 함께 참석했다.
문 전 대표가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고, 잠시 뒤 행사장에 들어온 김 대표와 짧게 인사를 나눴다.
김 대표와 문 전 대표는 지난달 22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독대했었다.
총선의 노고를 위로하는 자리였지만 회동 후 김 대표측이 "문 전 대표가 당대표 경선출마를 권했다"고, 문 전 대표측이 "경선 출마를 권하지 않았다"고 엇갈린 주장을 내놓으며 사이에 균열이 생겼다.
김 대표는 "앞으로 문 전 대표를 만날 때는 녹음기를 가져와야겠다"고 주변에 말하는 등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문 전 대표가 김 대표를 '모셔온' 이후 이어져온 아슬아슬한 전략적 동거가 깨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김 대표와 문 전 대표는 이날 재회한 자리에서 인사한 것을 제외하면 아무런 말을 나누지 않았다.
같은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대화를 나누거나 나란히 걷는 모습을 연출하지 않았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뒤 5·18 구묘역 이한열 열사 묘역 앞에서 이한열 어머님과 악수를 하고 있다.
더민주는 기념식이 끝난 직후 민주묘지의 신묘역에서 구묘역으로 옮겨 참배를 지속했다.
문 전 대표는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혔던 추미애 의원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경수 당선인 등과 함께 먼저 구묘역으로 향했다.
김 대표는 우상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함께 참배를 진행했다.
이한열 열사의 묘역 앞에서 김 대표의 바로 뒤편에 문 전 대표가 참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그냥 지나쳐 보냈다.
김 대표는 이후 참배를 끝내고 구묘역을 벗어났고, 문 전 대표는 5·18 민주화운동을 보도한 독일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의 기념비 앞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다 자리를 떠났다.
두 사람 사이에 접촉이 없었던 것은 문 전 대표가 이번 광주행의 콘셉트를 '조용한 방문'으로 잡은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조용히 낮은 자세로 호남의 '반문정서'를 바꾸는 것을 의도한 듯 일체의 발언을 자제하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전날에도 문 전 대표는 더민주 당선인들과 접촉을 최소화했었다.
낙선자들과 만찬을 하고, 전야제 행사 바로 옆자리에 있던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담소를 나눴을뿐 우상호 원내대표 등 더민주 인사들과는 따로 일정을 소화했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5·18 민주묘지에서 차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에게 "지도부가 있기 때문에…"라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당이 전당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당내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 광주=최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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