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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723815
    작성자 : Dementist
    추천 : 41
    조회수 : 6976
    IP : 123.228.***.210
    댓글 : 6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8/02 23:49:15
    원글작성시간 : 2013/08/02 18:27:32
    http://todayhumor.com/?humorbest_723815 모바일
    엘리베이터 살인마
    쿠당탕...쿵쾅...

    "나 몰래 어떤 년을 만나고 다니는거야! 이 개같은 놈아!"
    "진짜 아무사이도 아니라니까! 그냥 거래처 사람이야!"
    "당신은 거래처 여자랑 하룻밤을 자고와? 향수냄새 다 나는데 어디서 발뺌이야!"
    "아 진짜 씨x 그만해!"

    또 싸우는 소리가 난다...13층 1308호에 살고있는 한 부부인데 요즘들어서 싸우는 소리가 점점 심해져간다. 항상 엘리베이터가 13층을 지나갈때마다 들리는 욕설, 그릇깨지는 소리...언제부턴지 모르겠다.
    그 소리는 아무런 느낌없이 나에게 들려오기 시작하다가 언제부턴가는 그 소리에 익숙해지게되었다. 항상 밤늦게까지 일하고 오는터라, 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13층을 지나갈때마다 항상 그 소리를 듣게 되었고, 어떤날에는 14층 1403호에 살고있는 내 집 안에서도 가끔씩 들려오곤 했다.

    뭐 이 집만 그런것도 아니고, 우리아파트 특성때문에 부부싸움하는 소리가 자주 들려온다.
    참고로 우리집은 영세민들이 많이 사는 주공아파트다.
    남편이 여자랑 바람난것 이외에도, 카드빚때문에 또는 도박중독증때문에..이제는 남들이 싸우는 소리에 익숙하다. 가끔씩이지만, 부부싸움하는걸 듣고 침대위에 누워서 혼자 키득키득거리기도 했다.

    그 날도 야근을 했다. 이제는 매일같이 찾아오는 야근...야근... 야근을 하고나면 4시간밖에 못자기때문에 요즘들어 항상 피로에 젖어산다. 빨리 집에가서 자야지...그 생각만 머리속에서 맴돈다.
    피곤에 젖은 채로, 나는 어김없이 엘리베이터에 들어가서 늘 그랬던 것처럼 14층 단추를 누른다.

    2층...3층...4층...5층......8층...9층...

    "응?"

    신 기하다. 그 부부가 싸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한달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다. 드디어 그 부부가 화해라도 한걸까? 아니면 그냥 이혼하고 따로살고 있을까? 늘 듣던 소리가 안나서 그런지 아파트는 무시무시하게도 조용하다. 그 와중에도 엘리베이터는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


    11층...12층...1..3...헉!

    나는 한순간 내 눈을 의심해봐야했다. 13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옥과 같은 풍경이 믿겨지지 않았기에...

    13층 엘리베이터 앞에서는 1308호 부부의 남편이 자신의 아내를 칼로 마구 찌르고있었다.
    수십번을 찔렀을까...그 남자는 자신의 아내의 피를 흥건하게 뒤집어썼음에도 아내를 계속해서 칼로 찌르고있었다.

    "침착하자...침착하자...아무것도 못본거다...제발...제발 보지마라..날 보지마.."

    난 내 안에 엄습해오는 공포감을 몰아내기위해 서투르게 외운 기도문을 계속해서 읊어야했다.
    정말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이 있다면 나를 이 지옥도의 한장면 같은곳에서 무사히 살려보내달라고 기도했을것이다.

    엘리베이터는 13층을 지나 14층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나는 그 남자와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
    눈이 뒤집혀질 정도로 미친다는게 저런것일까. 눈동자 없이 하얀눈에 붉은색 핏줄만 갸냘프게 보이는....

    시간이 없다. 그 남자는 나를 죽이기 위해 곧 14층에 올라올 것이다. 그런 생각때문에 엘리베이터가 13층에서 14층으로 올라가는 그 순간이 마치 수십년 처럼 느껴졌다.



    엘리베이터는 14층에서 멈춰 선 채, 천천히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문이 열리는 순간동안 기다릴 수 없었다. 나는 반쯤 열린 문사이로 황급이 빠져나와 미친듯이 1403호, 우리집으로 달려갔다.
    1403호 앞에서 열쇠를 찾는 나의 손은 미친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공포심보다 살고자 하는 본능이 앞섰기때문일까, 간신히 떨리는 내 손을 진정시키고 열쇠를 꺼내어 자물쇠를 열려는 순간이었다.
    '이것만 돌리면 된다...제발 빨리...빨리...'

    탕탕탕탕탕탕탕탕!!!!!!!!!!!!!!

    멀지 않은곳에서 계단을 박차고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내몸은 미친듯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내 몸안의 모든신경이 열쇠를 돌리는 것에 집중하는 것 같았다. 서둘러 열쇠를 돌리고 문을 열었다.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져왔다. 황급한 마음에 고개를 돌려보니 5미터도 안되는 곳에 그 남자가 보였다.
    아내의 피를 뒤집어 쓴채, 눈이 뒤집힌채로. 게다가 한 손에는 피묻은 칼을 들고 내게로 달려오는 그 남자가....

    나는 미친듯이 집안에 들어가 문을 닫은뒤 자물쇠를 돌렸다.

    '철컥!'하고 자물쇠가 잠기는 소리와 함께 미친듯이 문고리를 돌리는 소리, 그리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만 계속해서 들렸다.

    "문열어! 문열어! x발놈아!!!!!!!!"

    문밖에서는 그 남자가 내 집 문을 두들기며 문을 열어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무슨 호기심이었을까...나는 문구멍너머로 그 남자를 보고싶어졌다.

    떨리는 마음으로 문구멍에 눈을 갔다댔다.

    그 남자는 소리치며 계속해서 내 집문을 칼로찌르고 있었다. 아까와같이 눈이 뒤집힌채로.

    아파트 문이 한 남성의 힘에 의해 부숴질리는 없겠지만, 그 순간에는 정말로 그 남자가 아파트 문을 부수고 들어와 나를 칼로찔러 죽여버릴것이라는 느낌이 내 몸을 엄습해왔다.

    '경찰!!!!! 경찰!!!!!'

    내 머릿속에서는 정신없이 경찰만을 부르짓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수화기를 들어 1.1.2 번호를 힘차게 또박또박 눌렀다. 혹시나 잘못눌러 다른곳으로 통화가 될까봐....

    "네 xx동 파출소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건장한 남성의 목소리...그 남자의 말 한마디에 내 모든 목숨이 달린듯이 나는 미친듯이 소리쳤다.

    "살인자!! 살인자가!!! 살인자가!! 여자를 죽이고!!"

    "진정하시고, 거기가 어딘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xx동 xx아파트 1408호! xx아파트 1408호! 살려주세요! 제발!!! 살인자가 나를 죽이려해요!! 씨이발!! 살인자라고!! 제발 나좀 살려달라고!! 나 죽인다니까!"

    그 후 단말마의 비명을 지른채 나는 수화기를 잡고 기절했다.

    다음날, 나는 경비아저씨에게 경찰들이 우루루 아파트로 들이닥치더니 피투성이의 1308호 남자를 데리고 가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13층에서 내가 볼 수 있었던 것은 정신없이 쳐진 폴리스라인과 1308호 여자의 시체가 누워있었던 것을 표시해주는 분필그림, 그리고 분필그림 주변에 흩뿌려져있는 핏자국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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