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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726221
    작성자 : SnFox
    추천 : 12
    조회수 : 1754
    IP : 121.131.***.155
    댓글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8/06 21:10:15
    원글작성시간 : 2013/08/04 19:24:40
    http://todayhumor.com/?humorbest_726221 모바일
    #펌# 그곳의 기묘한 이야기 - 6 : 비밀
     
     
     
     
     
     
     
     
    ------------------------------------------------------------------------------------------------------------
     
    묵언의 합의하에 전상병과 나는 몸싸움의 이유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단지 몇 마디 나의 욕설로 인해 싸움이 일어났다는 전상병의 그럴싸한 시나리오로 마무리되었다.

    한차례의 푸닥거리가 끝나고 나와 전상병은 내무반으로 들어섰다.

    일병 찌끄레기가 상병 말호봉하고 몸싸움을 하다니.....


    수 많은 고참들의 압박을 어떻게 견뎌야 할까?

    새벽 두 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인데 고참 몇몇이 잠을 이루지 않고 침상에 걸터 앉아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친개 최병장이었다.

    어둑어둑한 와중에서도 칼자국 같은 눈 밑의 흉터는 그가 나를 바라보는 또다른 시선으로 보였다.

    내가 그의 앞을 지나가는 내내 최병장은 검게 그을린 얼굴속에 박힌 하얀 안구의 초점을 내게 계속 맞추었다.


    그의 뒤를 이어 몇몇 고참들의 따가운 시선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밤을 무사히 넘길 수가 있을까?

    날이 밝을 때까지 몇 번을 불러나갈까?

    어떤 놈의 주먹이 제일 아플까?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 속을 맴돌고 있을 쯤 최병장이 입을 열었다.


    "내 밑으로 아무도 건들지 마."


    순간 안도의 한 숨이 나도 모르게 내쉬어졌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최병장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침상에 앉아 머리를 감싸쥐고 있던 전상병을 이끌고 밖으로 향했다.

    그 둘은 밖에서 조용히 뭔가 정보를 나누는 것처럼 보였지만 침상에 누워있는 동안 여러가지 소리들이 자그맣게 들려왔다.


    최병장이 계속의 뭔가를 캐묻는 것 같았고, 전상병은 억울하다는 듯 하소연을 수차례 하는 듯 들렸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정말 내가... 전상병은 보지 못한 귀신을 본 걸까?

    그 귀신이 죽었다는 정한수인가? 정한수는 정말 자살한 걸까?


    그런데 김선호가 누굴까? 전상병의 명찰은 분명히 김선호였다. 처음 듣는 이름이다. 적어도 우리 부대에는 김선호가 없다.

    왜 김선호라는 이름에 전상병이 미친 사람처럼 내게 달려든 걸까?






    "이창훈 너는 당분간 위병소 근무서라."


    날이 밝자 당직사관인 선임하사가 명령을 내렸다.


    "네. 알겠습니다."


    "고참이 좀 괴롭혀도 참아야 되는게 군대생활이다. 니 고참들은 더한 고생 참아가며 작대기 하나씩 올린거다.

    고참이 좀 못되게 굴었다고 몸싸움하면 대한민국에 남아날 군대 없다.

    중대장이나 대대장한테는 보고하지 않을테니까 당분간 몸 조심해."


    "네. 알겠습니다."


    머릿속에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 선임하사가 이상한 말을 내뱉았다.


    "그런데 전대웅이 공수부대 출신이라 힘이 장사였을텐데 너도 참 대단하다. 그 놈하고 몸싸움 할 생각을 했으니"


    "!!!!!!!!!"


    이게 무슨 말인가? 전대웅 상병이 공수부대 출신이라니.....


    "특..특전사 말입니까?"


    "그래 임마. 거기서 훈련하다가 다쳐서 왔다는데 사병 세 명을 한꺼번에 일반 부대로 오기는 아주 드문 일인데...."


    "나머지 두 명이 누굽니까?"


    "전대웅이하고, 김창식...그리고 최병희.... 벌써 생김새 보면 딱 티가 나지 않디?"


    "모...모두 같은 부대에서 온 겁니까?"


    "그래. 군대에서 아주 희귀한 일이지. 특히 전대웅은 사단장의 먼 친척뻘이랜다. 말썽일으키지 마라."


    이럴 수가.... 전상병, 김병장, 미친개 최병장이 모두 같은 부대에서 전입 온 병사라니...


    전상병의 말이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거짓인 것일까?





    낮 3시 근무였지만 간간히 하늘을 덮고 있는 구름으로 인해 뙤약볕은 피할 수가 있었다.


    위병소 초소 밖에 나와서 근무를 서는 나와 달리 내 사수는 초소 안에서 뭔가를 열심히 탐독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여러가지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동안 4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수미터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음이 눈에 들어왔다.


    연륜이 느껴지는 얼굴 생김새와는 달리 그녀의 피부는 생각보다 매끈하였고, 보통의 요즘 여자들과는 달린 쪽진 머리가

    곱게 빗어 넘겨져 있었다.


