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마다 하나씩은 있는 괴담, 흔하디흔한 괴담
하지만 만약 내가 직접 겪는다면 어떻게 될까?
오후 수업을 마치고 식곤증 + 피곤함을 달래기 위해서 잠을 청하려고 동아리
방으로 향했다.
지은 지 꽤 오래 된 건물, 50년 정도 되었나? 과거에는 도서관으로 쓰였다고
하지만 내가 군대 갔다 온 후 그 사이에 새롭게 신축된 도서관이 생겨서 그
자리는 학생회관이라는 이름을 달고 동아리 방이라는 명목으로 보수 되어
사용 되고 있었다.
그중 내가 속해 있는 동아리 방은 그 곳에서도 가장 허름한 구석에 쳐 박혀
있었지만, 생각 외로 조용하여 나에게는 모임의 장소 보다는 취침의 장소로
이용되고 있는 곳이었다.
건물이 오래되어 그런지 보기만 해도 엄청난 위화감이 조성되고 있기는 했지만...
어차피 빈 공강 시간에는 잠이라도 자는 게 최고 아닌가?
오래된 건물이라서 엘리베이터가 없어 계단을 걸어가는 게 조금 힘들기 하겠지만,
동아리방 소파의 푹신함을 생각하니 약간 힘든 정도는 충분히 감수 할 수 있었다.
게다가 피곤하면 잠이야 더 잘 오지 않겠는가.
간신히 올라간 후 동아리방 문을 연 순간, 아 망할..
이미 남자 후배 한 명이 그 소파위에서 쳐 주무시고 계셨다.
그렇지만 팰 수도 없고, 난 착한 선배니깐..
표정과 모습을 보니 이미 주무신 지 어느 정도 된 것 같았다.
잠자는 데는 강아지도 안 건드린 다는 비슷한 속담도 생각나, 약간 아쉬웠지만
그 보다는 잠이 먼저였기에 근처에 있는 의자를 주섬주섬 모아서 한명이
잘만한 공간을 만들었고 그곳에서 업드려 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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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책상> (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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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이 동아리 방에서 잘 때 한 가지 정도는 스스로 주의하는 게 있었다.
가위에 눌리더라도, 음침한 생각이 들더라도, 오한이 서리더라도
절대 눈을 뜨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눈을 뜬 순간 그 앞에 있는 무언가 때문에 잠을 깰 것 같아서, 가위라도
눌렸는데 사람이 아닌 무언가가 서있다고 생각하면 아오... 과거에 그 XX 같은
놈 때문이더라도 절대 눈을 뜨지 않는다.
게다가 학생회관에는 알 수 없는 뭔가가 있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하기도
했었고,, 얼토당토 없는 처녀귀신 소문도 공공연하게 있었지만, 그렇다고
여자후배들 앞에서 ‘저기 귀신 있다 ㅋ’ 라고 이야기했다가 다음 날부터
모르는 오빠 취급받기 십상이므로 그냥 입 다물고 모른 체 하고 있었다.
그렇게 자려고 눈 감은 체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잠 퍼 자고 있다고 생각 한 후배 녀석이 갑자기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배와 왠 무 개념 여자애가 둘이서 떠드는 소리가 동아리방 전체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얼마나 시끄러운 지, 잠조차 잘 수가 없을 정도
평소에 그렇게 말이 많은 후배가 아니었지만, 남자들은 어차피 여자가
있다고 하면 말 빨의 황제로 바뀌는 경우가 많았으니깐 그러려니 했다.
‘주의라도 줄까?’
생각에 몸을 움직이려고 했을 때 약간 평소와는 다르게 온몸이 무거운 게 느껴졌다.
아, 가위에 걸려 버렸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위까지 눌려버리니 그 시끄러운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가위란 것은 정신은 깨어 있는 상태에서 오는 현상중의 하나이므로
녀석들이 시끄럽게 하기 때문에 설 잠을 자 버려서 눌린 것이라고 그 당시에는 생각했다.
도대체 어떤 애랑 놀 길래 후배가 이렇게 즐거운 목소리로 말하는 지 궁금했다.
몸도 움직일 수 없는 마당에 이렇게 당한 것을 복수라도 하기 위해서 얼굴이라도
기억해 놨다가 차후 선배님이 주무시는 데 시끄럽게 한 죄로 좀 갈궈야할 필요성이
생각났다.
난 눈을 살며시 떴다. (원래 가위 눌리면 눈은 살며시 떠집니다.)
후배는 그 자리에 계속 누워있었으며 후배의 앞에 알 수 없는 여자애 한명이
서 있었다. 뒷모습만 보여서 얼굴은 제대로 알 수 없었지만 치마를 입은 거
보니 확실히 여자라고 짐작 할 수 있었다.
눈대중으로 살며시 본 후에, 나중에 잠 다 깬 다음에 보자!
연애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내가 직접' 녀석에게 알려주리.
라고 생각한 후 다시 잠에 빠져 들었다. 귓가에 2명의 목소리가 계속 울려 퍼졌지만..
