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오만한 김종인
2016년 04월 30일 14시 52분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이태경
김종인을 보면 무엇보다 먼저 '오만'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내가 아는 어떤 정치인도 김종인처럼 오만하지 않았다. 김종인의 인식과 태도가 얼마나 오만하기 이를 데 없는지를 알려주는 보도들을 보자.
#1
"파장이 일어나는 거야 정치권에서 항상 있는 거지 난 그런 거 신경도 안 써. 내가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처럼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분명 이야기하는 것은 내가 무슨 욕심이 있어서 비대(비례대표)하려는 그런 사람으로 다루는 것이 제일 기분 나빠. 옛날에도 김대중 대통령이 12번 달고 13대 국회 체험을 한 거야. 그때 그분이 뭐라는 줄 알아? '대통령 떨어지고 국회의원이라도 해야겠는데 돈이 없어서 앞번(호)을 못 받고 12번 받았기 때문에 평민당 열분이 안 찍어주면 김대중이 국회도 못 가기 때문에 표를 주시고.' 그걸 내가 생생하게 들은 사람이야. 내가 그런 식으로 정치 안 해요. 솔직하게 하면 하는 거고 안 하면 안 하는 거지 말이야. 무슨 아니, 2번 달고 국회의원 하나 12번 달고 국회의원 하나 마찬가지야."
- 김종인 "DJ는 돈 없어 12번 받았지만 난 그런 식으로 안해" <한겨레>
#2
특히 과거 "당내 대선 후보감이 없다"고 했다가 선거운동 막판에는 문재인 박원순 손학규 안희정 김부겸 이재명 등 당내 잠재적 대선후보자 실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날 김 대표는 "어떤 분이 최적임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본인 의사가 전달되고 어떤 분이 가장 적절한지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해피엔딩 김종인 "최적의 대선 후보 만들겠다" <한국일보>
#3
김 대표는 이에 앞서 본지 통화에서 "그 사람(문 전 대표)은 작문(作文)하는 것이 무슨 버릇인 것 같다"며 다소 거친 언어를 사용했다. 김 대표는 당내 문제에 불개입 방침을 밝혔던 문 전 대표가 '김종인 대표 연장론'에 반대한 것을 두고 "자신이 무슨 당의 주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행세한다"고 했다. "문 전 대표가 더민주의 대주주(大株主) 아니냐"는 질문에는 "무슨 얼어 죽을 대주주냐"고도 했다.
- 김종인 "문재인, 黨 주인처럼 행세... 대주주는 무슨" <조선일보>
#4
김 대표는 28일 오후 대전시청에서 열린 대전시-더불어민주당 정책간담회에 참석했다. 간담회를 마친 김 대표에게 <오마이뉴스> 기자가 '위안부 합의 이행 발언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당론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있다' 고 물었다.
이에 김 대표는 "뭐 그런 걸 묻느냐"며 "별다른 의미가 없는 건데 뭘 그걸 가지고 자꾸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 소속 의원들이 김 대표를 대신해 사과하고, 시민단체가 김 대표를 비난하는 등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반응이다.
김 대표는 또 '그렇다면 진의가 왜곡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밖에서 얘기하는 것과 같은 식의 의미를 가지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다시 '그렇다면 당론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 김종인, 위안부 합의 이행 발언 "별다른 의미 없다" <오마이뉴스>
김종인은 불세출의 경세가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 같은 나라에서 간난신고 끝에 집권에 성공한 정치 9단 김대중을 비례공천 장사나 하는 사람으로 폄하하고 있다. 비록 김종인이 과거에 한 발언을 번복하긴 했지만, '당내 대선후보감이 없다'는 김종인의 과거 발언은 김종인이 얼마나 안하무인인지 잘 보여준다. 김종인이 문재인을 평가하며 한 발언들은 지난 대선 야권 단일후보이자 유력한 대선주자이며 자신을 모셔온 사람에 대한 지독한 무례다. 그리고 무례는 자주 오만의 다른 얼굴이기도 하다. 위안부 합의이행 발언 논란에 대한 김종인의 대응은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김종인은 당론과 다른 말을 버젓이 해 놓고도 기자의 질문에 '쓸데없는 질문을 한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1당의 대표라면 위안부 합의이행 발언에 대해 당론과 다른 발언을 한 것이 맞다면 그에 대해 적극적으로 사과하거나, 진의가 왜곡됐다면 그에 대해 적극적으로 석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김종인은 그럴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대한민국은 이미 오만방자의 극치라 할 정치인을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현직 대통령 박근혜가 바로 그다. 대한민국은 박근혜만으로도 충분히 힘겹다. 지금은 거기에 김종인이 가세한 형국이다. '정치와 정책과 선거전략 모두를 나만큼 넓고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없다'는 것이 김종인의 인식이고 자세다. 박근혜와 필적할 만한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정치인에게 오만이 왜 가장 위험한가? 오만하면 자기객관화와 상황에 대한 객관화가 안 된다. 오만하면 대화와 소통이 불필요하다. 오만하면 배우려하지 않는다. 오만하면 적을 경시한다. 오만하면 자기갱신을 하지 않고 따라서 발전할 수 없다. 결국 오만한 사람은 패망한다. 오만한 사람이 개인에 불과하면 자기만 망하고 말겠지만 정치인이라면 그것도 영향력이 매우 큰 정치인이라면 국가와 사회에 엄청난 불행이 닥친다.
김종인이 단지 개인에 불과하다면 김종인의 오만은 김종인의 불행에 멈출 것이다. 하지만 김종인은 정권교체라는 절체절명의 임무를 부여받은 더민주당의 대표다. 김종인의 오만이 근심스러운건 그 때문이다. 김종인이 조금만 자기객관화와 상황에 대한 객관화가 되는 사람이라면 '합의추대' 같은 해괴한 소리가 당 내외에서 나오는 걸 차단했어야 한다.
이제라도 김종인이 오만을 내려놓고 겸손을 회복하길 바란다. 그게 김종인도 사는 길이고 더민주당에도 좋다. 끝으로 김종인에게 성경의 가르침을 전하고 싶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잠 1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