    심상치 않은 기운이 그녀에게서 느껴졌다.


    그녀는 한참을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니 내게 천천히 다가와 내 앞에 멈춰섰다.



    "누구 면회 오셨습니까?"



    나의 물음에 갑자기 그녀의 양볼에 검은 색 마스카라줄기가 흘러내렸다.

    두 줄기의 눈물이 뺨을 적시고 있음에도 그녀는 애써 울음을 참는 듯 보였다.


    나는 뜬금없는 상황에 초소안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탐독하고 있는 사수를 부르려 하였다.

    그러나 이내 나는 그 행동을 멈춰야만 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내 아들을 찾아주시게"


    "..예?"


    "내 아들을 찾아주시게"


    이해할 수 없는 묘한 기운이 주변을 감돌고 있었다.


    나는 면회객 일지를 집어들고 그녀에게 물었다.


    "아드님의 계급과 이름을 알려주십시오"


    나는 관례상 그녀에게 묻고 있었지만 그녀는 일반적인 면회객 같아 보이지 않았다.


    "......."


    그녀는 입을 열지 않은 채 나를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아드님이 누군지 말씀하셔야 부대에 연락...."


    "죽었다오"


    "!!!"


    이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하는걸까?


    그녀는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말을 이었다.


    "지금쯤 병장이 되었을 것이오"


    면회객 일지에 쓸 내용이 없었지만, 오른손에 쥐어진 펜은 이미 나의 떨리는 손의 자취를 그리고 있었다.


    "아드님...이름이....."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는 심정에 그녀에게 답을 확인하고 있었다.


    "정한수라오."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내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하는지 그녀는 눈 한번 깜박이지도 않은 채 말을 이었다.


    "그 아이가 원귀가 되어 이 곳을 떠돌고 있소. 찾아주시오."


    도대체 이 순간 무슨 말을 해야 이런 오금저리는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일까?


    나는 아무 말 없이 한참 동안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은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나는 긍정의 대답도 부정의 대답도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하는지 몰랐다.


    나는 시선을 내리고 천천히 등을 돌렸다.

    더 이상 그녀의 입에서 다른 말이 나오지 않기를, 아니 그냥 떠나 주기를 바랬다.

    그러나 내가 등을 돌려 발을 떼려는 순간, 그녀는 말 한마디로 내 발걸음을 붙잡고 말았다.


    "그 아이를 찾지 못하면 부대원들이 죽어 나갈 것이네."


    등골이 싸늘하다.


    "그...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들이 죽은 뒤로 수없이 천도제를 지내게 해달라고 부대에 부탁했지만 결국 하지 못했다네.

    아들이 원귀가 되어 이 부대를 떠돌고 있음에도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더이다."


    "그런데 왜 우리 부대원들이 죽을거란 말입니까?"


    나의 물음에 그 여자는 울먹이는 표정을 멈추고 갑자기 경직된 얼굴로 대답했다.


    "서로 간의 처절한 살생이 일어날 수 있지. 자네도 어제 사람을 죽이려하지 않았는가?"


    갑자기 심장이 터질 듯 요동치기 시작했다.

    면회일지와 펜을 들고 있는 두 손이 동시에 떨리기 시작했다.

    벌어진 입 속이 매말라가고 있음에도 한 모금의 침도 삼킬 수가 없었다.

    하얀 피부에 검게 그어진 세로선이 그녀를 마치 저승사자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그런데 왜...왜 접니까? 왜 제가 아드님을 찾아야 합니까?"


    그녀는 한 동안 입을 다문 채 계속해서 나의 눈치를 살폈다.


    "사자(死者)의 기운이 느껴지는군."


    "사..사자라니오?"


    "죽은 자의 기운이 느껴져...."


    "그....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기어들어가는 내 목소리와는 다르게 그녀는 위병소가 떠나가라 호통치듯 소리쳤다.


    "곧 죽음에 직면할거라는 말일세!!!"



    이런...씨발..

    내가 죽는다구? 정말 내가 죽는다구? 이 씨발 미친 여자가 무슨 말을 지껄이는거야?

    이 기분 나쁜 여편네의 머리채를 부여잡고 힘껏 땅바닥에 내팽겨치기라도 해야 하나?

    이 총의 개머리판으로 독사같은 그 주둥이를 뭉개버려야 하나?

    삽탄된 총의 노리쇠를 당겼다가 놓기만하면 총알이 장전된다.

    이 여자는 내가 격분하여 자신의 몸뚱아리에 총구멍을 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나 있는걸까?

    그 여자의 저주같은 독설보다 더 사악한 방법의 폭력과 위협을 가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의 선택은 너무나도 초라하고 단순했다.

    이미 나는 그녀의 범접할 수 없는 무서운 기운에 주눅들어 있었다.



    "아..아들을 찾으려면.. 제가 그럼 뭘 해야 합니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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