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잦은 전학을 다니던 나는
내 노력부족의 탓도 있겠지만
주변에 친구가 몇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중3때 또 전학을 가게 되고
역시 겉돌던 나는 졸업할때까지 교실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자 마음을 먹었었는데
그런 나에게 먼저 대구는 어때? 양아치 많아? 하면서 말을 걸어오던 친구가 있었다
이름은 청영훈.. 신기한게 머시마면서 머리도 단발이고 얼굴이 진짜 예뻤던걸로 기억한다
꼭 요새 남자교복 입은 지지바들처럼.. 남중 아니었으면 여자애가 말거는줄로 착각했을 만큼..
아무튼 걔랑 친해지고 걔가 하도 지지바처럼 생겨서 야 청양 일로와본나 하면서 장난치고
니 진짜 남자 맞나 진지하게 물어본 일도 있었다 근데 좀 기분나빠 하는것 같더라
웬만한 남자한테 남자 맞냐고 물어봐서 기분나쁜 표정이 아니라 좀 생각에 잠기는.. 그런?
아무튼 걔는 중3때까지 자전거를 탈 줄 모르던 나에게 자전거 기스날거 감안하고 나 자전거 배우는거 도와주고 그랬다
집이 한 4~5분 거리라 아침마다 걔가 자전거 타고 울집앞에 와서 나 뒤에 태우고 학교가고
걔때문에 매일매일이 즐거운 학교생활이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올라가게 되면서 걔는 집안사정때문에 기술 배우는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었고
나는 전에도 말했지만 좆쓰레기 인문계로 진학을 하고
많은 친구들을 만나면서 내게 청영훈, 청양은 점점 잊혀져갔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흐르고 고2 겨울방학이 되었을 때
문득 생각이 나서 영훈이네 집에 놀러가서 문을 두드렸는데
영훈이랑 닮은 어느 아가씨? 고딩? 인지 모를 여인이 부스스한 차림으로 날 맞더라
머리는 한 어깨쯤 왔나? 화장기는 없었지만 얼굴이 뽀얗고 정말 예뻤던걸로 기억한다
이렇게 글로 쓰니까 길어보이는데 딱 쳐다본 시간이 한 2~3초 됐을거다
영훈이 누나인가? 귀엽게 생겼다.. 소개시켜달라면 해줄라나 하면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오랜만이라며 날 반기고 손을 잡고 대문 안으로 데려가더라
난 어처구니가 없었다 영훈이네 누나랑 얘기도 나눠본 일이 없는데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가
벙쪄서 '어 뭐 뭐' 이지랄만 하고 있는데
안방에 앉아서 맥주 캔 꺼내놓고 많은 얘기를 했다
솔직히 어릴적부터 자기가 여자인가 남자인가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고
걔내집이 좀 가난하긴 했는데
어릴적에 할머니댁에서 자랐다고 하더라
할머니는 걔 키우면서 계속 여자앤지 남자앤지 까먹으시고
여자애처럼 대하고 여자애 옷 사주고 하면서 영지야 영지야 하고 불렀단다
그리고 좀 살림 나아지고 부모님 집에서 살고있는거라고
남중 진학하게되면서도 자기가 여성인지 남성인지.. 특히 사춘기때라 더 심했던거 같더라
그러다 중3 겨울방학때부터 그냥 이런 모습으로 남자일바에 여자처럼 살고싶다고
머리도 기르고 전보다 좀 더 자신을 가꾸고 있었다고 하더라
내가 처음 봤을때 확실히 여자라고 감이 왔던 것처럼..
어쨌든 서슴없는 사이니까.. 심각한 이야기라도 나는 장난스레
그면 니 꼬추는 우얄라고? 라고 장난식으로 툭 뱉었는데
애가 거의 울상이 되면서
"몰라.. 진짜 모르겠다고 나도.."
하면서 눈물이 똑똑 떨어지는거라..
일단 애가 쳐 우니까 나도 손 쓸 방법이 없어가지고
"마 울지마라 머한다 쳐 울고자빠졌노"
하면서 머시마 달래듯 달래는데
애가 막 펑펑 울더라 지지바처럼..
진짜 이새-끼가 머시마인걸 내가 아는데
처음 대문을 열었던 그 순간이 기억나서.. 나도 모르게
그냥 옆에 앉아서 어깨를 감싸고 달래줬다 토닥토닥 두드리면서
맥주도 좀 먹었겠다 얼굴도 붉어져 가지고 좀 덜 울다가 테레비 앞에서 잠들더라
근데 진짜 얘 누나였으면 확 지금 어떻게 해 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더라
고2때니 얼마나 생각이 충동적이냐..
