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디스코드 4
by 슈헤르트
티렉 격퇴 일주일 후 .
차갑고 비좁은 철창은 자신이 패퇴했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상기시켜주었다 .
몸이 떨려오고 주변 공기는 역하고 모든건 어두웠다 . 어느하나 편한것 없었으나 자신은
여기서 빠져나갈수 없었다 . 나간다고 해도 다시한번 조화의 요소들에게 격퇴당하리라 .
이럴줄 알았으면 디스코드를 조금 더 이용했어야 한다는 자신의 생각치 못했던
무지가 자신을 비난한다 . 디스코드를 자신의 편으로 계속 이끌었더라면 , 녀석들이
진정한 우정이라는 엄청난 힘을 다시한번 발굴해내기도 전에 디스코드의 혼돈에
유린당했을텐데 , 자신의 힘만 믿고 무모하게 단독으로 나간것은 실패의 한수였다 .
디스코드라는 변수 하나 제거하자고 그 외 변수를 너무 많이 만들어냈다 .
" 아무의미 없이 준 목걸이가 놈들에게 강력한 무기가 됬을줄은 . . "
주저앉아 턱을괴고 아무런 의미없는 주절거림을 입에서 곱씹는다 .
다시한번 기회를 노리기엔 이제 세상은 나를 경계하고 나는 그들의 경계에서
벗어날수 없다 . 그렇지만 어떻게든 탈출구가 있을것이다 . 다시한번 여기서
탈출한다면 , 그때는 우정이니 사랑이니 이런 추상적인 개소리 말고 모든지
다스리고 제압할수 있는 힘이 진정된 힘이라는것을 알려주마 .
' 저벅 , 저벅 '
" 음 ? "
철창 아랫쪽 길목에서 발소리가 들려온다 . 저건 케로베로스의 발소리가 아니다 .
움직이기만 하면 쿵쿵대며 천지를 울리는 생물이 어찌 저런 평범한 발소리를 내겠는가 .
문득 궁금해져 고개를 돌려 아래를 보았다 . 누군가 자신을 향해 길을 오르고 있었다 .
어둠에 가려져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최소 케로베로스는 아니였다 .
" 이봐 , 거기 누구야 . 있으면 대답좀 해봐 ! "
"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건가 ? "
다가오는 그림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
익숙하다 , 낮익다 , 그렇지만 불안하다 . 자신도 모르게 식은땀이 흐르는 목소리다 .
아래서부터 음영이 걷혀진다 . 용과 사자의 다리 , 갈색 몸통 , 파란색 날개와 보라색 날개 .
드러나는 그를 더 보지 않아도 신체에서 조차 혼돈이 느껴졌다 .
" 디스코드 ? "
" 그래 , 맞아 . 오랜친구를 기억해주다니 정말 고맙군 . "
무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디스코드의 얼굴이 드러났다 .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일그러지고 식은땀은 점점더 많이 나기 시작했다 .
어떻게든 자신이 디스코드에게 했던 행동을 곱씹으며 정당화 해보려고 해도
머릿속에서 언제나 디스코드는 이용당해서 버려졌던 놈으로 기억이 났다 .
" 대체 . . 여긴 어쩔셈으로 온거야 ! "
" 그냥 , 내 친구 티렉이 어떻게 잘 있나 한번 보러온거네만 . "
" 디스코드 . . 내가 잘못했어 . . ! "
" 음 ? "
여기서 변명을 해봤자 돌아오는건 싸늘한 눈초리일뿐이다 .
티렉은 빠르게 생각했다 , 오히려 감정적으로 몰아붙여서 다시한번
녀석의 마음을 내쪽으로 움직이게 만드는것이 좋을것이다 . 어차피
놈은 연약한 포니랑 놀러다니며 마음또한 약해졌을터 , 자신의 돌파구로
다시한번 놈을 이용해먹을수 있다고 생각했다 .
" 너의 힘이 필요했어 . 너도 알잖아 ! 트와일라잇은 모든 알리콘의 힘을 가지고 있었어 .
나 혼자로는 너무 벅찼다고 , 그렇기에 했던 짓이야 ! 모두를 겁먹이기 위해서 ! "
" 아 , 좀 더 사악하게 보이기 위해서 나에게 그런짓을 했던건가 ? "
" 그 . . 그래 ! 나는 너를 완전히 신뢰하고 있었어 . . !
이젠 놈들의 힘도 알고있으니 , 다시한번 흡수하는건 어렵지 않아 ! "
" 흐음 ? "
" 그렇기에 네 도움이 필요해 , 정말로 이젠 두려울게 없어 !
이제 녀석들의 힘이 뭔지도 알잖아 ! 흡수할수 있다고 ! 세상을 지배하면
너에게 많은 지분을 줄께 . . ! 저번에 말한거 기억나지 ? 응 ? 자유 ! 그래 , 자유 ! "
" 자유 . . . 약속할수 있나 ? "
디스코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 됐어 , 놈은 넘어오기 시작했다 .
