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은 오래된 역사입니다.
먼 옛날을 돌아보면 아예 다른나라일때도 있었죠.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는 당연스럽게도 지역간의 대립이 존재합니다.
그것이 나쁘다는것도 다들 알고 있고, 그래서 애써 지역감정을 거론하지 않으려 합니다.
안그래도 좁은 국토에 동서로 나뉘어 싸우는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죠.
영남과 호남간의 지역감정은 그중에서도 가장 심합니다.
신라의 대구경북과 백제의 호남은 어찌보면 숙명적이라고 봐도 좋을만큼 서로 척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지역감정이 사라질때가 있습니다.
제 아버지께서 말씀해주신 이야기가 있습니다.
월남전 참전을 위한 훈련소에서 영호남을 나눠 서로간 그렇게도 싸워댔답니다. 영남출신 조교에게 호남병사들은 유달리 호된 고초를 겪었고,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합니다.
그런데 그게 말끔히 사라질때가 있었다네요. 바로 월남에 파병되고 나서입니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 상황에선 영호남을 가리지 않고 그저 같은 한국군이었을 뿐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호남의 지역감정에 우리는 후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공동의 적인 새누리에 대항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까지 마련해주는 호남에 대해 호의적일수 밖에 없었죠.
그런데, 안철수가, 또 동교동계가 이번에 그 지역감정을 이용해 먹고 말았습니다.
역린입니다. 건드려선 안되는 것입니다.
일베등으로 알려진 대구경북 중심의 보수커뮤니티에서의 호남차별발언을 보며 우리는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영남에 만연된 호남차별을 두고 분노했습니다. 그리고 호남은 당하는 입장이었으니 당연스럽게도 호남을 동정하고 호남에 편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호남도 못지않음을 알수 있었죠.
증거도 없고 실체도 없는 호남홀대론에 호남이 움직였습니다. 그것도 아주 크게요.
경남출신인 노무현이 호남에 해준게 없다. 부산출신인 문재인이 호남인재를 홀대한다. 이딴말에 움직였습니다.
호남향우회라는 그 유명한 집단이 국민의당을 공개지지했습니다. 아주 그냥 호남정신으로 똘똘 뭉친 이들이 이번 총선에서 호남을 확 바꿔버렸죠.
호남은 잘못한게 없습니다.
지역색으로 표를 주든, 진보라서 표를 주든,
어쨌건 선택지가 2번이었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 영남이 호남을 차별하는데 호남이라고 영남을 차별 안할거란건 순진한 생각일 뿐인걸 증명하듯, 반문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아주 대승을 거뒀습니다.
호남의 심판? 호남이 새인물을 원한다?
아니요. 호남은 경상도 사람이 있는 당을 원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새인물로 아무리 포장하려 해도 그 면면들이 뻔하지 않습니까.
호남이 움직였지만, 사실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찍던대로 찍었을 뿐이에요.
진보적이고 민주화운동을 기리는 이들은 2번이나 4번을 찍었지만,
그동안 2번만 찍어오던 지역색을 띈 이들은 3번을 찍었어요. 3번이라는 호남당이 눈에 보이는데 당연한 것이죠.
호남은 잘못한게 없어요.
그저 찍던대로 찍었습니다.
잘못한 사람은 안철수와 동교동계입니다.
그들이 결국 자기들 살아남자고 건드려선 안될 역린을 건드린겁니다.
지역감정을 수면위로 끌어올렸어요.
대선을 위해선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따로 싸울수는 없을겁니다. 결국 단일화 혹은 당대당 통합이 필연적이죠.
그리고 이번에 드러난 명백한 호남의 지역색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겁니다.
막말로,
호남만을 위한 호남당은 내편이 아닙니다. 호남편이죠. 그런 호남편인 사람들이 있는 정당 혹은 그 후보를 타지역이 지지할 이유는 조금도 없습니다.
이제 타지역에서 호남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질겁니다. 결국 그들 역시 다를바 없었구나 라고 생각할겁니다.
마음속 깊은곳에서부터 호남은 더이상 우리편이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될겁니다.
새누리가 장악한 영남지역을 바라보듯, 호남을 바라볼겁니다.
나쁜놈은 안철수 입니다.
호남이 가지고 있던 민주화의 성지라는 포장지를 끝내 벗겨냈어요.
그리고 지역감정을 겉으로 드러내게끔 했습니다. 그토록 없에려고 노력해온 지역감정을 제대로 이용해서 의석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안철수와 동교동계를 이미 호남이 감싸돌고 있습니다.
여기 호남분들도 몇몇분은 국민의당을 선택한 호남의 민심을 대변하려 하시고 있으니까요.
까고 말해서 이정도로 지역색이 드러났다면,
망해갈곳은 더민주입니다.
지역기반 없는 정당의 한계는 명확합니다. 콘크리트지지층을 기반으로 움직이는게 한국정치의 현실이거든요.
그렇기에 국민의당으로 적을 옮겨가는 호남정치인들이 생겨날겁니다. 어쩔수 없는 선택이 될겁니다.
더민주는 지금 초비상사태입니다. 언제든 민심이 바뀔수 있는 서울이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고, 낙동강벨트는 아무리 선전을 했다 해도 아주 작은 지역일뿐이죠.
결국 제가 지지하는 더민주는 당 역사상 가장 위험한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민주화를 이끌어온 더민주의 미래가 어둡습니다.
그래서 저에겐 안철수와 호남수권세력이 가장 나쁜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