“오빠! 오빠! 괜찮아요?!!”
동아리 여자 후배가 나를 흔드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선잠을 자서 그런지 몰라도 너무나도 피곤했다.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는 여자후배 서현이였다.
왜 그런 표정으로 보고 있는 거지?
“오빠 죽은 줄 알았어요. 어휴..., 간 떨어 질 뻔 했네요.”
“너무 피곤했나.. 아무튼 아까 저 색끼가 시끄럽게 해가지고 잠을 제대로 못 잤잖아!”
왜 걱정스러운 표정을 했는지 물어 보기 이전에 착한 여자후배가 아닌 그 옆에서
처음부터 동일한 포즈로 자고 있는 후배, 즉 아까 잠을 못 자게 한 원흉에게
방금 일어나서 기분이 안 좋은 상태(짜증)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방침을 바꿨다. 잘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비슷한 속담이 있었던 것 같지만,
자고 있는 녀석을 사정없이 패기 시작했다.
“아. 형 왜 그래요~”
한 참을 패니 녀석이 간신히 일어났다.
어? 평소보다 좀 더 팬 거 같기는 하지만.. 녀석이 이렇게 무감각한 친구였나?
보통 약간만 건드려도 일어나는 친구 인 것 같은데..
“너, 아까 누구랑 이야기 하고 있었어.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잤잖아. 아오 진짜..
연애질 하려면 밖에서 하라고, 사람 자는 데 시끄럽게 뭔 일이야?”
“무슨 소리에요. 제가 누구랑 이야기 했다고 그래요?”
“아까 분명히 치마 입은 여자애랑 같이 이야기 했잖아.”
“아니에요! 저 계속 자고 있었어요. 꿈을 꾸기는 했지만...,”
그 순간 주위가 아주 추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 만 느꼈을까?
“오빠. 갑자기 서늘하네요.”
옆에서 나와 후배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서현이가 자신의 몸을 감싸는 듯한
행동을 하면서 나에게 말했다.
나만 추워졌던 게 아니었다.
그와 동시에 뒤통수가 찔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을 따라서 뒤를 돌아보았을 때...,,
씨익 웃으면서 저 벽 넘어로 사라지는 알 수 없는 여자 형체를 봤다.
벽을 통과했다..
사람은 아니다.
일단 여기서 나가야 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어 두 사람의 손을 잡고 아무 말
없이 동아리방을 나왔다.
예전부터 동아리 방에서 가위를 눌리거나 귀신을 봤다는 선후배들의 이야기는
많이 들었고, 나 또한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생각만
막연하게 했지 실제로 내가 본적은 없기에 어느 정도는 무시하고 있었다.
학생회관 앞 벤치에 나가서 그 2명과 같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일단
제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나는 담배를 한 대 피기 시작했다.
이렇게 날씨가 더운데, 에어컨도 없는 그곳에서 3명이 동시에 추위를 느꼈다는 건,
그리고 내가 본 그것은... 무엇인지.
“너 진짜 아까 거기서 누구랑 이야기 안했어?”
“네. 계속 잠만 잤어요. 그런데...”
녀석은 조금 뜸을 들이더니 잠시 후 말을 잇기 시작했다.
“꿈을 꿨어요. 악몽 비슷한 꿈이요. 저 아까 가위 눌렸거든요. 아무리 해도
몸을 움직이려고 했는데 움직여지지도 않고, 그런데 앞에 형자고 있는 거
봐서 부르려고 했는데 말도 안 나오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벽 쪽에서 왠
여자애가 나오는 거예요. 형 쪽을 한 번 보더니 내 쪽으로 와서는 가만히
서 있더 라구요. 무슨 말을 계속 했는데, 기억은 잘 안나요. 아무튼 벽을
뚫고 나온다는 진짜 자체가 어이없어서 그냥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혹시.. 형도 보셨어요?”
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휴.. 앞으로 동방 무서워서 어떻게 가요.”
옆에서 얼굴이 창백해 진 서현이가 나에게 말했다.
“뭐.. 사람들 많이 있으면 별일 없을 거야. 누가 죽었다는 소리도 없잖아.
그냥 둘이서 꿈꾼 걸 거야. 아까 그런데 너는 왜 나보고 그렇게 놀란 표정 지었어?”
“아니..., 그 게요.”
그 말에 서현이는 나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동방에 들어와서 내 얼굴이 가장 먼저 보였는데 그 얼굴이 너무나도 창백해서,
뭔가 이상해 나를 깨우려고 했는데
-크윽.. 크윽.. 켁켁-
이런 식으로 신음소리만 냈다고 했다.
깜짝 놀라 옆에 다운이를 깨웠으나 (남자 후배 이름이 다운이입니다.)
마찬가지로 일어나지를 않아서 나를 몇 번 더 흔들어 깨운 다음 안 되면
119라도 부를 생각 이였다고 나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약간 섬뜩한 마음에 가만히 침을 삼켰다.