디스코드가 다시한번 나를 도운다면 , 다시한번 잘 이용한다면 정말로
이퀘스트리아를 지배하는것은 내가 될것이다 .
" 자유 ! 꼭 약속하지 ! 정말이야 ! "
" 그래 . . 좋아 , 믿지 . 대신 내 약속도 믿어줄수 있는가 ? "
" 무엇이든지 ! 애초에 난 예전부터 진정으로 너를 믿고 있었어 ! "
" 믿어주니 고맙군 . "
디스코드는 뒤틀린 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
그러자 자신이 갇힌 철창에 무언가 마법이 스며들었고 , 티렉은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 이제 이 철창에서 빠져나와 다시한번 세상을 지배할 시간이다 .
티렉은 사악한 미소를 머금으며 철창문을 당겼다 .
하지만 여전히 철창문은 열리지 않았다 .
분명 디스코드는 철창에다가 마법을 사용했고 , 그로인해 철창에 무언가
변화가 일어났다 . 하지만 여전히 문은 열리지 않았다 . 문이 열리지 않는것에
대한 의구심을 품을때쯔음 느껴지는 무언가의 괴리감에 다시한번 철창을 둘러보았다 .
철창은 작아지고 있었다 .
자신은 그대로인채 .
" 디스코드 ! 이게 무슨짓이야 ! "
" 넌 방금 나를 믿는다고 네 입으로 그랬었지 . "
" 그래 ! 난 너를 믿어 !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짓이야 ! "
" 내 약속은 너를 그 철창에서 곧 꺼내주겠다는 약속이다 . "
" 뭐 ? 이건 대체 . . ! "
비좁아지는 철창이 조금씩 자신의 몸을 압박해온다 . 차갑고 딱딱한 무쇠가
온몸을 짓밟아온다 . 있는힘 없는힘 다짜내어 막으려고 해도 여전히 자신을
죄여오는 철창의 행군은 멈추지 않는다 .
" 디 . . 스 . . 코드 . . ! "
" 어떠한가 ? 믿음의 약속이 배반당하는 기분은 . "
자신의 몸은 철창에 의해 계속 짓눌리고 이제는 뼈까지 짓눌리기 시작한다 .
그리고 곧이어 자신의 팔이 부러지는 소리를 시작으로 온몸의 뼈가 바스라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 세상에 느껴보지 못했던 고통이 시작되었다 . 잔인하게도
철창이 작아지는 속도는 느려져도 멈추지는 않는 고통이 사고회로를 부순다 .
" 크아아아아아아악 - ! 제발 . . 살려 . . "
" 차라리 나은거 아닌가 ? 그런 기분을 마음이 아닌 몸으로 느끼는게 . "
온몸의 뼈가 짓눌리고 튀어나와 붉은색 향연을 일으킨다 .
어느덧 자신의 몸은 기괴하게 비틀어져 어떠한 생명체의 몰골로도 보이지 않았다 .
서서히 고통은 사라져가지만 의식또한 사라져간다 . 모든 감각이 무디어지고있다 .
" 괜찮아 , 난 네놈과는 달리 약속은 지키는 놈이니 , 불안해할 필요는 없어 . "
모든게 죽어가고 끊어질듯한 청각속에서 놈의 마지막말이 들리고 , 이내 모든것이
어두워졌다 . 그모습을 바라보던 디스코드는 잠시 기다리다 , 이내 손가락을 다시한번 팅겨
티렉이라는 생명체가 살아있던 철창을 없애버렸다 . 그는 정말로 , 약속을 지켰다 .
티렉에게 복수하면 모든것이 끝날거라고 생각했다 .
자신안에 남아있던 죄책감 , 슬픔등등 이 오만 감정을 해결할수 있다고 생각했다 .
그렇기에 티렉에게 복수심을 만들어냈다 , 증오했다 . 그렇게라도 자신의 감정을 잊을수 있게 .
최대한 잔인하게 그의 고통을 바라보았다 . 아연실색하는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
정말로 내가 가지고 있는 불편함이 사라지고 이제 편하게 다시 돌아갈수 있다고 생각했다 .
그렇기에 지금 , 티렉을 죽였다 .
하지만 그러한 믿음또한 배반당했다 . 여전히 자신의 마음에 남은 고통은
플러터샤이의 눈물로 남아있었고 , 오히려 티렉에 대한 증오심으로 돌리던 시선이
다시한번 죄책감에 꽂히자 , 잊고있었던 그때의 기억이 다시한번 눈에 서렸다 .
잊혀졌던 아픔이 다시한번 수면위로 떠오를때 , 그 아픔은 배가되어 자신을 찔러댔다 .
문득 , 자신의 시선에 비치는 하나의 핏덩어리를 부럽다고 조금 되뇌였다 .
절망에 빠진 디스코드는 다시한번 발걸음을 옮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