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란 개최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총성없는 전쟁터...
그러나 그 불순한 욕망들이 모두 멈췄던
2분 48초의 시간, 김연아의 "Send in the clowns"
너무나 너무나 행복했고 고마웠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쇼트 프로그램 연기를 어떻게들 보셨나요?
행여라도 작은 실수라도 할까 마음 졸이진 않으셨을지요.
저도 첫 점프를 위해 활주하는 김연아 선수의 표정이
왠지 어둡고 굳어 있는 것 같아 잠시 불안했지만
3Lz+3T를 완벽하게 성공해낸 이후로는
머리 속을 비운채 그녀의 연기에 몰입했답니다.
저는 이번 소치 올림픽 무대에서
김연아 선수의 아름다운 마무리는
그녀의 연기를 통한 메세지의 전달 여부에 달려 있다는
의견을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쇼트 연기가 끝나고 난 후,
세계 각국의 중계진과 기자, 그리고 피겨 관계자들로부터
무수한 감상평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중에서도
저의 눈길을 끈 건 안도 미키의 트위터 글이었습니다.
"...너의 아름다운 연기에 난 거의 울뻔했어..."
저는 쇼트 프로그램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를
피겨를 사랑했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부조리를 견뎌내야 했던
김연아 선수 자신에게 보내는 헌정 프로그램이라고 해석한 바 있습니다.
저는 미키의 짤막한 감상평을 보며
여자 싱글 최초의 쿼드러블 성공자라는 화려한 명성을
후배였던 아사다 마오에게 모두 빼았기고 부상으로 신음해 왔으며,
코치와의 염문설, 자국민들의 냉대 그리고 사생아 출산 등으로 얼룩져 버린
자신의 회한어린 지난날을 떠올렸을 미키를 상상해 보았습니다.
저는 이번 올림픽 전부터 김연아 선수의 점수에는
관심을 두지 않으려 노력했었습니다.
물론 피겨를 보는 안목이 탁월하신 분들이 많기에
언감생심 섣부른 발언을 자제하기도 했구요.
하지만 카롤리나 코스터너와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선수의
점수를 확인하고는 실시간으로 중계를 보셨던 많은 분들과 마찬가지로
묵혀둔 암이 재발하고 말았습니다. 젠장...젠장...
이번 소치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2013 WC에서 김연아 선수가 압도적으로 우승함으로써
많은 피겨팬들이 심판들의 점수 퍼주기 악습에 대한
면역력이 상당히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지난 피겨스케이팅 단체전에서 홀연히 등장한
율리아 리프니츠카야라는 바이러스(비유일 뿐 나쁜 뜻은 전혀 없습니다)에
다수의 피겨팬들은 속절없이 암에 걸리고 만 것입니다.
그리고 어제 새롭게 등장한 아델리나라는 바이러스에도
무방비로 당하신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저는 아델리나라는 무시무시한 바이러스를 모두가 이겨내시길 바라며
예방적 차원에서 아델리나라의 존재를 몇 차례 상기시켜 드린 바 있습니다.
또한 새벽에 채팅방에 계셨던 분들이 기억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아델리나 연기 직전에 "소트니 조심"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지요.
그리고 그 결과는 충분히 발암물질입니다.
이 시점에서 분명히 선을 긋고 말씀 드리고 싶은 점은
제가 이러한 예측을 했다고 이글에 밝히는 것이
단순한 자랑질을 위함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늘 새벽 쇼트 프로그램이 끝난 후부터 지금까지
오유 스포츠 게시판을 틈틈이 눈팅해 본 결과
김연아 선수의 아름다운 쇼트 프로그램에 대한 글보다는
편파적인 채점에 분노하는 글들이 더 많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많은 분들의 이러한 분노는 당연한 것이며
저 또한 적잖은 분노와 답답함을 느꼈음을 말씀드립니다.