그 순간 목의 통증과 아픔이 조금이나마 느껴졌다.
그럼 나는 혹시 목이 졸리고 있던 걸까?
목을 가만히 쓰다듬으면서 멍하니 있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리고 몇 분간 서로 눈만 마주치기만 할 뿐 우리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 이후부터 다른 동방에서도 귀신이 봤다는 소리가
속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당시 약간 과장하여 표현을 하자면 한 방에서 으악 소리가 나면 그 다음방,
그 다음방 해서 연이어서 악 소리가 날 정도였다.
오죽하면 수위아저씨도 여기는 가끔씩 순찰만 다니지, 이제 상주하는 사람은 없었다.
“저기 우리 동방 빼서 다른 곳으로 가야하는 거 아냐?”
이런 말이 슬슬 나오기 시작했고, 각 동아리에서도 불만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이런 문의가 빗발치자 학생회와 동아리자치연합회에서도 공동으로
비공식적인 진상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저녁부터 학생회관을 폐쇄하고, 그때부터 몇 명이 모여 귀신이 진짜 있는 지
없는 지 직접 확인하는 한다는 것 이였다.
속칭 죽음의 원정대로 표현 된 총학생회 부회장 과 총무, 그리고
동아리연합회장과 간부. 그리고 나름 동아리 내에서 왕고 취급을 받던
나와 실제 경험자인 다운이 까지 이렇게 6명이서 말이다.
- 난 당연히 무섭다고 빠지려고 했지만.. 남자가 무서운 게 어디 있어.
하고 퇴짜 맞아 버렸다.-
서로 간에 소주와 간단한 몇 가지 안주거리를 가지고 예전부터 말이
많았던 우리 동아리 방에서 시간을 버티기로 약속을 하였다.
다음 날 저녁.
한 시간 정도는 귀신이 있네 없네 하며 서로 간에 의견 대립이 있었지만
그것도 한계 였다. 나머지는 술에 취한 체 그냥 비몽사몽으로 미래에
대한 이야기, 학교 이야기, 그리고 군대이야기, 여자이야기 이런 식으로
테크를 타고 있었다.
남자만 6명이니 뭐 뻔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밤 10시가 넘어 갈 무렵, 갑자기 밖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태풍이 북상한 다는 말을 들었지만 우리나라에 접근하는 건 좀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벌써부터 영향권이라니...
게다가 귀신을 보러 모인 사람들인데, 분위기 까지 으스해지니 내 눈에도
나머지 5명이도 움츠려 들어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 찰나에 학교를 8년 째 다니고 있는 동아리연합회장이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내가 예전부터 선배들에게 듣던 소리인데 말이야...,”
갑자기 그 형님이 미스테리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과거에 이곳이 도서관일 때부터 귀신이 출몰 했었는데, 너무 많이 출몰해서
처음에는 모든 열람실을 10시 이전에 폐쇄 했었다고 했어. 하지만 고시
준비하는 친구들이나 공부 열심히 하는 친구들의 불만으로 인하여 수위아저씨를
배치하고 한 개 열람실만 새벽 2시까지 오픈했다고 했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수위아저씨들이 몇 달을 못 버티고 갔는데, 이 이유 중에 가장 유명한
일화 몇가지를 소개하면 만날 새벽 2시 까지 공부하다가 집에 가는 여학생이
한명 있었는데 하루는 시간이 되도 나오지가 않아서 수위아저시가 직접 가서 물어 봤데.
‘너, 집에 가야 되지 않겠어?’
‘네. 그런데... 머리가 아파서 갈 수가 없어요.’
‘그래도 집에 가야하지 않겠어?’
그 말을 하자 그 학생이 천천히 일어나서 집을 가려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이상하더래.
그래서 문 앞에서 택시비라도 챙겨 주려고 따라 가서 불렀는데...
다시보니 머리가 절반 정도 깨진 채로 피를 줄줄 흘리고 있는 체로 걸어가고 있었던 거야.
수위아저씨는 그대로 기절 했고...
알고 보니 그 전날에 사법고시 1차 합격발표였는데, 떨어 진 것을 비관한
나머지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 내린 거지. 머리부터 떨어지면 어떻게 되겠어...
불쌍하게도 만날 공부하던 습관을 버리지 못해서 자기가 죽은 지도 모르고
도서관에 온 거 아닐까?
그 수위아저씨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아이의 모습이였지.
잠시 정적이 흘렀지만... 그것을 깨듯이 다운이가 말하기 시작했다.
“풋... 그런데... 형님, 그 정도야 흔하디흔한 괴담 아닌가요??”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어차피 학교 내에 별 웃기지도 않는 괴담들이 판치는 데 그 중에 하나를
선배가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 사건과 지금 나타나는 귀신이 동일 인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내가 본 정체 모를 그녀는 외관상으로는 너무나도 깨끗했기 때문이다.
500원 짜리 공포특급에나 나오는 스토리가 당시 사법고시 풍토에 맞추어서
약간 변형된 거겠지.
