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항상 눈팅만 하다가 정말로 하고 싶은 말들이 있어 가입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기본적으로 군필자가 아닌, 미필자들을 그 대상으로 함을 먼저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이 글에서 나오는 군대 내부 정보들은 기본적으로 관광이나 인터넷 등으로 접할 수 있는 사실으로서 (이를테면 행정반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정보라던지) 정보유출로 인한 피해 등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며, 혹시 그럴 소지가 발견되는 즉시 말씀해주신다면 글을 지우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은 100%실화를 기반으로 작성되며, 가볍게 몰입할 수 있도록,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문체로 작성함에 있어 혹시 보기에 불편하실 분들께 먼저 사죄를 드립니다. 혹, 다수의 여러분이 불편하다고 생각하시면, 다음 이야기부터는 경어체로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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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겨울즈음이었어, 모두들 한번은 겪는다는 군대에 나도 들어가게 되었지.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실제로 휴가나온 사람들도 많이 봐 왔지만, 내가 다녀온 부대가 특수했던 것인지, 혹은 내가 정말 남들이 흔히 말하는 '고문관'이었던 것인지. 내가 직접 경험하고, 보고 들은 이야기는 이전에 들어왔던 이야기보다 상상할 수 없으리만치 참혹한 것이었어.
군대에 들어가면, 신체검사, 정신검사 등을 받는 '장정'기간을 거쳐 훈련소에서 자대에 배치되기 전 훈련을 받는 '훈련병'이 돼. 그리고 '훈련병'의 5주일(최근에는 이게 늘어나서 8주일이 되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하지만 내가 있을 때에는 5주일이었지)이 지나면 비로소 이등병이라는 계급을 달고 자대에 배치받게 되는거지.
훈련소의 훈련병들은 기본적으로 모두 같은 날 입대한 동기들이기 때문에, 같은 소대의 훈련병끼리는 마치 고등학교 반 친구처럼 지낼 수 있어. 훈련조교가 인터넷에 흔히 떠돌듯이 '호랑이 조교'다 어쩐다 하지만, 그들 역시 우리와 5주일 보고 그만둘 사이고, 그러므로 엔간히 성질이 더럽지 않은 이상에야 훈련병들에게 구타폭력을 사용한다거나 과도한 언질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 훈련병에게 실제로 책임감이나 그런 종류의 감정을 느껴서가 아니라(더러 느끼는 조교들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이야기하자.) 사고를 친 다음의 일들이 자신에게 훨씬 불리할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 나 역시 평범한 훈련소의 평범한 훈련병으로 생활했고, 그 곳에서까지 그렇게 군대가 힘들다거나, 외롭긴 하지만 더러운 곳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그리고 내가 중점적으로 이야기할 부분, 내가 보고 겪은 그 참혹한 일들은 훈련병으로서의 생활을 마치고 배치받은 '자대'에서 벌어졌어.
기본적으로 북한과 근접해 있는 부대일수록 그 군기가 세다고 해. 나야 내 부대 빼고는 근무한 적이 없어서 다른 부대 상황까지는 잘 모르겠어.
내가 배치받은 자대에는 그 자대만의 신병교육기간이 따로 있었는데, 약 일주일간의 자대 자체 신병교육기간동안 우리는 개처럼 굴러야 했지. 연병장을 포복으로 기어다니고, 5분 내에 샤워와 빨래를 마치고, 각종 불가능해보이는 체력단련을 받는 등 전에 없이 힘든 기간이었고, 조교들이 멋대로 부르는 군가를 한 번 듣고 완벽히 따라하지 못하면 여지없이 얼차려를 받아야 했지.
관물대(사물함)에 짱박힌다는 말이 어떤 것인지 그 때 알았어. 누군가 나를 때려도 반항할 수 없는 느낌도 그 때 알았고. 조교는 자신이 조교라는 이유만으로 그런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지. 그렇다기보다는 자긍심을 느끼는 것 같았거든.
1주일간의 자체 신병교육이 완료된 뒤, 나는 완전히 얼어서 드디어 같이 살게 될 분대의 생활관으로 들어갔지. 포복으로 각 관절은 다 까져서 피가 흐르고 대충 세제를 풀고 손빨래를 해서 옷을 입었던 터라 몸에서는 구질구질한 냄새가 났지. 분대원이 참아주는 건, 그래 내가 들어간 그 날 뿐이었어.
다음날 첫 훈련을 받게 되었고, 연병장에 이것저것 세팅할 것이 있어 군장 같은 걸 옮기고 있던 나에게 한 병장이 다가왔지. 난 그때까지도 멍청하게 순진해서 그게 나를 도와주러 온 것인 줄 알았어. 하지만 예상과는 판이하게 다른 결과를 보았지. 그자리에서 난 그 병장에게 개맞듯이 맞았어. 발로 채여서 들고있던 군장을 놓치고 넘어진 나를 군화발로 무참히 밟았지. 맞고 비명 한 번 지를 수 없었어. 비명을 지르면 간부가 오니까, 비명을 지르지 못하도록 자체 신병교육에서 교육받았었거든. 물론 맞는다고 악악거리면 쪽팔리기도 했고. 하지만 병장은 다른 걸 원했었다. 발로 차여서 쓰러지면 곧바로 차렷자세로 복귀하면서 관등성명( 이병! 누구! 누구! 누구! 이렇게 외치는 것 있잖아)을 외치는 것을 주문했어. 그게 그 부대의 '맞는 법'이었던 거야.
목소리가 어떻다, 관등성명에 패기가 없다 등등 각종 이유로 계속 얻어맞다가. 그 병장이 때리는 걸 끝내면서 내가 맞기 시작한 이유를 알려주더군.
"이등병은 걸어다니는 거 아니다."
난 군장을 들고 걸어가고 있었다는 이유로 그렇게 맞았던 거야. 군장은 20kg짜리였고, 나 역시 내 방탄복이랑 총을 들고있어 다 합치면 25kg는 족히 될 짐을 지고 있었는데. 이게 내가 군대에서 첫 번째로 구타당했던 기억이야.
찌르지는 않았냐 그걸 왜 참았냐 등등 각종 답변이 나올 것이라 예상해. 당연한 이야기고, 나도 그것을 하지 않은 나 자신이 지금까지도 밉고 싫어서 군대 생각만 하면 자괴감에 빠져 하던 일을 멈추고 멍하니 천정을 바라보게 된다. 구차하지만 이유가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야. 그런 심경 변화에 대해서는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이야기해 나가도록 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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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신가요. 수필처럼 쓰려고 노력했습니다만, 아무래도 반말로 쓰여진 것이 거슬리실 분들이 걱정되네요 ㅠㅠ
소설 한 편을 읽는다는 생각이 들도록 써봤습니다. 여러분의 동생, 혹은 (정말 매우 가능성이 높게도..)아버지가 겪었던 일일수도 있습니다.
암울한 이야기였고, 써나가는 것 역시 암울한 이야기가 될 예정인데요, 썰을 하나씩 풀어나가다 보면 저도 짬을 먹고 맞은 이야기보다는 간부에게 부조리를 당했던 이야기, 군대 내부의 멍청하리만치 가식적인 시스템 등으로 이야기가 넘어갈 겁니다.
전역자들이 흔히 웃으며 군대이야기를 하고, 힘들었다 어쩐다 하지만, 그 실상은 너무 참혹해서 자신조차 기억하고 싶지 않아 남에게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죠.
'우리 고문관이 있었는데 ㅋㅋㅋㅋ' 보다는 이런 분위기가 정말 군대입니다.
재미로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긴 글,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