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돌리기 : 청와대와 정부가 뜬금없이 ‘한국형 양적완화’를 추진하는 진짜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제 게시글에 누군가? 떡밥을 문듯하여 본격적인 기사를 일부 올려봅니다.
1. 이것은 양적완화가 아니다
경제에 관심이 좀 있는 사람이라면, 이게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과는 거의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등에서 시행됐거나 시행중인 양적완화는 이런 게 아니다.
양적완화는 경기부양을 위해 한국은행 같은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 시중에 공급하는 정책이다. 기준금리가 0%대에 가까워서 더 이상 금리 조정으로는 통화정책의 효과를 발휘할 수 없을 때 쓴다. 중앙은행은 다양한 금융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돈을 푼다.
반면 지금 논의되고 있는 ‘한국형 양적완화’는 시중에 돈을 푸는 게 아니다. 추가로 찍어낸 돈을 오직 기업 구조조정에만 쓴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발권력(돈을 찍어내는 능력)을 동원한다는 것 외에는 공통점이 아무 것도 없다. 용어부터 틀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 어디에 쓸지는 아직 모르지만 일단 돈을 대라?
구조조정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매각을 할 것인지, 합병을 시킬 것인지, 아니면 청산을 해야 하는지에 따라 필요한 자금은 몇 조원이 될 수도, 몇 십조원이 될 수도 있다.
무슨 기준에 따라 어떤 기업들을 살리고, 어떤 기업들을 버릴 것인지도 결정해야 하고, 누구에게 얼만큼의 책임을 분담시킬 것인지도 가려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구조조정을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가 없다. 그냥 일단 돈부터 대라며 한국은행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굳이 중앙은행의 독립성 이야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순서부터 틀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3. 산업은행은 누가 망가뜨렸나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정부는 한국은행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돈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운영하는 것과 다름 없는 이 국책은행들은 이미 상당한 부실채권에 시달리고 있다. 구조조정을 위한 ‘실탄’이 바닥난 것이다.
이 은행들은 왜 이렇게 됐을까? 돈을 마구잡이로 빌려줘서? 경영을 방만하게 해서? 성과급에 보너스를 잔뜩 챙겨가서? 그건 절반만 맞는 이야기일 것이다. 정부에게는 이 은행들을 관리 감독할 책임이 있다.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때만 되면 논란을 일으켰던 각종 ‘낙하산 인사’를 기억하는가? 정치적 입김 논란은?
게다가 산업은행은 가장 큰 구조조정 대상 중 하나로 꼽히는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진짜 주인’은 정부라는 얘기도 된다. 거대한 부실의 책임자이기도 한 정부가 이제와서 직접 문제를 해결할 테니 중앙은행이 나서줘야겠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4. 정부는 아무 것도 책임지지 않는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부가 예산을 편성해 국가의 재정을 동원하는 게 정석에 가깝다. 올해 예산은 이미 확정된 상태지만, 필요하다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
그러나 예산 편성은 국회를 거쳐야 한다. 국회가 추경예산안을 심의한 뒤, 이에 동의해줘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는 ‘그럴 시간이 없다’는 이유를 대며 한국은행을 끌어들인다. 구조조정이 그만큼 급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정말 그게 전부일까? 다른 이유는 없는 걸까? 여기에 매우 유력한 가설이 있다. 국회 동의 절차를 피하고,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기 위해서.
:그러나 조선·해운업 불황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부터 지속된 일이고, 미국과 유럽 등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는 동안 이명박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박근혜 정부도 사실상 외면해 오다 갑자기 “시급하다”며 한은 발권력 카드를 꺼내든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동걸 전 금융연구원장은 2일 “그렇게 절체절명의 위기라면 총선 전에는 왜 가만히 있다 지금 와서 시급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재정을 투입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고 정부의 무능이 드러나게 되니 이를 한은 발권력 동원에 기대어 피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5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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