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A3와 골프, 제타 등 미국에서 배출가스 장치를 조작한 사실이 발각된 독일 폭스바겐(VW)그룹의 차량이 국내에서는 규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정부는 이런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비난여론을 의식해 '처벌이 가능하다'고 밝혀 '면피성 부실 검사'라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3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환경부는 다음달 1일 오후3시 인천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에서 폭스바겐 주요 차량 모두를 대상으로 '인증시험 재검사'를 실시한다. 재검사 차량은 A3, 골프, 제타, 비틀 등 유로6 기준 4개 차종을 비롯해 2009년부터 국내서 판매된 유로5 기준 주요 차종도 포함된다.
환경부는 재검사에서 미국과 같은 배출가스 장치 조작 사실이 적발된다면 과징금(차종별 최대 10억원)을 부과하는 것은 물론 △인증취소 △판매중단 △리콜 등 행정처분도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환경부가 내세운 처벌 규정은 '임의설정'이다. 미국에서 문제된 것처럼 인증시험 등 특정 상황에서만 배출가스 장치가 작동하도록 '기만 장치(defeat device)'를 설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환경부 관계자는 최근 일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기환경보전법은 자동차 제작사의 '임의설정'을 분명히 금지하고 있다"며 "한·EU(유럽연합) FTA(자유무역협정) 등에서 국내법을 준수하도록 한만큼 조작 사실이 밝혀진다면 처벌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경부의 주장과 달리 문제가 된 폭스바겐 차량은 국내에서 '임의설정'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머니투데이 취재결과 확인됐다.
현재 확인된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장치 조작 방식은 엔진내 특수한 SW를 설치해 '질소산화물제거장치(LNT)'의 작동 여부를 조절하는 형태다. 바꿔 말하면 LNT가 부착되지 않은 차량은 조작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엉뚱한 차량을 조사한다는 머니투데이 단독보도에 대한 해명에서 밝혔듯이 국내에서 판매된 폭스바겐의 유로5 기준 차량(EA189엔진 적용)에는 원가절감 등의 이유로 LNT가 장착돼 있지 않다.
환경부가 조사에 앞서 국내 폭스바겐 차량이 문제가 없다는 것을 공개한 셈이다. 실제 환경부는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동차산업에 정통한 법조계 한 관계자는 "조작 프로그램이 설치됐어도 작동되지 않으면 '임의설정'으로 볼 수 없다"며 "환경부도 법률 자문과정에서 해당 규정으로 처벌이 어렵다는 사실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인증검사때 작동하지 않은 이상 조작 프로그램의 설치 유무만으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다시 확인했다.
유로6 기준 차량(EA288엔진 적용)의 경우 LNT가 장착됐지만 유로5와 반대로 조작 소프트웨어가 설치돼 있지 않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EA189엔진과 달리 EA288엔진에는 배출가스 장치 조작 SW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게 독일 본사의 거듭된 확인"이라고 설명했다.
남은 방법은 미국처럼 실주행측정(RED)때 인증시험보다 배출가스 배출량이 많은 것을 문제 삼아야 하는데 국내는 RED를 정식 도입하지 않은 상태여서 처벌이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당초 2017년 9월 이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현재 도입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시민단체인 환경정의 관계자는 "거짓 없는 조사로 국민안전을 지켜야 할 환경부가 오히려 의혹을 양산하고 있다"며 "제작사에 '면죄부'를 줄 우려가 있는 보여주기식 행정을 끝내고 보다 체계적이고 치밀한 대응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