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한 편 정도씩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이 지경까지 온 배경에 대해 써보고자 합니다. 부족한 글 많이 지적해 주시고 댓글로 의견도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고, 글을 쉽게 쓰려고 노력하겠습니다.
모든 사회에는 계급적 구조가 존재합니다. 유럽의 중세에는 기사와 왕족, 교회가 지배 계급이었고, 한국의 조선시대에는 양반이 지배 계급이었습니다. 오늘날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지만, 자본주의 시대에 있어 한 사람이 가진 재산과 권력은 비록 명확하게 구분되지는 않지만 지배구조의 요소입니다. 쉽게 말해 어떤 회사의 사장님과 그 회사의 노동자 사이에는 월급을 매개로 한 지배 관계가 있습니다.
어떤 사회이든지 시간이 지날수록 지배계층은 자신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갖은 수단을 씁니다. 지배계층으로 올라오는 사람들을 제한하고, 자신의 재산과 기득권을 후대에 물려주고자 노력합니다. 이렇게 생성된 사회 계급간의 불균형은 가진 자가 더 쉽게 재산을 불리고 이득을 취하게 하고, 못 가진자를 더욱 굶주리게 합니다. 당연히 피지배계층의 불만은 쌓여가고, 이러한 불만이 폭발하면 폭동, 민란 등이 일어납니다. 이러한 형태의 저항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지배 계층은 아무리 강력한 힘을 동원해 진압하더라도, 사회 구조의 불균형과 부조리가 해소되기 전까지 저항은 점점 거세어지기 마련입니다. 저항이 매우 큰 규모의 형태로 일어나고 그것이 성공해 사회의 지배층을 바꾸는 단계에까지 이르는 것이 바로 혁명입니다.
애석하게도 인간의 역사는 혁명을 통해 바로 이상적인 사회 구조를 이룬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왜냐면 혁명을 주동하여 지배구조를 무너뜨린 집단은 새로운 지배 집단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보통 혁명을 일으킬 때 그 혁명을 주동하는 세력은 기존의 지배 계층의 바로 아래에서 호시탐탐 지배 계급으로의 편입을 노렸지만 실패한 자들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하위 계급들을 선동하여 혁명의 불씨를 당기고 그 혁명을 이끌지만, 그들의 목표는 기존의 계급을 타파하고 나서 자신들을 위주로 한 새로운 지배 질서를 세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혁명을 통해 귀족을 무너뜨린 부르주아는 자본을 무기로 한 지배 질서를 기어이 만들고 말았습니다.
바람직한 사회 질서가 모두가 평등한 사회는 아닐 것입니다. 다만 노력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노력을 보상받을 수 있고, 모든 구성원들이 최소한의 인간된 권리를 보장받는다면 최소한 건강한 사회는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당신에게 이것들을 보장하고 있지만, 유시민씨께서 최근의 저서 '후불제 민주주의'에서 지적했듯이 대한민국 국민의 기본권은 모든 국민들의 열망에 따라 씌여졌다기보다는 선물처럼 주어진 것 같습니다. 일제로부터 해방 후 이렇다 할 노동자들도 없는 나라에서 노동 3권이 헌법에 명문화되었는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행복 추구권이 전두환 전 대통령 대에 헌법에 올랐다는 것이, 넙죽 받아먹을 수 있는 떡처럼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한 나라의 민주주의의 수준은 그 국민의 수준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데. 우리의 수준이 저만큼 올라가기 전에 헌법은 우리에게 너무 많은 것들을 주어버렸기 때문에, 우리는 그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 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대한민국에 있어 어느 계급입니까? 대한민국에 계급이 없다고 하면 그것은 거짓말입니다. 양반과 노비가 구분되지 않는다고 해서 계급이 없습니까? 자신의 주제를 알아야 합니다. 당신이 얼마나 못 누리고 살고 있는지 깨달아야 합니다. 당신이 마땅히 누려야 할 것들, 그것들을 얼마나 빼앗기고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당장 먹고 살기 급한데 그런 것까지 신경쓰면서 어떻게 사느냐고 묻기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 당신이 먹고 살기 급한 나머지 너무나 기본적인 당신의 인권조차 누리고 있지 못한지 깨달아야 합니다. 당신이 하루에 여덟 시간만 노동하고도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면, 일주일에 5일만 출근할 수 있고 주말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다면, 그리고 남는 시간을 당신 자신의 계발에 투자할 수 있다면 당신의 인생이 어떻게 바뀔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열심히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로부터 온당한 대우를 받고 있지 않다면 이 사회의 불균형에 대해 목소리를 내어야 합니다.
긴 글을 잘 써본 적이 없어서 이만큼만 쓰는 데도 한참이 걸립니다. 많은 지적 부탁드리고, 다음 회에는 당신의 목소리를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대한민국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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