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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동생들이라는 전제하에 말을 놓을께,....
형은 32살먹은 남정네란다....
요즘 힘들지? 돈을 벌려고 열심히 노력해도 쉽지 않고 급여일은 한달에 한번인데 돈 나가는 날은 한달에 수십번이고....
형도 그래.... 니들이 너무 힘들어 하는거 같아서 형이 형이야기좀 하려고해.. 물론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 많겠지만....
서로 아픔을 이야기하고 작은 위안을 받기라도 바라면서 글을 써내려간다.
형은말이야 형이 아주 어릴때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새어머니 밑에서 자랐단다.
형이 유치원을 다니던해부터 가사일이 시작되었지. 처음엔 작은 심부름이었어. 동네 슈퍼를 왔다 갔다하고 마당청소같은거... 뭐 다들 그정도는 했지?
형이 국민학교(우리때는 국민학교였어...ㅎ)2학년쯤이었을꺼야... 어느샌가 보일러 연탄을 갈고 집청소를 하고 있더라고....ㅎ
형이 4학년정도 되었을때 빨래 밥(반찬은 못하니까 패스였지...ㅎ)설거지 청소 등등 집안일을 다 내가 하고있더라고...
뭐 늘상하던거에서 조금씩 늘어나니까 할만했나봐...ㅎㅎ 친구들 다 학원 다닐 시간에 형은 집안을 지킨거지....ㅎㅎ
어느날 청소를 하는데 안방에 가게부가 있더라? 호기심에 열어보니까 꽤 아니 아주 오랜기간동안 일정하게 적혀있는 내용이 있더라고
"XX이(형이야) 용돈 3000원" 이게 2일마다 고정적으로 써있더라구... 글구 매월마다 "XX이 우유급식 XXXX원, 저금 XXXXX원" 이라고 써있더라.
ㅎㅎㅎ 형 용돈이 그만큼이면 그시절 살만하지 않냐고?? 물론 살만하지....ㅎㅎㅎ 오락한판에 100원 할시절인데... 하루 1500원이면 당시 황제처럼
지낼수 있었지.... 다만 내수중에 그돈이 들어온적은 단 하루도 없었다는게 문제지만... 형 우유엄청 좋아하는데... 새엄마가 우유급식하지말래서...
학교에서 받아놓고 안먹는 친구들꺼 얻어먹고 다녔어 거지처럼... 저금? ㅋㅋㅋㅋ 하긴했지 1주일에 2천원인가?ㅋㅋ 그땐 저금안하면 선생님들이
뭐라고 했거든 할당량이 있었나봐....ㅋㅋㅋ 암튼 이리저리 살아서 뻐기니까 시간은 가고 형도 5-6학년되니까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당시에 중국집이나 치킨집 같은데서 집집마다 전단지 돌리면 하루 2천원 줬거든? 형은 가사일로인해 체력하나는 만땅이었어....ㅋㅋ
다른곳에서 돌리는것보단 중국집이나 치킨집이좋았어 일끝나면 가끔 짜장면이나 치느님을 주셨거든.... 아직도 그맛은 못잊어...
(형은 아직도 짜장면, 치느님 이라면 환장하고 달려든단다...ㅋㅋㅋ)
그렇게 용돈을 벌어쓰다가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든거야..... 형이 조금씩 조금씩 돈을 모았는데 중2 여름쯤되니까 꽤 큰돈이 모이더라?
하루 1-2천원씩 모으니까 150만원정도 모은거 같애...
근데 어쩌다가 새엄마가 그통장 발견하고....안뺏기려고 대들다가 엄청맞고.. 돈은 다시 없어지고...
정말 그때 당시 절망감은 이루 말할수가없다....ㅋㅋㅋ 인생을 통째로 도둑질 당한기분?
뭐 이쯤 되면 왜 아버지한테 말안했냐고 들 말할것 같은데... 어릴때부터 그런생각이 있었어... 내가 이사실을 말하면 울 아버지가
엄청 슬퍼하실것 같다는 생각.... 그래서 그냥 말을 안했나봐.. 우리아버지는 언제나 일하시느라 바쁘셨거든... 늘 퇴근후에는 지쳐서
쓰러지기 다반사 셨으니까.... 돈버느라 이야기할시간도 부족했고... 그러다 보니 벽(?)이생기고....
