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근래 일어나고 있는 분란의 근본 원인이죠.
만약 비대위의 시한을 정해 놨다면 아주 깔끔하죠.
비대위는 일정시간이 되면 해산될 것이고 그 뒤를 이을 임시체제가 전대를 준비해서 여기서 더민주당 정규 체제를 재건하면 그만입니다.
문제는 비대위 자체가 당헌당규에 없는 비상 임시체제라는 겁니다. 이런 비상체제가 당헌당규에 분명하게 규정된 게 없을테니 이런 걸 만들면 거기에 대한 규정 역시 같이 제정해 놓았어야 하는데 그런 거 없었죠.
아니 이 문제보다 더 근분적인 것은 문재인대표가 총선 직전 사퇴해 버림으로써 더민주당의 정규적인 지도체제가 붕괴된 게 이 모든 것의 시작이겠지요. 정무적 판단에 의해 당대표를 사직했다면 그 이후의 계획과 일정이 분명해야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외인부대인 김종인에게 비상대권을 주어 그에게 총선준비를 비롯한 모든 걸 맡겼다는 것은 문재인 개인적으로는 분명한 계획이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시스템 공천 운운하는데 말 그대로 그게 제대로 작동될 것을 믿는다면 굳이 김종인에게 비상대권을 줄 필요도 없는 거죠. 그냥 정규 당기구의 의결을 거쳐 필요한 수정사항은 결정하면 되는 겁니다. 아니 그렇게 돌아갈 거면 당대표도 사퇴해야 할 이유도 없는 거죠.
그냥 문대표 체제로 총선 치루고 총선 치루고 나면 전대 열어서 새 지도부 구성하면 되는 거죠.
헌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요?
많은 더민주당 지지자들은 그때의 상황이 상당히 위태로웠던 상황이라는 걸 망각하는 듯 합니다. 위기감에 의해 당의 체질을 개선하고 당의 쇄신을 집행할 외부 인사가 필요했던 것이지요. 그것도 누구의 의중이나 살피는 집사형 인간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맡겨진 미션을 수행할 CEO같은 인사가 필요로 했던 거지요.
어찌어찌해서 최악의 결과는 무사히 면하고 더해서 원내 제1당의 지위를 누리게 되었는데... 여기서 김종인대표가 주도했던 당정의 변화를 아주 못마땅하게 여기는 세력들이 많아졌다는 게 문제죠. 원한도 많이 사게 되었구요. 김종인을 비토시키고 싶은 세력들이 생겼다는 겁니다.
왜 총선 이후 지도체제 문제를 확실히 정해 놓지 않았던 걸까요?
애초에는 총선 이후 충분한 기간동안 당정을 정비하기 위해 비대위를 조금 더 연장해도 무방하다는 암묵적 전제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차피 전대 열리면 새 지도체제 구축되니까요.
지금 합의추대문제에 대해 이게 무신 엄청난 폭거인 것처럼 생각들 하는데 합의추대도 지지세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겁니다. 아니 경선보다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거의 만장일치나 다름없는 지지를 얻어야 하니까요. 단 이렇게 될 경우 당대표에 뜻을 둔 당내 인사들에게는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가 되고 말겠지요? 게다가 이렇게 합의추대를 통해 김종인을 계속 당의 대표로 기용해 끌고 갈 경우 김종인이 주도한 당정의 변화에 대해 도저히 승복할 수 없는 세력에게는 분기탱천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문제는 애시당초 김종인을 면담하면서 그가 하고자 하는 당정의 변화가 이런 식이라는 걸 전혀 몰랐을까 하는 점입니다. 이점은 문재인 개인만이 알고 있는 사안일지 모르겠습니다. 이해찬 의원을 컷오프시킬 때 김종인은 분명 문재인에게 사전 통고를 하고 양해를 구하는 제스쳐를 취했습니다. 거기에 대해 문재인은 다소 주저하는듯한 액션을 보였지만 대놓고 막지도 않았죠. 문재인의 의중은 도통 모를 일입니다.
왜 총선 이후 지도체제가 문제가 되느냐?
가장 큰 요인은 총선은 승리했으나 김종인 비토 그룹이 형성되어 버렸다는 겁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강려크하게 전대 조기 개최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과연 그런 경우에도 똑같은 소릴 했을까입니다. 최소한 김종인이 당주류의 의중대로 따라줄 수 있다는 신뢰만 얻었다면 오히려 합의추대론으로 갔을지 모릅니다. 합의추대는 한편으로는 당대표에 도전하고자 하는 중진들에게는 불만일 순 있으나 바로 이 점이 당의 계파간의 쟁투를 예방하고 사전조정할 수 있는 점이기두 하거든요.
허나
그 계산은 이미 어긋나 버렷죠.
여기서 누군가 가부를 선언하여 교통정리를 해 줘 버렸다면 문제의 소지는 있을 수가 없죠.
김종인이 아무리 당대표면 뭐합니까? 당내에 지지기반이 없는데... 당주류가 김종인을 컷오프시키고자 한다면 컷오프 되는 겁니다. 김종인이 왕년에도 민주당에 영입되어 뭔가에 기용되려 했지만 그때마다 당내 비토세력에 밀려 아무런 역할도 못하고 밥만 축내는 식객 신세가 된 적이 있었죠. 이번에도 그렇게 만들지 못할 이유도 없는 거죠.
여기서 문재인 전대표는 애매한 태도를 보였죠. 김종인체제를 지속하고자 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김종인을 컷오프시키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양산에 내려가서는 더 이상의 언급을 하지 않고 있죠.
결국 총선 이후 지도체제문제는 쌍방간의 혈투의 결과로 결정될 겁니다. 그리고 그 전쟁은 전대에서도 계속 이어질 겁니다.
문 전대표는 이런 걸 원했던 걸까요?
전대조기개최를 원했으니 이제 친노친문세력은 스스로 당내 다른 계파와 싸워 이기고 그들과 적절히 타협하거나 제압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것은 자신이 선택한 결과이니 후회는 없어야 합니다. 다른 계파 인사나 외부인사를 앞세우지 말고 당당히 국민 앞에서도 나설 수 있길 바랍니다.
친노친문이 뭐 그렇게 앞에 나서기 뭐한 거랍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