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wedlock&no=657#memoWrapper77047537 베오베로 보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먼저 전하고 싶었습니다.
겁나 감사드립니다 ㅠㅠ
글 쓰는 직종은 전혀 아니라서 필력 좋다는 첫 리플에 굉장히 설렘반 두근반 했으니...
혀... 형 사...사랑... 아니 좋아합니다.
여튼 저번글에 결혼한 유부남 세놈중 애가 없는 두 녀석에 관해 언급 했는데,
저번에 쓴 놈은 그나마 고추를 긁어대는 민폐 빼고는 별거 없지만,
이놈은 정말 민폐 갑이므로 고구마게시판이 있었으면 고구마게시판에 글을 쓰고 싶을 정도.
하여간, 저번에 글을 쓴 뒤 12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자친구는 없으므로 음슴체를 고수하겠습니다.
지금 놈은 초딩때부터 친구였던 녀석임. 이집 컴퓨터에 야겜이 몇개 깔려있는지,
어떤 취향의 야동을 보는지 서로 세세히 알 정도로 근 20년 친구인 놈임.
다만 이놈은 정리라곤 전혀 눈꼽만치도 안하는 녀석임.
예를 들어서, 야동 폴더를 내가 1부리그 2부리그 3부리그, 리저브리그에
배우이름 제목 나온 날짜까지 세세하게 다 태그하고 기록하는 결벽증에 가까운 인간이라면,
이놈은 폴더가 죄다 새 이름으로 되어 있어서 내가 성의 오묘한 조화를 엿보러 온 것인지,
윤무부 박사급의 조류학자가 되러 온 것인지 도통 알 수 없을 정도였음.
대학시절에 한 번은, 그 놈 집에서 놀러가 일주일간 먹고 자고 하는데 발 디딜틈이 없어서
그녀석이 없는 틈에 방을 싹 정리해준적이 있었음.
정리하는데 거의 아침부터 저녁에 그녀석이 퇴근할 때까지 했었는데,
문제는 내가 정리해둔 보람도 없게 다시 어지르는 스킬이 우디르 qwer 돌려막기만큼이나 화려하기 그지 없음.
오죽했으면 친구 부모님이 '니가 와서 종종 정리해 주면 안되겠니, 나도 몇번을 해봤지만 도통 씨알도 안들어 쳐먹는구나'라며
하소연을 하셨을까.
그런 놈이 회사 내에서 새파란 신입과 썸을 타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다니.
그 와이프 될 사람은 이놈이 그리 지저분한 녀석인걸 알곤 결혼하는 것일까 하면서
만류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 놈의 책상이 과거 난지도급 쓰레기 투척장이라는 것을 눈치챘으면 좋았을텐데.
한달 반쯤 전이었을까. 그 놈이 연애와 결혼생활질로 친구의 우정을 소흘히 하며 해피해피한 신혼을 보내다가,
2년쯤 지나면서 선배 유부남들의 도망치란 조언을 이제 알아 챘는지 나에게 연락을 했다.
친구 - 야, 니 집 샀다매.
나 - 어. 그렇지. 근데 왜...?
친구 - 와이프 출장갔거든. 근데 집에있긴 심심해서 집들이겸 놀러가도 되냐.
나 - 회사님과 주인님한테 허락은 받고 오는거냐 미천한 노예놈아.
친구 - 와이프 없는 소중한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 회사에 3일 연차는 냈고,
우리 안주인님도 딴데서 허투루 노는것 보단 낫다며 허락해 주셨지. 뭐 사갈까?
나 - 초밥 100pcs와 피자와 콜라와 맥주와 내 여자친구감이면 좋은 딜이 될 것 같은데. 아니, 그보다 연차를 왜 이딴데 쓰는거야
친구 - 남자에게 필요한게 뭐냐
나 - 술과 놀거리와 TV, 여자친구 넷 아니냐.
친구 - 니네집에 딱 있네. 술있고 게임있고 만화책있고 TV있고. 여자는 없지만.
나 - 개쉐... 여자대신 고양이 키운다 임마.
친구 - 그 고자놈 엇다 쓸려고. 여튼 저녁때 간다.
나 - ㅇㅋ. 근데 나 낮에는 작업실 가 있는데 심심해서 우짜냐?
친구 - 니는 중요한게 아냐. 니 집에 있는 게임과 만화책이 중요한거지.
나 - 망할놈 겁나 솔직하게 말하네. 그 자세 좋다. 환영하도록 하지.
