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여러분, 국민 여러분, 지난 7월 21일 진보신당은 임시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당명을 결정했습니다. 참으로 치열한 토론과 수십 차례의 표결을 거쳐 마침내 새 이름을 정했습니다. 새 당명은 '노동당'입니다. 노동당의 대표로서 여러분께 첫 인사를 드립니다.
노동당, 참으로 무거운 이름입니다
노동당! 참으로 벅차면서도 또한 무겁게 다가오는 이름입니다. 여러 의미 있는 당명들과의 뜨거운 경합을 통해 채택한 당명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한국 사회의 현실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지금도 지난 주말 울산으로 향했던 희망버스에 대한 보수 언론의 공세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법원 판결도 따르지 않는 현대 재벌, 이에 맞서 투쟁하지 않을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는 외면하면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연대가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노동당이 탄생했습니다. 노동의 고립을 타파하고 연대를 확산시킨다는 막중한 과제가 이 이름에 오롯이 새겨져 있고, 그래서 이름값 제대로 하는 당운동을 새삼 다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동당'은 진보정당운동의 본분을 잊지 않고자 합니다
이런 막중한 책임감에도 불구하고, 진보신당은 감히 노동당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이 결단의 이면에는 무엇보다 지난 몇 년간 지속된 진보정당운동의 혼란을 극복해야겠다는 의지가 있습니다. 이합집산과 보수야당 추종, 당 내 이권 다툼으로 점철되었던 최근 진보정당들의 모습은 진보정당운동이 자신의 뿌리를 망각한 데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그 뿌리란 무엇입니까? 노동하는 이들, 가난한 이들, 착취 받고 수탈당하는 이들이 주인 되는 정치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본분을 망각할 때 진보정당은 또 다른 정치꾼 패거리로 전락하고 맙니다. '노동당'은 진보정당운동이 바로 이 본분을 망각하지 못하도록 옆에서 늘 회초리를 들어주는 이름입니다. 새 당명이 일러주는 방향대로 진보정당운동의 밑뿌리를 다시 튼튼히 놓기 시작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노동당'에는 또 다른 다짐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노동당 강령이 밝히는 '자본주의 극복의 정치'입니다. 노동당 강령은 우리 시대 위기의 근본 원인을 자본주의에서 찾고 이제 진보정치는 자본주의 극복의 정치가 되어야 한다고 천명합니다. 새 당명은 진보정치의 이 새 각오를 상징합니다.
'노동당'은 '반자본당'이며 '반재벌당'입니다
'노동당'의 '노동'은 결코 농민, 자영업자 등과 구분되는 좁은 의미의 노동자를 뜻하지 않습니다. '노동'과 구별되는 그 반대말은 '자본'입니다. 즉, '노동당’의 '노동'은 '자본'에 맞서 싸울 수밖에 없는 모든 민중을 상징합니다. 따라서 '노동당'은 곧 '반자본당'이고 '반재벌당'입니다. 이 자본주의 위기의 시대, 한국 정치에 자본주의에 맞서는 정당 하나는 반드시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노동당이 감히 그 역할을 떠맡으려 합니다.
혹 어떤 분들은 새 당명이 북한의 조선로동당을 연상시킨다고 우려하시기도 합니다. 사실 이것은 분단 체제에서 진보정당운동이 짊어지지 않을 수 없는 역사의 짐입니다. 과거 민주노동당도 이 문제에 봉착했었습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도 이 문제를 우회하기보다는 이에 맞서며 결국 2004년 원내 진출의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노동당 역시 우회가 아닌 돌파의 길을 가고자 합니다.
정면 돌파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북한 체제에 대한 노동당의 입장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노동당 강령은 북한식 국가사회주의의 오류를 명확히 비판합니다. 또한 노동당은 북한의 핵무장과 세습 통치, 인권 억압을 단호히 반대합니다. 노동당은 오히려 한반도에서 그간 독재 정치와 실패한 체제, 군사적 대결 노선 등으로 왜곡되었던 '노동'이란 말을 탈환하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세계 진보정당의 가장 보편적 당명, 그속에 한국 노동당이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노동당은 세계 진보정당운동에서 보편적인 당명들 중 하나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것은 영국 노동당입니다. 하지만 영국 노동당만이 아닙니다. 사회복지의 모범국가 중 하나인 노르웨이에서는 지금 노동당이 집권당입니다. 네덜란드와 아일랜드에서도 좌파 제1정당이 노동당입니다.
유럽 바깥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의 현 집권당이 노동당입니다. 그 이웃 나라인 뉴질랜드에서도 노동당이 주요 정당입니다. 브라질의 현 집권당인 노동자당 역시 노동당과 일맥상통하는 당명을 지녔다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보편적인 좌파 정당, 노동자 정당의 흐름 속에 한국의 노동당도 있습니다.
노동당으로 당명이 결정되고 나자 많은 분들이 뜨거운 관심과 지지, 격려를 보내주셨습니다. 특히 노동 현장에서 입당의 움직임도 일고 있습니다. 참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이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노동당' 제대로 해보겠습니다. 함께 해주십시오.
2013년 7월 25일
노동당 대표 이 용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