그 선배는 그 이후로도 계속 귀신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뭐 남자 6명이니 무서울 건 없었지만... 100가지를 채울 모양인지 별 내용을
다 말하고 있었다. 가장 흔한 무덤자리부터 시작해서, 예전 학생운동 할
당시의 여자귀신 이라든지, 남자에게 버림받고 죽은 여자귀신이라든지 등등은...
아... 그 정도면 나도 하겠다. 난 실제로 본 것만 해도 천개는 넘게 할 수 있겠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선배의 말투도 점점 리얼리티하게 변해가더니...
나조차 믿어버릴 정도의 사실적인 이야기를 뱉어 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 말에 모두들 숨을 죽이고 그 내용을 듣고 있었는데, 너무나 사실 적이어서
실제 선배가 겪었나. 할 정도의 이야기들...
이 선배가 갑자기 왜 이러지???
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문득 시계를 봤다.
12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그 때
-똑똑-
밖에서 누군가가 문을 약하게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으악~”
너무나도 절묘한 타이밍에 나는 깜짝 놀라 창피한 것도 잊어버린 체 비명을
질러 버렸다.
“야! 누구야!”
총학생회 부회장이 소리 쳤다.
하지만 문 바깥쪽에서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남자들만 있었지만... 방금 전의 공포이야기와 밖에 내리는 비로 인한 분위기
때문에 문을 열어볼 엄두조차도 나지 않았다.
꿀꺽...
남자들의 침 삼키는 소리만 동아리방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아오 빡쳐... 남자인 내가... 명색이 귀신도사라고 자부하는 내가 이런 것을
무서워하다니...
그렇지만 아까 창피하게 소리지는 것, 선배라는 명목도 있어서 아까의 실수를
만회하게 위해 그리고 이 동아리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가리! 라는
얼토당토 없는 용기로 밖을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 몽둥이 줘봐!”
“형이 가시게요?? 여기요.”
내 오른팔 격인 다운이는 재빨리 나에게 몽둥이를 챙겨서 줬다.
아... 이색끼는 자기가 갈게요. 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구나. 장한 녀석, ㅎㅎ;
무서운 마음보다는 어이없는 마음이 갑자기 더 커졌지만... 어차피 손안에
든 몽둥이... 남자가 몽둥이를 들었으면 수박이라도 깨야하는 법이라는 말을
들은 것 같다.
나는 한 손에는 몽둥이를 든 체 문으로 천천히 향했다.
“저기... 누구세요?”
내가 말했지만, 왜 이리 소심하게 말했는지 모르겠다.
문 밖에서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에잇! 나는 강한 용기로 문을 벌컥 열었다.
문 앞에 귀신이 칼을 들고 서 있을 줄 알았는데... 문 밖에는 정적만이 맴돌았다.
등줄기에서 땀 비슷한 것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문 밖에 아무도 없다? 진짜 귀신이 문 두드리고 간 건가?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자신의 존재를 대 놓고 드러낸 단 말인가?
그 때!
옆에서 무언가가 나를 덮치는 게 느껴졌다.
늦었다!
몽둥이를 휘두르려고 했지만 힘이 없었다.
아, 이대로 당하는 건가?
“에비! 오빠! ㅋㅋㅋ”
으악! @#%#$%#$%@#$%#$%#$
나는 온 몸에 힘이 풀리는 게 느껴지며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간신히 나를 덮친 것을 바라보았다.
열 받아 죽겠네.
나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은 서현 이였다.
이제까지 남자 6명을 모두 숨 죽이게 한 건 내 앞에 해 맑게 웃으면서 서있는
작고 귀여운 내 후배 였던 것이다.
“히히히, 깜짝 놀랐죠? 와... 완전 대박이야. 오빠 주저앉았어.”
나는 어이없어 말조차 이을 수 없었다.
아무리 상대방이 여자였지만, 다운이 포함 그녀를 아는 사람들,, 그리고 그녀를
몰랐던 다른 사람들도 동아리방 문 앞에 서 있는 그녀에게 육두문자를 날리기 시작했다.
“아우~ 너 진짜~~ 죽을래? 깜짝 놀랐잖아.”
그렇지만 서현이는 사람들이 욕을 하든 말든 상관없이 쓰러져 있는 내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고는 한손에는 가득 담아져 있는 비닐봉지를 들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너무 심심해서... 내일 수업도 없기도 하고... 여기에서 술 마신다는 소리를
듣고 얼른 안주랑 술 사가지고 달려왔어요. 나 예쁘죠?”
‘그래 예쁘다! 이 망할 #$%^#%#$’
입가에서 욕이 맴도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하나의 해프닝이 끝나고...
6명과 여자 1명이 낀 상태에서 다시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원래 목적은 귀신 퇴치 였지만, 새로운 뉴페이스 게다가 여자애도 끼고 술도
어느 정도 마시자 분위기가 업 되어서 서로간의 이야기 타임으로 의미가
변질되어 버렸다.