친구 - 콜.
저녁때가 되자 친구놈이 초밥과 피자와 야동볼때 쓰라며 두루마리 휴지를 사왔고,
초밥과 피자와 맥주, 콜라로 무한도전을 웃어대면서 본 뒤에
나는 그놈에게 내 컴퓨터를 내주곤 거실에서 마리텔 재방을 보고 있었다.
친구 - 야 게임 깔아서 해도 되냐.
나 - ㅇㅇ. 그걸로 나 작업도 하니까 하드용량은 좀 넉넉하게 구비해놨음.
친구 - 굳굳.
소파에 누워서 TV를 보면서 놀다가 잠이 들었고, 일어나 보니 낮이었다.
몸이란게 참 편리하게도 맥주 한캔당 1시간씩 수면시간을 늘려주기 때문에,
잠이 안올때 맥주를 한캔쯤 마셔주면 적절히 잠이 잘 온다. 겁나 오래자게 되어서 문제지.
일어나 보니, 이놈은 내 방의 침대를 점유하곤 배를 드러내놓곤 잠을 자고 있었다.
그 친구의 정이란게 뭔지 마누라도 안할 이불덮어주기를 하면서 자게 내버려두고,
나는 씻고 작업실로 향했다.
보통 작업실에서는 하루 해야할 일의 목표를 정해두고 하는데,
그에 따라서 퇴근시간이 달라지곤 한다. 그날은 영 작업의 진도가 나가질 않아서 집에 갈 시간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놈한테 말이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전화를 걸었다
나 - 야, 나 오늘 늦게 들어갈거다.
친구 - 어 그래.
나 - 얌전히 집 잘 지키면서 놀고 있어라. 낯선 사람한테 짖지 말고. 강이(고양이 이름) 밥 챙겨주고. 니랑 강이 먹을 사료는 싱크대 밑에 있다.
친구 - 내가 고양이를 물지도 모르는데?
나 - 사람이 개를 무는 꼴을 보여줘? 그리고 잘때 소파에서 자라. 침대는 이 주인님의 것이다.
친구 - 이불 없냐?
나 - 소파 살짝 들어보면 이불이랑 베개 빨아둔거 있으니까 그거 써라. 괜히 소파 큰거 산거 아니거든. 니들 잘때 거서 자라고 산거지.
친구 - 알았다.
대략 정해둔 목표치를 다 하고 나니 다음날 첫차를 타고 가야할 만큼 새벽이 되어 있었다.
헤롱헤롱한 정신으로 첫차를 타고 집에 돌아오니 불이 꺼져 있었다. 이놈도 자고 있는지 코를 고는 소리밖에 들지 않았다.
불을 켤 생각도 귀찮을 만큼 피곤해서 곧장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워서 잠이 들었다.
침대에서 이 망할놈의 냄새가 난다. 그날은 악몽을 꿨다.
자고 일어나니 오후 1,2시쯤 되었을까. 강이가 밥달라고 귀 옆에서 애옹거리는 통에 일어나 버렸다.
부스스 일어나 츄리닝으로 갈아입고 거실로 나가는데.
과거, 그 놈의 방이 내 거실과 내 작업용 방에 완벽하게 구현되어 있었다. 맥주캔과 쓰레기들, 널부러진 만화책이 TV다이앞에 있던 러그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알 수 없게 뒤덮고 있었고, 작업용 방에도 맥주캔과 비닐봉투가 사막의 지푸라기처럼 굴러다니고 있었다.
이놈은 아-주 태연 작약하게 소파 위에서 꺼내서 덮으라는 이불도 러그쪽에 내동댕이 쳐두곤 자고 있었다.
나는 이놈의 복부를 발로 꾹꾹 밟으면서 깨웠다.
출렁출렁하는 감이 부드러워서 밟는 맛이 두배로 좋았다.
나 - 야이씨 집안 꼴이 이게 뭐야
친구 - 으-응? 뭐?
나 - 진짜 이놈이 내 집에 니네집을 맹글어 놨네
친구 - 뭐... 자연스럽잖아... 더 잘께.
나 - 야이 개객꺄!
복부를 밟던 발을 급소로 옮겨서 약 294J의 힘으로 밟아줬다. 외마디 비명이 울려퍼졌다.
아마 여기서 6J쯤 더 줬으면 호두가 뽀각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 - 2세계획 포기하게 시켜줘?
친구 - 아오 씨...
나 - 니 오늘 가기 전까진 이거 치워놔라.