뭐 그렇게 살다가 가출하고 다시 집에 잡혀오고 또 가출하고.... 19살에 다시 가출해서 서울을 갔었어.... 취업을 빙자한 가출이었지,....ㅋㅋㅋ
그때는 정말 도망치고 싶었거든.... 처음엔 돈이없어서 노숙도 하고 하루하루 노가다로 돈벌어서 입에풀칠하고 조금씩 모아서 여인숙 달방 얻고 모텔달
방얻고 사글세방도 얻고...ㅎㅎ
사글세방 계약하고 티비랑 이불 그릇등등 사는데 그날 하루만큼은 정말 세상이 다 내것 같더라... 보금자리가 생겼으니까....ㅎ
어찌어찌 고등학교 졸업하고 친구들은 대학가고 직장 취직하고 번듯한 모습보니까 형도 슬슬 대학 욕심이나더라?
남들보다 쬐금 늦은나이에 아무도 모르는 지잡대를 갔어...ㅋㅋ 좋더라 대학...ㅎㅎ 어릴때 부터 공부라는건 담 쌓고 살았는데....
모르는걸 알아가는 그 재미 너무 좋더라 하루하루가 행복했어... 등록금이랑 생활비를 벌어야해서 일하면서 학교생활 하느라
학교친구들은 많이 없지만.... 그래도 엠티며 체육대회등 학교행사에는 빠지지 않으려 노력했어... 당시 다니던 직장에 사장님도
그럼 모습이 보기 좋으셨는지 급여를 좀 많이 올려주시더라고... 편의도 많이봐 주시고...(정말감사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돈을 모아서 형 이름으로 가게를 차렸어... 남들보다 조금자고 남들보다 조금더 열심히 일했어...
그렇게 일하니까 돈이 조금씩 쌓이는게 엄청 기분좋더라? 조금아니 많이 무리해서 대출을 받아서 더큰가게를 얻었어.
근데 그런 행복이 나한테는 너무 과분했나봐... 3억 가까이 되는 돈을 사기 당했어... 여기저기 빌린돈이랑 대출받은돈이랑 내돈 8천만원....
혹시 들어본적 있니? 2중계약이라는거.... 형이 세상을 너무 만만하게 봤나봐....ㅋㅋㅋ
진짜 눈앞이 깜깜하고 어떻게 해야하나 하며 절망에 허우적거리며 하루하루를 술만 먹으면서 보냈어 (참신기하지? 어떻게든 소주살돈은 생기니까..)
이러다 죽자 싶었지... 계속 걸려오는 독촉전화에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어... 왜 내인생은 이모양인가 하는 생각만들고...
그러다 어느날 어김없이 동네슈퍼에서 소주 두병사서 집에오는데... 한쪽팔이 없으신 할아버지께서 힘겹게 리어카에 폐지를 담아서 끌고 가시더라..
충격적이었어.. 나는 젊고 사지도 멀쩡한데... 왜이러고 사나 싶더라고... 그 소주 두병을 바닥에 쏟아부으며 생각했어. 다시 열심히 살아보자...
다음날부터 닥치는대로 일했어 낮에는 직장에 밤에는 대리운전에 쉬는날은 물류센터 상하차에.... 3년이 지나니까 빚이 6천밖에 안남더라....
숨이 쉬어졌어.... 그러다 지금 와이프를 만나게 되고 결혼도 하게 됐지.... 늘 고맙고 감사한 사람이야...
형이 어떤상황에 있던 늘 뒤에서 응원하고 웃어주고 믿어주는 사람이거든.....
아직도 4천이라는 빚이 남아있지만... 크다면 엄청 큰 빚이지만... 그래도 늘 하루 하루 감사하며 살아간단다...
일할수있는 젊음이 있고 건강한 신체가 있으며 나를 믿고 사랑해주는 집사람과 나를 꼭 닮은 소중한 내 새끼가 있음에....
애들아.... 형이 쓸데 없이 말이 길었는데... 니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단다...
너무 힘들고 지치고 너 자신이 참 쓸모 없는 사람이라 생각이 들때가 있을꺼야...
하지만 돌아보면 너로인해 웃고 너로 인해 행복한 사람이 분명이 있단다.
포기하지마라.... 그게 삶이든... 돈이든....
적어도 너로 인해 행복해하고 웃어야하는 그사람들에게 행복할수있는 기회는 줘야 하지않겠니?
오늘 하루도 힘들겠지만... 어쩌면 앞으로 많은 날이 고통속에 신음하는 날이 될지도 모르지만....
우리 참고 또 참고 열심히 살자.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형이 부탁할께....
그럼 이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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