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원구성을 앞두고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에서 국회의장을 배출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회 본회의 의사봉을 차지하기 위한 당내 경쟁이 조기에 불붙었습니다.
문희상 정세균 이석현(이상 6선 당선인·가나다순) 박병석 원혜영(이상 5선 당선인) 의원 등 5인의 잠재후보들은 저마다 '협치 시대'의 야당 출신 국회 수장 적임자임을 내세워 사실상 득표전에 들어갔습니다. 경우에 따라 계파간 세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입니다.
가가호호 자택 방문에서부터 손편지 작성 등 선거운동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특히 전체 당선인의 절반에 달하며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캐스팅보트로 떠올랐던 초선 당선인(57명)이 주된 공략 대상입니다. 당내에선 "원내대표 경선 때보다 더 불꽃이 튄다"는 말이 나옵니다.
당장 12∼13일 광주 당선인 워크숍이 표심잡기 경쟁의 장이 될 전망입니다.
지난 9일 저녁 열린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조부인 고(故) 김병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역사교육 만화 출판기념회에도 국회의장 후보들이 '눈도장'을 찍기 위해 대거 출동했습니다.
더민주는 전신인 열린우리당 시절 17대 국회에서 원내 과반을 차지해 국회의장을 잇따라 배출했는데, 전반기에는 추대로 김원기 의원을 국회의장 후보로 내세웠고, 후반기에는 당내 경선을 통해 임채정 의원을 국회의장 후보를 결정했습니다.
5파전으로 전개되는 이번 국회의장 후보 경쟁에서 문희상 의원은 중량감과 안정감, 통합과 조정 능력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공천 때 컷오프됐다가 '구사일생'으로 구제된 그는 국회의장을 끝으로 '명예로운 퇴장'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요즘 초선 그룹에 대한 접촉면 넓히기에 한창이라는 후문입니다.
주변에선 내심 추대론 쪽으로 분위기를 잡으려는 기류도 감지됩니다.
문 의원은 1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장은 서로 도토리 키 재기 하듯 해서 뽑는 자리가 아닙니다. 여소야대가 되자마자 국회를 개혁하고 입법부의 권위를 바로 세워야 한다"며 "(투표보다는) 가능한 공론화해 (후보를) 정리하는 게 제일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정세균 의원은 당권 도전 가능성은 일찌감치 차단한 채 집권여당 시절 원내대표와 장관, 당 대표 등을 지낸 경륜을 내세워 국회의장직을 향해 시동을 걸었습니다.
다른 후보들과 달리 유일하게 국회 부의장을 지내지 못한 점도 은근히 차별화해서 내세우는 부분입니다. 정 의원은 "호남 출신 정치인으로서 호남 민심을 다시 다잡을 수 있는 적임자"라며 "이번 총선에서 국민이 의회권력을 바꿔줬으니 국회가 국가 레임덕을 막을 수 있도록 철학과 경륜을 발휘해야 한다"며 강조했습니다.
전날 초선 워크숍 장소에도 일찌감치 나와 당선인들과 일일이 인사했습니다.
현재 부의장을 맡은 이석현 의원은 만나는 의원마다 '1당이 되면 국회의장에 도전하겠다"는 총선 공약을 지켜야 한다며 읍소작전을 펴고 있습니다.
금주 초 초선 당선인 전원에게 자신의 의정 경험을 담은 손글씨편지를 발송하기도 했습니다.
이 의원은 중도 무계파 성향이라는 점을 최대 강점으로 꼽았습니다.
그는 "우리 당에 친노, 범친노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 나는 중도·무계파"라며 "그렇기 때문에 3당 체제에서 국민의당과 소통하는데도 적임자"라고 주장했습니다.
5선 당선인으로 의장 후보에 도전하는 의원들은 17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당내 경선 당시 4선의 임채정 의원이 5선의 김덕규 부의장을 눌렀던 일을 '선수 파괴'의 선례로 꼽고 있습니다.
박병석 의원은 "중재, 타협에 능하다는 점을 평가를 받아온 만큼 20대 국회의 새로운 상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후보 가운데 유일한 충청 출신입니다.
박 의원은 득표전에 가장 '공격적'으로 나선 케이스. 아직 국회 의원회관내 사무실이 없는 초선을 중심으로 의원들을 만나기 위해 지역을 불문하고 직접 찾아가고 있어 부산에만 두 번 다녀오는 등 벌써 30여명 초선 당선인의 자택 순회를 끝냈습니다.
전날 워크숍에 참석한 초선들의 식사 장소인 국회 식당에도 나타나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정세균계로 꼽혀왔지만 중립지대를 자처하며 '선의의 경쟁'을 벼르고 있습니다.
18대 국회 첫 번째 원내대표였던 원혜영 의원은 최근 테러방지법 입법 논란 때 위력을 발휘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의사진행 저지) 도입을 중심으로 한 국회선진화법을 당론으로 제정한 주역으로, 제도적 변화를 기반으로 문화적 변화를 이끌겠다는 것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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