친구 - 오늘 마누라가 저녁쯤 데리러 온댔는데.
나 - 내가 네 마누라한테 아주 대견하게 '아이고 미천하디 미천한 남편분께서 저희집을 아주 쓰레기장으로 만들어 두셨어요!'라고 감상평 남기기 싫으면 당장 치워라.
친구 - 알았다 알았어.
친구놈이 이래저래 분리수거할 물품을 치우고 정리하는 동안에
나는 침대 시트와 이불과 베개를 세탁기에 몰아넣고 빨래를 돌리면서 청소기도 돌렸다.
한 두세시간쯤 열심히 치우고 정리한 끝에 집안에 평온이 다시 깃들었다.
나 - 야이씨 내가 여기서 홀애비 냄새 안나게 하려고 겁나 열심히 노력하는 구만.
친구 - 솔로의 사향냄새는 10km도 넘게 간다는데
나 - 니 사향부터 부숴주랴 아까처럼?
친구 - 이놈 성질머리 하고는
나 - 개생캬 니 와이프가 겁나 지장보살인거지, 나는 메피스토펠레스야 임마. 니 불알의 영혼을 뺏어갈까 보다.
이래저래 투닥거리는데 벨이 울렸다.
이 녀석의 지장보살 와이프가 좀 더 일찍 데리러 온 것 같았다.
나는 이놈을 긴급 체포한뒤에 문 앞으로 끌고 갔다.
다 치워놓고 다시 놀고 싶었던 늙은 영혼은 순순히 메피스토펠레스의 손에 이끌려 지옥문 앞으로 끌려갔다.
나 - 찾으시는게 이 놈 맞죠?
친구 와이프 - 아유, 당연하죠. 저희 남편때문에 고생 많으셨어요.
친구 - 시무룩...
친구 와이프 - 아 잠깐만... 오빠 먼저 내려가서 차 타고 있어. 나 친구분과 이야기 할게 있어서.
친구 - 응? 왜?
친구 와이프 - 오빠 참 눈치없게-? 내려가라면 내려가 있어.
친구 - 끼잉...
친구 와이프는 친구녀석을 밑으로 내려보내곤 나에게 봉투를 건네주었다.
친구 와이프 - 우리 남편이랑 놀아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나 - 아뇨 뭐... 저놈하고 알고 지낸지 20년인데 놀아주는데 익숙하죠 뭐.
친구 와이프 - 왠지 이래저래 폐 끼쳤을것 같아서, 답례로 영화관람권 네장 넣었어요. 꼭 여자친구 되실분과 보세요.
나 - ... ㅠㅠ...
친구 와이프 - 그럼 저도 이만 가볼께요. 감사드려요. 다음엔 함께 한번 방문 드릴께요.
나 - 어... 근데... 저 하나 질문 해도 돼요?
친구 와이프 - 아 네네.
나 - 저녀석 집에서 어때요?
친구 와이프는 곰곰히 생각해보더니 해맑게 웃으면서 말했다. 뒤에서 후광이 막 비치는듯 싶었다.
친구에게 니 마누라는 지장보살같다고 했던말은 농담조였는데, 진담으로 한 말이라고 바꿔야 겠다.
친구 와이프 - 음- 뭐 집안일도 잘하고, 정리도 잘하고, 시키면 '네에-'하면서 잘 하고. 사람도 착하고 괜찮잖아요?
나 - 그... 그런가요? 그... 럴...
그녀는 내가 말 끝을 흐린 이유를 알아 챘는지, 말을 덧붙였다.
그 말은 나에게 깊은 감명을 남겼다.
친구 와이프 - 제가 유아교육과 출신이거든요. 직장은 과와 관련은 없지만... 남자랑 애는 매커니즘이 똑같아서요. 후후.
나 - 아, 충분히 납득 됐습니다.
나도 오는 친구놈들을 다스리려면 유아심리학을 공부해야하는건 아닐런지 하곤,
곰곰히 생각해 봤지만. 고추놈들끼리 모이면 싸우는게 일상이니.
자연스레 포기하게 됐다. 나는 그저 홀몸인 메피스토텔레스일 뿐이므로.
친구 와이프에게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로 내려가는걸 배웅 한 뒤에,
유아교육과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유쾌 상쾌한 마음으로 소변을 보려 화장실로 들어가는 순간.
나는 변기속 거대한 검고 길고 윤기나는 황금빛 물체를 발견하고 비명을 질러야 했다.
'개쉐키야아아아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