“ㅎㅎㅎ 오빠!! ㅋㅋ 저기 누구세요. 래. 엄청 웃겼어요. 완전 소심한 말투.”
아까 나의 무용담이 안주거리로 계속되고 있었다.
“야! 넌 나가지도 않았으면서 뒤에서 쳐 웃고 있냐?.”
여자애한테 사나이가 욕을 할 수는 없고... 옆에서 웃고 있는 다운이에게 소리쳤다.
“뭐... 형 뒤에서 기운을 불어 넣고 있었어요.”
“그 기운이 내 호랑이 기운 만들어 줬구나, 아까부터 힘이 넘치더라. 일단 쳐 맞자.”
“아놔... 왜 그래요.”
그렇게 놀고 있었는데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모두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데, 아까 이야기를 주도하던 그 말 많던 선배가
조용해 진 게 느껴졌다.
원래 여자 앞에서는 말도 못하는 쑥맥이였나? 그렇게 생각되지 않았는데...
게다가 얼굴 표정마저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형님... 왜 그러세요. 술 많이 마셨어요?”
“으응... 잘 모르겠네. 좀 답답해서... 나 화장실에 좀 갔다 올게.”
“형님 혼자서 안 무섭겠어요?”
난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어서 선배를 붙잡았지만, 선배는 아무 걱정 마라는듯
듯 손사래를 치면서 밖으로 나갔다.
“오빠... 선배 술 많이 마신 것 같은데... 따라 가야 하지 않겠어요?”
옆에서 서현이가 내 팔을 툭툭 치면서 말했다.
어휴... 아까 그 것도 간신히 했는데... 이번에는 술 취한 사람 뒷바라지 까지 하다니...
그래도, 난 착하니깐 열심히 해야겠지? 다운이나 다른 사람들을 보니 딴청을
피우고 있는 건지 다른 쪽을 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난 착하니깐, 이라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 인 후 선배 뒤를 따라 나갔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 암흑. 난 근처에 있는 스위치를 찾아서 전등을 켜려고
했지만... 전등을 켜지지 않았다.
아무리 오래 되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부실하다니 너무 한 거 아냐?
나는 혼잣말로 궁시렁 거리면서 어둠속의 복도를 걸어갔다.
귀신은 무섭지 않지만...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갑자기 튀어나오는 그런 것 들이였다.
일반적으로 스르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그것들이지만...
가끔씩은 갑자기 튀어나올 수도 있다.
예전에 형이 나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귀신은 말이지... 단순히 사람을 놀리기 위해... 아니면 살의를 가지고
죽이기 위해 갑작스럽게 접근하여 목덜미를 잡아챈다고... 어느 거든 목숨에는
굉장히 위험하다고...
중요한 건... 진짜 귀신이 여기에 있다는 것... 그것도 증오를 품고 있는 귀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는 말라 버린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자 아직 아픈 내 목의 통증이 느껴졌다.
나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형님! 형님!”
난 큰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빈공간의 메아리 뿐 이였다.
그리고 내 눈으로 비쳐지는 수많은 눈들... 내 착각인가?
다시 눈을 똥그랗게 뜨자 정확히 보였다.
저 편에서 수많은 눈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뻔히 보이는 데 어떻게 들어가겠는가? 그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냥 한번 부르고 가려는 순간에...
내 뒤에서 무언가가 내 귓가에 속삭이는 말투가 들려왔다.
‘가장 안쪽으로 가봐.’
난 깜짝 놀라 좌우를 둘러보았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환청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나에게 실제로 말한 것인가?
요염하다 못해 소름끼치는 여자의 말투.
화장실로 들어가면 무슨 일이 일어난 다는 게 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온몸에 닭살이 돋아 버리는 게 느껴졌다.
내 온 몸이 거부한다, 여기에 들어가면 큰일 난다고...
하지만 그 선배는?
이라는 생각이 들자 내 무서움이 약간 사라지는 듯 했다.
그래도 구하러 가야한다.
그렇지만 뒤로 돌아가서 사람들을 불러오면... 괜찮지 않을까?
나는 한 발자국 뒷걸음을 쳤다.
내가 무서운 마음에 사람들 불러오려고 뒤로 가는 순간...
아까 그 목소리의 주인에게 선배가 화를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들자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화장실 안으로 한 발자국씩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공간, 누가 튀어나와도 모를 공간, 그리고 불은 나가버려 어둠에
의지하여 갈 수 밖에 없는 그런 공간,
저기 구석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그 눈...
나는 가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마지막 화장실은 문이 닫혀 있는 상태였다.
무엇을 볼지는 모른다. 이제까지 봐 왔던 악령이나, 시체 모습보다 더 심한
것을 볼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불연 듯 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내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까 나에게 귓속말을 했다면... 내가 여기를 열기 전에는
화장실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미 소굴로 들어왔고... 그 들의 장난을
내가 뚫고 가지 않는 이상 여기서 벗어 나지 못한 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당하든 어떻든 선배를 챙기는 게 급선무였다. 그 이후의 일은 구하고 생각해야 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문고리를 잡고 밀었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암흑 이였다.
