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전 친구와 조그만 커피집을 차렸던 적이 있다. 학교에서 배운 경영학이 어디까지 먹힐지 직접 보고 싶었다. 가진 돈은 2천. 곱창집에서 저녁먹다 나온 아이디어 하나로 옆동네에 망해가는 핸드드립커피집을 싸게 인수했다. 그렇게 5개월간의 고생이 시작되었다.
할 말 많지만 넘어갈게요
이 부분을 굳이 퍼온 이유는 이 분의 글을 읽은 분들이 알아보게 하기 위해서니까요.
혹시 안 읽어보신 글이면 링크 가서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http://whyyoufail.tumblr.com/post/56244056970)
링크의 글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
"아무 준비 없이 아이디어 하나로 경영학이 어디까지 먹힐지 직접 보고 싶어서 준비도 없이 커피집을 인수해서 커피맛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로 시작해서 5개월동안 삽질했는데 장사가 안 돼서 커피집을 인수했던 가격보다 더 비싸게 팔고 나왔는데 그래도 실패인 것 같으니 님들 하지 마세요"
이런 내용인 것 같네요...?
써놓고 보니 참 더 화나네.
그런데요,
사실 이 분들이 실패한 이유가 무엇인지 저는 알아요
근본적인 이유를요.
그리고 그건,
스타벅스 때문도 간판 때문도 아니에요.
"우리 정말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실패했다. 생계로 하려면 하지마. 안돼." 라고 써놨잖아요 그렇죠...?
솔직히 화나요.
제가 누구인지 말씀드려볼게요.
어쩌면 기억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신경 안 쓰지만.
저는 이 분이 본문에 적은 내용에도 나온, "예전에 오던 단골들 중에서도 계속 찾아주던 사람들이 생겨났다." 의 예전 단골이에요.
원래 있던 커피집에 매일은 아니어도 제 기준으로는 자주 가던 단골이었고, 가면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이었어요.
원래 있던 커피집은, 애정을 가지고 커피를 하는, 들어오는 사람들을 사람으로 대해주던 멋있는 분이었거든요. 아시겠지만.
손님들이 정말로 스타벅스 프라푸치노 이벤트 그것 하나때문에 끊겼을까요?
제가 알기로는 가게를 인수한 분은 두 분이었어요. 당시 대학생이었고.
글을 쓴 분이 두 분 중에 어떤 분인지는 모르겠네요.
저는 제가 처음 이 분들이 인수한 가게에 들어갔을 때에, 앉아서 처음 나눴던 대화 정확히 기억하고 있거든요
인테리어도 가게이름도 바뀌지 않았는데,
안에 가보니 사람들이 다르더라구요.
주인이 바뀌었냐는 말에 이 분들이 한 대답은 이랬어요.
"맞다. 우리가 인수했다. 우린 대학생들이고 지금 가게 운영하는 건 경영학 연습이다.
사실 몇 달 안 할 생각이다"
...
"사실 우리는 커피 잘 모른다. 칵테일을 더 좋아한다."
저는 그 말을 듣고 굉장히 실망했고 서운했어요.
그러면서 뭐요? 글에는 이렇게 쓰셨네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소비하는 형태는 크게 2가지로 나뉘어진다. 커피 자체를 소비하거나, 공간을 소비하거나. 간혹 다른 소비점을 가진 고객도 있으나 대부분의 고객은 2가지 카테고리로 떨어진다. "
그래서 결론은 인수했던 가게가 위치도 안좋고 뭐 어떻고 해서 문제였다 이 얘기였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글 내용 보면 처음에는 손님이 생각보다 왔다고 그랬네요? 그 사람들은 왜 안 돌아왔을까요???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음료나 공간을 소비한다구요?
그래요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에요.
그런데 정말 중요한 걸 모르시네요.
공간을 소비하는 사람은
공간에 정붙이고 자주 가도 많이 바뀌지 않고 그대로 있길 바라거든요.
그리고 음료를 소비하는 사람은
맛이 마음에 들면 그 맛을 계속 찾게 되고, 얼마 안 갈 거라는 걸 알면 그냥 그 맛에도 정 붙이기 싫어요.
그래서 아무리 원래 가던 커피숍이라고 해도
가게에 애정이 하나도 안느껴지는,
이건 연습이라고 말하는,
영업을 얼마 안할거라는 커피숍에는 자주 가고 싶지 않은 법이에요.
그리고,
커피 안좋아하고 술 좋아한다는 사람들한테
커피 잘 모른다는 사람들이 하는 원두커피 가게에 누가 가요?
그러면서 장사를 했다고 말하네요.
해봤는데 안됐다고 말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