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반이 벌써 지나가버리고 말았습니다.
시린 겨울바람은 솔로들의 옆구리를 콕콕 쑤시겠지만...
제가 현재 있는 곳은 남반구... 무더운 햇빛이 있고 윙윙거리는 파리가 함께 있어 외롭지 않습니다.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다시 오랜만에 그간 해먹은 요리들을 되새겨보려 합니다.
<해물짬뽕>
해외 어딜가도 한국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면 중국집은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짬뽕도 구경하기 어려운 음식은 아니지만 입맛에 맞는 맛있는 짬뽕은 얘기가 다릅니다.
홍합과 조개 그리고 다시마로 잔뜩 육수를 내고, 새우,오징어등을 고춧가루로 신나게 볶았습니다.
다시다는 쓰지 않고 닭육수 (chicken stock) 을 이용해 간을 맞추었습니다.
면은 칼국수 해먹으려고 냉동실에 랩에 싸서 보관하던 녀석으로 선택했습니다.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다행히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어릴적 짬뽕이 너무 좋아서 짬뽕 맛있게 만들줄 아는 여자랑 결혼하는게 꿈이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와 신난다..)
당당히 솔로로 남아도 될 것 같습니다.
<밀피유 나베>
오유에서 이 음식을 만들어 드시는 모습을 보고 언젠가 꼭 해먹어야겠다 다짐했었습니다.
그리고 국물이 유난히도 땡기던 어느날 아침, 참을성이 한계에 도달하여 배추 한포기를 업어왔고 그 길로 도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생각한대로 배추를 씻고 다듬는게 가장 손이 많이 갔습니다. 하지만 배추잎+샤브샤브꼬기+깻잎 쌓기 놀이는 좀 재밌었습니다.
동그란 냄비도 없고, 꽃잎모양을 이쁘게 장식할 손재주도 없지만 최선을 다해보니 썩 나쁘진 않았습니다.
육수좀 우려내고 피쉬볼과 해산물도 넣어 먹는게 꼭 스팀보트 삘도 나고 즐거운 한끼였습니다.
당연히 예의를 다해 건더기 다먹고 우동사리 추가도 잊지 않았습니다.
<오향찜닭>
예전에 오향장육을 정말 맛있게 해먹었습니다. 팔각을 비롯한 향신료들의 특유한 향과 맛이 정말 끝내주는 음식입니다.
하지만 돼지고기를 드시지 못하는 어머니를 위해 닭고기로 찜닭을 해보았습니다.
닭날개를 사다 밑간해서 우유에 잰다음 간장+팔각+정향+계피+통마늘+양파+파+홍고추 등의 향신료와 함께 육수를 졸여주었습니다.
중국식으로 데친 청경채와 땅콩도 볶아 넣어주고 잣도 좀 넣었습니다.
<꼬치요리>
이 날은 괜시리 꼬치요리가 땡겼습니다.
동그란 아이들은 닭고기와 빵가루 마늘 등의 양념으로 만든 경단입니다.
닭가슴살을 조각내어 특제 케이준 소스와 페리페리 소스를 잔뜩 버무려주었습니다.
또 중국친구들이 제일 좋아하는 양꼬치도 제작해봤습니다.
양어깨살에 칠리가루와 커민씨앗을 뿌려 구워먹었습니다.
감상은? 맛있쪙!
<베이컨 말이>
이 전에 만들었던 베이컨 말이도 비슷한 시기에 다시 해먹었습니다.
베이컨에 다진마늘을 고루 발라주고 아스파라거스와 파프리카, 반으로 썬 가래떡, 양파를 안에 놓고 말아 구워먹습니다.
<궁바오지띵>
닭고기를 깍둑썰기 하여 땅콩과 볶아주고 매운고추,마늘,생강 그리고 각종 야채를 볶아 만들었습니다.
전 매운걸 정말 좋아하지만 아버지께서 별로 좋아하시질 않아 매운맛은 줄였습니다.
대신 조금 심심해진 양념에 굴소스, 간장, 케첩, 식초, 요리당으로 만든 소스를 소량 첨가했습니다.
중국 슈퍼마켓에서 칸토니즈 누들을 팔길래 좀 사다 같이 볶아 봤는데 궁합이 훌륭햇습니다.
<오꼬노미야끼>
부침개가루를 십분활용 문어대신 오징어를 넣고 전부치듯 부쳐먹었습니다.
사이즈 맞추기 좋았던 작은 후라이팬이 운명하셔서 예전보다 모양을 내기도 힘들었고 두꺼움도 약간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우스터소스와 설탕, 케첩으로 만든 소스가 생각보다 성공적이어서 맛은 더 좋았떤 것 같습니다.
우스터소스 다음 마요네즈 그리고 그 위에는 바베큐소스나 돈까스 소스를 추가로 곁들였는데 정말 잘어울립니다.
마요네즈 통을 쥐어 짜다보니 너무 두껍게 나온게 천추의 한입니다.
<레몬치킨>
닭가슴살 칼집을 조금 내고 로즈마리와 올리브 유, 다진마늘, 소금, 후추, 레몬 제스트 (레몬껍질을 깨끗하게 씻은 다음 강판으로 아주소량 풍미를 위해 첨가), 레몬즙, 타임 (thyme-백리향), 요리당(소량만)을 버무리고 버무려서 1시간정도 냉장고에 숙성시켜줍니다.
그리고 200~220도정도로 예열한 오븐에 20분 굽고 뒤집어서 10분 구워 완성. 레몬을 좀썰어 그릇에 담기전에 장식해주면 좋습니다.
상큼하고 풍미가 있습니다. 다만 뻑뻑함이 싫다면 가슴살말고 다리살을 이용하시길 바라며 레몬 말고 오렌지를 이용해보는건 또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오챠즈케>
원래는 야끼 오니기리 오챠즈케, 즉 주먹밥을 좀 소스발라 구워서 오챠즈케를 만들어볼까 했습니다.
하지만 요리시작 직전, 무더운 남반구 여름날씨에 지쳐 부엌찜질방을 빨리 탈출하고 싶었던 맘이 간절해져 그냥 평범하게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참치캔을 뜯어 기름기를 쪽 빼주고, 오븐등을 이용해 바싹 말려줍니다. (200도 정도에 5분정도 말리고 타기전에 꺼내서 식혔다가 조금 촉촉하다 싶으면 또 말리고를 반복했습니다.) 사실 말리지는 않아도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연어는 생략가능하지만 가능한 꼭 넣어주시면 혓바닥이 행복합니다. 올리브유에 소금만 조금 뿌려 꾸워줍니다.
흰쌀밥을 맛있게 짓고 식초+소금+설탕+참기름을 아주 소량만 밥에 뿌려 비벼줍니다. (소금은 맛소금으로)
그릇에 밥을 담고 후리카게를 뿌리고 (없으면 김가루+보크라이스도 똑같습니다.) 참치와 연어를 장식해줍니다. 그리고 후리카게를 다시한번 뿌려 고명등을 덮어주고 연와사비를 조금 찍 짜줍니다.
녹차를 우려내어 식사직전에 부어서 먹으면 됩니다. 가쓰오부시보단 참치가 밥에 먹기에 더 좋았습니다. 신김치를 고명에 올려도 좋고 각자의 취향이 있으니 취향대로 고명을 바꾸셔도 됩니다.
이렇게 연말에도 어김없이 혀는 사치스러워지고 배는 두터워져가며 몸은 게을러져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