속았다! 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꽉 찼다.
그 순간 무언가가 내 등을 강한 힘으로 미는 것이 느껴졌고, 나는 강제적으로
그 좁은 공간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쾅!-
문이 닫혔다.
나는 패닉상태에 빠져 미친듯 그 문을 온몸으로 당겼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방에 갇혀 버린 것이다.
이럴 경우 100% 나를 가지고 놀려는 게 확실했다.
일단 빠져나가야 겠다는 생각으로 문은 닫혀 있었지만 문 위쪽은 트여
있어서 약간 힘만 있다면 넘어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그 부분을 잡는 순간 왠 손이 나를 잡을 뻔 만 같았다.
난 윗부분을 잡았다. 의외로 순순히 아무런 터치조차 없었다.
그대로 힘을 주어 올라갔다. 넘어가려고 밑을 보는 순간...
나는 힘이 빠진 체 다시 화장실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문 건너편에 내 눈에 보였던 것은...
아까 머리가 깨져있던 여학생을 포함하여... 선배가 아까 말했던 귀신이야기의
대상들... 즉 한이 서린 귀신들이 화장실내에 꽉 차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한 가운데에는, 어제 봤던 그 귀신이 살며시 미소 지으며 서 있었다.
그리고 내가 뛰어 올라서 눈이 마주치자 모두 미친 듯이 잡아채려는 듯
내 쪽을 향해서 손을 뻗고 있었다.
'낄낄낄낄낄'
그 손을 잡으면... 난 그 쪽으로 영원히 빨려 들어 갈 것만 같았다.
난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리고 귀를 꽉 막아버렸다.
‘이리와~ 이리와~’ 라는 말이 귓가에서 계속 맴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옆 칸에서 얼굴을 내밀며 비웃음을 머금은 체 보고 있는 시선은
내 눈마저 감게 만들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 쾅... 쾅... 쾅... -
이제 밖에서 귀신들이 내가 있는 곳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난 그 들이 문을 열지 못하도록 등으로 문을 막았다.
공포심으로 그 힘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두 귀를 손으로 막은 체
정신없이 막기만 한 기억이 난다.
그 순간... 막고 있는 귀를 뚫고 내가 아는 음성이 스며들어오기 시작했다.
“오빠! 저 서현이에요! 거기 있어요?”
뭐?
그 소리에 두 귀에서 손을 때었다.
아까처럼 누군가가 비웃는 소리는 이미 없어져 있었고, 내 뒤에서 문을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지금 거기 있는 거 맞아요? 한참을 찾았는데... 맞죠?”
그녀의 목소리가 확실했다. 나는 구원자라도 만난 것 같은 느낌이였다.
너무나도 기뻐서 잠겨 있던 문을 열었다. 아까 아무리 힘을 써도 열리지
않던 그 문이 이제는 쉽게 열렸다.
눈앞에 천사가 있었다. 그녀가 나를 향해서 뻗는 작은 손이 부처님의
큰 손 마냥 느껴졌다. 나는 공포심에 울음 범벅이 된 체 였지만... 그녀는
그런 나를 보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 손을 잡은 체 화장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아까 있던 방으로는 가지 않고 계단으로 내려가 입구 쪽으로 향했다.
그 와중에 뛰어오다가 어디에 긁혔는지... 바지가 찢어지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문 밖으로 나오자 아까 그렇게 많이 왔던 비가 그치고 구름 사이에 달빛이 세어
나오고 있었다.
“야! 형님은... 형님을 찾아야지.”
난 그녀를 손을 뿌리 친 체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 입구는 악마의
입처럼 나를 받아드릴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익숙한 나 조차 이 정도 공포를
느낄 정도라면 일반 사람은 미쳐 버릴 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 때 뿌리치던 나의 손을 그녀가 다시 잡으면서 말했다.
“그 오빠. 진작 와서 방에서 자고 있어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살았다는 안도감과 다행이라는
안도감으로 온 몸에 힘이 쭉 빠져 버렸다.
그리고 내 주저앉은 모습을 생각하며 오늘 만 몇 번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
줬는지... 그녀가 날 변변치 않은 놈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그 와중에도
그런 생각이 났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왜 혼자 왔어.”
“그게 말이죠...”
그녀는 내가 자리를 비운 후의 이야기를 설명했다.
내가 형님을 찾으러 밖으로 나간 후 몇 분후에 나를 제외하고 그 형님이
돌아왔다고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나 만났냐는 말도 무시한 체 ‘나 잔다.’ 라는 말을 마치고
쇼파에서 자기 시작해서, 아무리 깨워도 응답이 없고, 한참이 되어도 안 돌아와서,
너무 걱정되는 마음에 다른 사람과 같이 나를 찾아보자고 물어 봤지만,
이상한 것에 홀린 듯이 자기들끼리만 이야기하고 마침내는 그 자리에 쓰러져서
자 버렸으며, 자기는 너무 걱정된 나머지 무서웠지만 밖으로 나와 나를 찾으러
나왔고 남자화장실 앞에 들어섰을 때 신음소리가 들려서 그 쪽으로 들어 왔다고 했다.
