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기대한만큼 재밌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네요.
영화의 구성이나 긴장감, 그리고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라는 영화를 통해서 표현하고자 했던 것들은 훌륭하고 충실했다고 말하겠습니다.
그리고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영상미 역시 영화를 보는데에 큰 즐거움이 되었고요.
잔인한 부분들은 봉준호 감독 스타일로 적절히 여백으로 표현한 것 역시 마음에 듭니다.
총점을 주자면 별점 5점 만점에 3.5 정도.
단점이라면 너무 무겁다- 랄까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을 비교하자면-
인셉션은 너무도 치밀하고 마지막의 결말의 진실을 돌출하려는 많은 관객들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의 치열할 정도로 두뇌 싸움을 하게 만들죠.
저도 인셉션을 극장에서만 세번 본거 같아요.
하지만 그러한 반면 아주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영화 자체의 볼거리로도 라이트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볼거리가 풍부하거든요.
그러한 부분에서 설국열차는 재미없다라는 평을 피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커다란 비극 사이에 희극이 삽입되어 있기는 하지만 설국열차라는 영화는 너무 무겁습니다.
뭐-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숨겨진 메세지들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면서 영화의 위상을 높히는 것도 좋습니다만-
대중적인 면에서 보다 많은 관객들에게 공감을 끌어내려면 가벼운 재미가 더해졌으면 더욱 좋았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아요.
예를 들자면 주말에 집에서 파자마 입고 맥주에 땅콩 먹으면서 빌려온 DVD를 볼 때
'설국열차'보다는 '레드 더 레전드' 같은 영화를 볼껍니다.
- 뭐, 적어도 저는 그럴꺼 같군요.
별거 아닌 리뷰가 별점 3.5점보다 더한 혹평같군요.
이제부터 영화에 대한 자질구레한 수다를 떨어봅시다.
영화의 구성이 조금 독특하다고 느낍니다.
영화의 몰입되는 부분으로 구성을 나누자면 개인적으로는 '기-승-전-결'에서
액션적 절정은 '승'에 있고 스토리적 절정은 '결'에 있는거 같아요.
'전' 부분의 임팩트가 조금 약하달까요?
소외 계층 하류 계층- 어떤 말을 써도 상관은 없겠죠.
꼬릿칸의 승객들은 앞칸 사람들에게 철저히 규제받으며 구속된 생활을 합니다.
17년간 쌓아온 분노가 표출되며 반란을 일으키죠.
그리고 꼬릿칸 승객과 앞칸 전투병 요원과의 싸움- 가장 임팩트가 있는 도끼 액션씬 - 저는 이쯤이 '승'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여기까지는 말그대로 반란계층의 분노와 진격에 영화 촛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를 뚫고 물칸을 점령한 이후 '앞칸'으로 진격하면서 이야기는 새로워집니다.
꼬릿칸에서는 만날 수 없는 별천지. 거기다가 앞칸의 승객들은 반란을 일으킨 꼬릿칸 승객에게 무덤덤하게 반응합니다.
바로 앞에서 있었던 치열한 전투가 의아할 정도죠.
그리고 이때부터 설국열차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풀기 시작합니다.
조그마한 세계를 운영하기 위한 '통제'
- 그리고 또 '세뇌'에 대한 표현도 많이 보여지지만
세뇌에 대한 부분은 커티스와 남궁민수가 원하는 것에서 갈리기 때문에 조금 뒤로 미뤄두겠습니다.
치열한 전투 속에서 새해 축하 인사를 하는 이질감은 어린 아이를 가르치는 교실칸에서 그 정점에 달합니다.
윌포드를 광적으로 숭배하고 그 이외는 배척하는 것이 당연하게 교육되는 분위기는 아주 놀랍죠.
결말을 향해 가봅시다.
동료들이 모두 희생되고 커티스는 결국 마지막 엔진칸 문앞에 다다릅니다.
그리고 이 곳에서 남궁민수와 의견이 갈리죠.
남궁민수의 말은 잠시 미뤄두고 남궁민수와 커티스가 드잡이를 하는 사이
엔진칸이 문은 저절로 열리고 커티스는 월포드에게 정식으로 초대를 받습니다.
그리고 테이블에서 스테이크를 썰면서 모든 진실을 풀어놓는 월포드.
커티스는 여기서 자신이 바라고 추구했던 것이 뭣이 옳고 뭣이 그른지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적 타격을 입죠.
'통제'를 거슬러 성공한 반란 - 즉 '혁명' - 을 일궈냈지만 그 역시 '통제' 안에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자신의 행동으로 꼬릿칸 승객들이 더욱 많이 희생되게 된 것이죠.
길리엄과의 만남으로 사람이 사람을 먹는 아비규환 속에서 눈을 떠 이제 사람답게 살 수 있길 바랬는데
결국 커티스는 주변을 희생만 시켰을 뿐 '통제'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반면-
남궁민수는 엔진칸 앞에서 커티스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열차의 칸과 칸 사이의 문이 아니라 바로 이문. 도대체 열린적이 없어서 이제는 벽같이 느껴지지만 이것도 문이라고.'
'조금씩이지만 얼음이 줄어들고 있는거야, 밖에 나가서 살 수 있다면?'
남궁민수는 커티스와 다른 목적으로 여기까지 진격을 해왔던 것이죠.
커티스가 '통제'에 대항을 한 것이라면 남궁민수는 '세뇌'에 대항해왔습니다.
'이제는 벽같이 느껴지는 문'이라는 것은 바로 17년 동안 계속되어온 세뇌입니다.
꼬릿칸에서 앞으로 끌려가 '단백질 블럭'을 만드는, 아내를 놓고 왔지만 말끔한 모습으로 바이올린을 켜는,
그리고 멈추는 엔진을 고치기 위해 자기 스스로 알아서 정비하러 들어가는-
열차라는 세계를 벗어나면 죽는다는 것에 모두가 세뇌가 되어있었죠.
남궁민수는 그 '벽같이 느껴지는 문'을 폭파시킴으로 '세뇌'에 대항합니다.
통제와 세뇌-
그리고 그에 대한 인간이 가진 자유의지.
뭐- 제가 원체 식견이 짧은지라 제가 설국열차에서 본 이야기는 이러합니다.
마지막 유나와 토미, 그리고 북극곰이 말하는 의미는-
저는 아직 뭐라고 단정하긴 어렵네요-
많은 분들이 많은 열린 이야기를 하고 계시니 그 속에 답도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