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하루가 멀다하고 투닥투닥 하던 우리는
결혼 후, 단 한 번도 큰 소리 없이.. 큰 짜증 없이 정말 행복하게 지냈다.
이번 일만 아니었으면,
우리는 남들이 다 부러워할만한 '신혼'생활을 유지했을 거다.
우리 친정어머니께선 3년 째 암투병 중이시다.
3년 전엔, 암 수술로
1년 전엔, 전이된 암 수술로..
사실, 우리가 결혼하게 된 이유도 우리 어머니였다.
연애가 길어지고는 있었으나,
지금이 딱 좋아 결혼은 생각이 없던 우리.
하지만 1년 전, 전이된 암 수술이 끝나고
보호자를 불러서 수술실 앞으로 갔더니
담당 의사선생님께서
이 곳으로 전이된 암환자는 예후가 좋지 않다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셔야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우린 부랴부랴 결혼을 했다.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서로와 하겠지- 했지만
그게 작년이 될 줄은 몰랐다.
결혼 준비를 할 때도 늘 그랬다.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우리 엄마가 늘 1순위라,
신혼집도 친정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잡기 위해
6개월 동안 집을 알아보고 다녔지만
단 한 번도 그것에 대해 남편은 불만을 얘기한 적이 없었다.
조금 투덜거릴 때도 있고, 가끔은 지쳐서 울기도 했는데
그럴 때 마다 지금의 남편은 묵묵히 존재 자체로 위로해줬다.
그래서 난 늘 남편에게 고마웠다.
결혼식 얼마 전, 엄마의 항암치료가 끝이 나고
우린 정말 행복하게 결혼했다.
그리고 결혼하기 정말 잘했다라며 얘기했다.
이제 행복할 줄만 알았다.
요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엄마를 위해,
바람 쐬러 가자며 남편은 여행 준비를 했다.
하필이면, 여행가기 전 날이 정기검진 결과를 듣는 날이었다.
그리고 우린 그 날,
엄마의 몸에 암세포가 이곳저곳 퍼져있다는
듣기 싫고, 믿기 싫은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엄마의 몸에 빼곡하게 퍼져있던 수많은 암세포들.
온 가족이 정말 멘붕 상태였지만,
집에만 있으면 울적하고, 우울하기만 할까봐
우린 억지로 여행길에 나섰다.
그곳에 가서 엄마와 아빠, 남편과 나.
정말 다 잊고 행복하게 웃고 먹고 놀다가 돌아왔다.
그게 불과 2~3주 전 이야기다.
그 후로, 엄마의 컨디션에 늘 전전긍긍하는 가족들.
그리고 엄마 컨디션에 우울해지고 행복해하는 나.
그런 나를 노심초사 지켜보는 우리 남편.
우리집엔 어느 순간부터 웃음이 사라졌다.
남편은 늘,
"울지마. 괜찮아. 다 잘 될거야." 라고 한다.
나는 씩씩하게 괜찮다고 대답하지만,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 슬퍼서 이내 울어버린다.
오늘은, 서울의 큰 병원으로 옮기고 싶어서 상담하러 갔다가
교수님께 정말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들었다.
"하루라도 빨리 병원 치료 하셔야 해요.
지금 어머니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요"
씩씩하게, 맏이로서 엄마를 잘 모시고 다녀왔지만
신혼집에 돌아온 나는 우울하다. 무기력하다.
남편은 또, "괜찮아, 잘 될거야. 울지말고.."를 반복한다.
언제부터 우리 사이에,
이런 말들이 오고 가야 했을까..
언제까지, 이런 말들을 주고 받게 될까.
내 몸이 힘든 것이, 엄마가 살아있다는 증거가 될 거고
내 몸이 힘들지 않은 것이, 엄마가 곁에 없다는 증거가 될거다.
그래서 난 힘들어도, 힘들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엄마의 건강을 걱정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그게 엄마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일 테니까..
이렇게나 힘든데,
이런 나를 바라보는 남편은 어떤 마음일까.
그래도 당신이 있어 다행이야.
내가 유일하게, 무너져도 괜찮은 사람.
지금 힘든 거, 조금만 잘 버텨줘.
나중에. 나중에.
당신이 존재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되어준 지금처럼,
내가 당신에게 위로가 되어줄게.
우리 잘 버티자. 버텨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