너무나 고마운 마음과 걱정 시킨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 그리고 짜증나고 도움
안 되는 것들 때문에 죽을 뻔 했다고 생각하니 울화통이 터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조금씩 날이 밝아 오는 것이 느껴졌다.
시간이 얼마 안 된 줄 알았는데, 시계를 보니 벌써 5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되게 웃긴 하루였죠? 아마 오늘 있었던 일 말하면 사람들 다 웃을 꺼에요.”
그녀는 짓궂게 웃으면서 말했다.
사실이었다. 오늘 바닥에 몇 번을 주저앉아 버린 지 모른다.
게다가 눈물까지 보였으니...
다시는 어디가서 그녀에게 남자다운 척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세 번이나 주저앉았잖아요. 진짜... ㅎㅎㅎ ”
그래... 처음에 너 만났을 때 한번... 화장실에서 두 번... 입구 앞에서 세 번...
뭔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세 번??? 세 번???
“아뇨~ 잘못 말했네요. 두 번 이죠. 헤헤... 제가 착각했네요. 그런데 있잖아요.
오빠는 참 좋은 사람 같아요. 내가 도움 받은 게 훨씬 많죠. 오빠는 잘 모르겠지만...”
왠 갑자기 이 타이밍에 뜬금없는 칭찬인지... 조금 의문스러웠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칭찬이라서 약간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오늘 이런 소동 때문에 하는 말인데... 오빠는 귀신을 어떻게 생각해요?”
“응????”
아까 말보다 뜬금없기는 했다. 난 죽을 뻔한 것을 간신히 뛰쳐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어..
라는 말이 목구멍에서 나오려고 했지만, 그 보다 더 앞선 생각이 있었다.
난 그 때 그녀의 말을 굉장히 진지하게 대답 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에게 귀신에 대해서 말하기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나였지만... 그녀라면
말해도 이해해 줄 것 같았다.
“모르겠어... 이런 말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믿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난 예전부터 몇 번 봐 왔어. 뭐... 그렇게 많이 본 거는 아니지만... 그렇지만
그 때마다 느낀 건 언제나 마음속으로는 울고 있었다는 거야. 현실에 힘들어서...
미래에 힘들어서... 과거에 힘들어서... 자신의 목숨을 버린 사람들... 버려진
사람들... 정말 안타까웠어. 만약 그 사람들이 계속 살고 있었으면, 살 수 있게 되면...”
난 말을 잊지 못했다.
갑자기 이런 슬픔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오늘 따라 귀신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몰라도, 너무나 감성적이 되 버린 걸까?
또 다시 내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내 손을 잡으며, 그녀가 웃으면서 말했다.
“알고 있어요. 고마워요. 당신은 이렇게 날 신경 써 준거 한 두 번이 아닌 거 알고 있어요. 그냥 이렇게 기회 될 때 정말로 말하고 싶었어요.”
어????
난 이 때까지도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이해 할 수 가 없었다.
“그럼... 이제 더 이상 보지 말아요. 눈 뜨면... 다 잊어버리는 거에요.”
“형! 일어나요. 벌써 아침이에요.”
어어어어???
눈을 떠 보니 내 눈에는 다운이와 나를 깨우고 있었고 같이 있었던 4명의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야... 서현이는...”
“서현이가 여기 왜 있어요. 일어나자마자 서현이를 찾아요. 꿈꿨어요?”
주위를 둘러보니 남자 5명만 있지. 서현이는 보이지 않았다.
“먼저 집에 간거야?”
“아... 아직 잠에서 안 깨셨나... 어제 그냥 우리끼리 동방에서 술 마시다가
피곤하다고 형 먼저 잤잖아요.”
“어???? 뭐!!!!”
난 잠이 확 깨는 것이 느껴졌다. 그 모든 게... 꿈이었다니... 말도 안 돼.
그렇게 생생했는데... 난 핸드폰을 들어 서현이에게 전화 했다.
“어... 오빠. 잘 잤어요?”
“너 어제 저녁에 학교 왔어 안 왔어?”
“어?? 무슨 말이에요??”
“그러니깐... 왔냐고 안 왔냐구...”
“저 방금까지 집에서 자고 있었어요. 오빠 전화 받고 깼어요.”
그 전화 통화로 인하여 나는 꿈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바보 취급당했고...
다운이는 내가 서현이를 좋아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했으며, 또한 약점을
잡은 듯이 거만해졌지만... 분노를 실어서 패 준 결과 아무 일 없는 듯이 돌아갔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귀신은 없는 것으로 잠정적으로 결론 내려졌다.
내가 아무리 천도제든 뭐든지 하자고 건의 했지만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총학생회장에게는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였다.