빤쓰 벗겨봐야 꼬추밖에 없을거 아는데
누워있는 애를 살금살금 건드려보니 진짜 여자애 자는거 건드리는거 같고
기분이 존나게 묘하더라 진심..
아 내가 왜이러지 왜이러지 손이 벌벌 떨리고
나도 이미 술을 먹은 상태라 더 마음이 그랬는지 모른다
천천히 걔가 입고있는 반팔티 아랫자락을 올리니 뽀얗게 마른 허리가 드러났다
딱 명치까지만 올리니까 개꼴리더라; 앰창;
숨을 몰아쉬고 애 표정을 살펴보니
곤히 깊이 자는거 같더라
눈물은 머금은채 홍조를 띄운 얼굴로..
앞서 말했지만 처음 보고 반할만큼 예쁜 얼굴이었다
나는 천천히 허리를 쓰다듬어 보았다.. 역시 반응은 없었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손을 등으로 가져가니 따뜻하고 부드러운 촉감이 날 거의 미칠 지경으로 만들었다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걔가 입고있는 짧은 회색 반바지를 내렸고
내 눈에 들어온건.. 팬티와 뽀얀 허벅지 뿐
난 아주 조심히, 자고있는 강아지에게서 베게를 빼앗듯
청양, 영훈이를 뒤집어 엎드린 자세로 만든 후
상의를 완전히 올려버렸다
그리고 동태를 살피는데 숨소리가 거칠어진 것으로 보아
얘도 상황을 약간은 인지하고 있는것 같더라
여기까지 온거 별 수 있나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팬티를 내렸다
내 눈에 들어온 그것은 완전한 여체였다, 완전한 발육 직전의 여성의 실오라기 하나 없는 뒷모습.
그리고 두손으로 허리를 감싸올려 무릎을 꿇은 자세로 만들었다
그리고 손을 아래로 가져가는 순간.. 마음이 동요하고 있었다
"하지마.."
작고 귀여운 목소리로.. 홍조를 띈 채 청양은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난 그제서야 내가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 있었는지를,
짐승만도 못한 야만적인 태도로 이 아이의 정체성을 찌르고 있었다는것을 깨닫게 되었다
난 황급히 이 아이의 옷을 전부 올리고 허겁지겁 내 휴대폰을 챙겨서 집으로 달아났다
그 일 이후 나는 청양의 연락을 받을 수 없었다
물론 내가 먼저 연락할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어떻게 이 아이를 다시 볼까 두려움과 부끄러움이 날 자괴하게 했다
그리고 졸업을 하게 되었고 그 일은 그냥 안좋은 추억이려니, 흑역사려니 하고 살았다
정확히 2012년 1월 21일, 청양네 집에서 전화가 왔다
받자, 말자 오백 번의 생각이 10초 내로 변했다
내 판단보다 앞서 나간 손이 전화를 받았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음성은 그 아이의 것이 아니었다
영훈이네 어머니.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는 내 생애의 모든 감정을 합쳐도 닿지 못할 만큼의 충격을
내게 전하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집을 뛰쳐나와 시내에 있는 병원 병설 장례식장까지 단숨에 뛰어갔다 힘든줄은 그 자리에 쓰러진 후에 알았다
자살이었다
옥상에서 전깃줄을 감아 목을 맸다고 한다
이상하고, 슬프고, 기묘한 사실은
유서가 없다는것.. 단지 발견된 것은
원하가 제 이야기를 알거예요, 죄송합니다 라고 쓰여진 포스트잇 하나
그보다 슬펐던건
그 아이가 목을 맨 시점의 옷차림..
내가 그 아이와 함께한 시간중 여자 이야기가 나오면
하늘거리는 꽃무늬 원피스 입은 여자가 제일 좋더라 여신같다 라는 이야기를 농담으로 건넨 일이 있는데
그 아이는 마지막으로 그 원피스를 입고 그렇게 여성의 모습으로 갔다
어머니는 조금은 알고 계셨던것 같다 아이의 그런 혼란에 대해서
하지만 집안 사정도 사정이라 대화할 시간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청양은.. 그렇게 홀로 괴로워 하다가 마지막 순간만큼은 여자이고 싶어서.. 그래서 그랬던것 같다
앞으로 평생을 일해도 자신이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 수 없다는 사실에..
눈물은 흐르지 않았지만, 고2때 겨울방학을 난 기억한다.. 나만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