다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었고 저 또한 이미 지적했던 바와 같이
정치로 물든 올림픽, 그 중심에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가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하시여 피할 수 없는 부조리에 분노하기 보다는
김연아 선수의 마지막 메세지에 좀 더 귀를 귀울여 주시길
일개 오유인으로서 부탁드릴 뿐입니다.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열리는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는
두 개의 정치적 목적을 지닌 집단의 암투가 벌어지는 곳이라 말씀드렸습니다.
강한 러시아의 부활과 러시아 피겨 왕조의 재건은
두 명의 어린 피겨스케이터에게 그 짐이 지워졌고
어린 율리아는 그 무게를 이겨내지 못한 반면에
러시아 피겨의 적자라고 말씀드렸던 아델리나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낸 모양새입니다.
반면 유럽 피겨의 잃어버린 10년 찾기는
러시아 피겨스케이터를 제외한 새로운 적임자를 찾지 못한채
오타비오 친콴타 ISU 회장의 조국 이탈리아 출신으로서
동계올림픽 3연속 출전에 빛나는 유럽의 피겨 여제,
카롤리나에게 마지막으로 포디움의 기회를 주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소수점 이하의 점수로 갈린 현재의 쇼트 프로그램 채점표가
아주 정교하게 짜여진 각본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김연아 선수를 바라보는 삐뚤어진 시선과
자신들의 부조리한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점수 부풀리기가 만들어낸 우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소치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포디움 경쟁은 이미 끝났습니다.
이와 같은 모양새는 불순한 정치세력이 바랐던 것에
90% 정도는 달성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 이상 욕심 부리지 않기를 기원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들의 암 예방을 위해
한가지 백신을 투척해 볼까 합니다.
피겨스케이팅 심판진은 13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 4명의 심판은 추첨을 통해 쇼트 프로그램 채점에서 제외됩니다.
그러나 프리 프로그램에서는 쇼트 프로그램 채점에서 제외되었던
4명의 심판이 무조건 투입되고 쇼트 프로그램을 채점했던
9명의 심판 중 4명의 심판이 추첨을 통해 제외되게 됩니다.
지난 쇼트 프로그램을 채점했던 심판의 국적은
캐나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 한국, 슬로바키아, 스웨덴, 미국입니다.
이중에서 4명의 심판이 제외될 것이며 프리 프로그램에는
에스토니아, 프랑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심판이 투입됩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번 쇼트 프로그램의 결과는
러시아 선수에 우호적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심판이
빠진 상태로 얻어진 결과물이란 것입니다.
솔직이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걱정됩니다.
아델리나의 프리 프로그램은 "Rondo capriccioso"입니다.
아델리나는 이 프로그램으로 자국 선수권대회를 포함하여
140점을 넘은 적이 없으며 대부분은 130이하의 점수를 받았습니다.
첫번째 3Lz의 성공 여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카롤리나의 프리 프로그램은 "bolero"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카롤리나는 130점 내외의 점수를 받았지만,
중요한 점은 이 프로그램이 12-13시즌에도 사용되었던 사골이라는 점입니다.
프로그램의 재사용은 분명 신선함을 떨어뜨리지만
종종 심판들은 그러한 익숙함에 PCS를 퍼부어 주는 경우가 있음을
아시는 분들은 잘 알고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긴 글의 마지막에 올림픽 기간동안
제가 올렸던 글에서 언급했던 여자 싱글에 대한
예상들 중에 어느 정도 맞아 들어간 것들을 정리해 봅니다.
포디움의 유력한 경쟁자 중 하나는 카롤리나일 것이다.
포디움의 남은 한자리 경쟁은 아델리나에 달려 있을 것이다.
마오는 스스로 무너질 것이다.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스타(율리아)는 태양(연아)이 뜨면 사라질 것이다.
북미권 선수는 점수 퍼주기의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저는 마지막 하나의 예상을 감추어 둘까 합니다.
그것은 누구나 가능하고 바라는 예상입니다만,
감히 지금 이 시점에서 입 밖으로 꺼내기 두려운 그런 예상입니다.
글을 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