귀신은 없다나... 뭐라나...
며칠 후에, 내가 바보가 되어 버린 것이 어느 정도 정리 되었을 때 그
동아리연합회장 8년째 학교 다니고 있는 형님이 나를 조용히 불렀다.
“야... 사실은 말이지...”
그 이후부터 나왔던 내용은 솔직히 믿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나와 다운이가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면서 싸울 때 최종적으로 현실은
서현이가 오기 전이였다. 그러니깐 형님이 귀신이야기를 할 때는 두 명
다 사실로 생각하고 나머지 인원들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막상 형님은
그 때부터 기억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 내용은 알지도 들어 본적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거
이야기하면 한꺼번에 바보로 묶일 까봐 형님 체면에 조용히 하고 있었다고
심심한 위로의 말을 나에게 전했다.
단 하나 확실한 건, 거기에 있는 모든 사람다 어떻게 잠을 잤는지 가장 처음이
기억이 안난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술 때문이라고 우야무야 넘어갔지만...
도대체, 어디가 꿈이고 어디가 사실인 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
다만... 내 바지가 찢어져 있었다는 것은...
오늘, 내 사비를 써서라도 그 화장실 앞에서 간단한 기도라도 드려야 겠다.
건물을 바라보니, 예전에 느꼈던 위화감은 거의 사라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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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3년 전에... 나는 죽었어.
이유는 기억이 나지 않아.. 그 때 공포가 너무 커서 그런지 몰라도...
어떻게 죽은 지 기억이 나지 않아.
다만... 아무도 날 못 알아본다는 것...
집에 있는 엄마도... 아빠도... 그냥 울기 만 했어.
그리고 며칠을 부모님 옆에 있었는데 이제는 검은 옷 입은 사람들이 온 거야.
저승사자라고 생각했어. 난 미친 듯이 도망갔지.
나는 아직 어리고... 더 살고 싶었어.
한참을 도망쳤는데... 왠 언니가 나에게 손짓했어.
그 언니를 따라가면 그리고 그곳에 있으면 안전하다고 그랬어.
그렇게 도착한 곳은 도서관 이였지.
다행이 저승사자들도 여기에는 오지 못했어. 밖에서 그냥 서성이고만 있었어.
그게 제 첫 기억이야.
처음에는 사람들이 굉장히 무서웠지만... 나중에는 정말 좋아졌어. 나와
같은 슬픔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알았어.
그렇지만 가끔씩 엄마가 보고 싶어서 한참을 울 때가 있었는데...
그 날도 입구 앞에 앉아서 엄마 있는 쪽을 바라보며 울고 있을 때 였어.
그 때 왠 남자애가 내 앞에 자기가 먹으려고 하던 커피를 놔두고 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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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쓰레기를 왜 바닥에 버리냐?”
“모르면 가만히 있어 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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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눈이 마주치지는 않았지만... 그 마음이 느껴졌어.
힘내라는 그 마음.
그 후로도 몇 번씩 과자나 음식을 놔두고 갔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달라는 말까지 하면서...
처음에는 너무나도 신기해서 옆에 졸졸 따라다녔는데... 강력한 뭔가가
있는지 나를 보고도 꿈쩍을 안하는 거야. 꿈으로도 들어갈 수가 없었어.
그런데 어느 순간 안 보였지.
사람들 말 들어보니깐 군대에 갔다고 했어.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어.
내 기억도 점점 사라지고, 이제 사람을 괴롭히고 가지고 노는 데만 목적을
가지고 살았는지 몰라.
그럴 때 다시 본거야. 그 남자애를...
그런데, 조금 이상했던 게 옛날과는 조금 틀려진 것 같았어.
나를 잘 못 보지 못했어. 강력한 기운도 다 없어져 버린 것 같았어.
게다가 그렇게 힘이 빠져 버린 것을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챈 거야.
어차피 저승사자를 막았던 결계... 즉 우리의 영혼을 담을 수 있었던 오래된
책도 다 옮겨져 버렸고, 그래서 사람들이 무서운 생각을 하게 된거야.
마지막으로 축제 한번 하고 가자고...
사람들이 원래는 좋은 사람이지만 지금은 없어진다는 마음 때문에 다 이상하게
변해가고 있었어.
내일 너희 들이 여기 있을 때 한다고 했어.
내가 널 지켜줘야 해. 원래 나는 여기 있어야 하는 사람도 아니야.
네가 나에게 주었던 커피와 과자, 그리고 마음... 은혜를 갚아야 하니깐...
잘 어울리더라... 너희 둘...
그 옆이 나였으면 좋았을 텐데...
개인적으로 막 귀신사진같은거 중간에 섞어서 올려서 스토리도없이 겁만주는글보다는 스토리탄탄한 글을좋아합니다^^
(소설보다는 실화잼 ^_^)bamnol.com <--여기 공포글 많이모여있던데 들려서 보실분들은 보세용 ~~ 제가주로 퍼오는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