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화면과 사진으로만 접했기에 호칭을 어찌해야 할지 난감합니다만, 실례가 안 된다면 일단 '요원님'으로 부르렵니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올 상반기 내내 경찰 조사 받으시랴, 최근엔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 고소까지 하시느라 무척이나 바쁘셨을 것 같네요. 출퇴근은 잘 하고 계신가요? 아무래도 정상적인 업무에 투입될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지요. 작년 12월 11일, '요원님'의 오피스텔 앞에서 벌어진 한바탕 소동을 인터넷 생중계로 접한 뒤부터 계속 '국정원 댓글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데요. 아, 그날 오피스텔에 함께 있었던 '친오빠'분도 무탈히 잘 지내시지요?개인적으론, '요원님'이 맡은 업무가 이제는 댓글을 다는 일이 아니기를 빌고 있답니다. 왜 드라마나 영화 <7급 공무원>을 보면 더 그럴싸한 작전에 투입되곤 하잖아요. 아직 30대도 아니시고, 조국을 위해 헌신하는 직장에 근무하시니, '요원님' 본인께서도 주요 작전에 투입되는 걸 원하시리라 유추했었거든요. 아, '댓글 공작'도 국정원 내에서는 중요한 업무라면 사과말씀 드릴게요. 원래 국정원이란 조직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으니 양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렇게 글을 전하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시간 여유가 있을 때 보면 좋은 영화와 드라마들을 소개해드리려고요. 국정원 직원이란 '요원님'의 사회적 지위와 위치에 딱 어울리는 작품들을 제가 좀 알고 있거든요. 소송 준비하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겠지만, 꼭 챙겨 보기를 권해 드립니다. '댓글'을 달면서 만난 세상과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전설적인 FBI 국장도 결국엔 불안에 떨었대요 |
▲ 영화 <J. 에드가>의 한 장면. |
ⓒ 클린트 이스트우드 외 | 관련사진보기 |
한국에 국정원이 있다면 미국엔 CIA가 있잖아요. 헌데, 우리 국정원은 이 미국 대통령 직속의 국가정보기관인 CIA와 미국의 연방수사기관인 FBI 사이에서 성격이 갈팡질팡하는 것 같아요. 이번 대선에서처럼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걸 보면요. 그런데 과거의 FBI는 더 했으면 더 했지 덜하지는 않았나 봐요. 합법 다운로드로 보실 수 있는 <J.에드가>라는 작품이 바로 FBI를 창립한 이후 48년이나 국장직에 재임했던 존 에드가 후버의 일생을 다룬 영화거든요. 후버 국장은 미국 정부 입장에선 분명 애국자였지만, '정보'를 무기로 미국의 정치와 권력 구조에 깊숙이 개입했답니다. 오죽했으면, '장막 뒤의 대통령'으로 불렸겠어요. <J.에드가>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애국이란 미명 하에 휘두른 권력의 허상이었어요. 강력한 '레드 콤플렉스'의 소유자였던 후버 국장은 권력을 지닐수록 온갖 부정과 비리, 불법을 자행했거든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그도 결국은 나이를 먹고 미국의 민주주의가 성숙해갈수록 불안과 죄책감에 시달리더라고요. 부디, 우리 국정원은 FBI의 그러한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요원님'께서도 같은 마음이시겠죠?'워터게이트 사건'은 이미 알고 계시죠? |
▲ 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의 포스터. |
ⓒ 워너브라더스 | 관련사진보기 |
진선미 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신 걸 보니, 여전히 이번 사건이 국정원의 정당하고 일상적인 업무의 일환이었다고 생각하시나봐요. 아, '명예훼손'은 친오빠를 건드린 것에 대한 응당한 대가라고 보실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언론에서 이번 사건을 한국판 '워터게이트'라 규정하는 얘기는 들어 보셨겠죠? 혹시나 잘 모르실 것 같아서 워터게이트 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이란 영화를 소개해 드리려고요. CIA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드러나 당시 닉슨 대통령을 대통령 직에서 하야하게 만들었던 워터게이트 사건이 1972년에 발생했고, 저 영화가 1976년 영화이니 아마도 모르고 계셨을 듯 해서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은 이 워터게이트 사건의 진실을 세상에 알린 두 워싱턴포스트 기자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어요. 아, 어쩌면 이 영화엔 크게 공감을 못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기자에 의해 진실이 밝혀지고 또 사건 이후 4년 만에 진상이 영화로 만들어진 미국과 달리 우리 언론들은 진실을 파고 들긴커녕 사실조차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으니까요. 현실감이 팍팍 떨어질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드네요. 진심어린 자기 반성으로 거듭난 CIA 요원, 멋지지 않나요? |
▲ 영화 <본 슈프리머시> 한 장면. |
ⓒ 프랭크 마샬 외 | 관련사진보기 |
설마, '본' 시리즈는 알고 계시죠? 한 때 케이블에서 밤낮없이 틀어대던 그 첩보영화 말이에요. 주인공 제이슨 본이 바로 CIA 정예요원이었잖아요. 그렇게 완벽한 격투 능력과 민첩성, 상황 대처 능력을 지닌 요원으로 거듭나시라는 뜻에서 추천해 드리는 건 아니니 걱정 안 하셔도 된답니다. 기억을 잃어버린 제이슨 본은 과거 CIA가 지시한 더러운 작전을 수행했던 인물이잖아요. 그런 임무에 회의를 느끼고 조직을 배반하려다가 결국 제거될 위기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거고요. 3편의 시리즈 중 제가 추천하고픈 장면은 사실 2편 <본 슈프리머시>의 마지막 장면이에요. 제이슨 본은 CIA에 쫓기는 와중에도 과거 자신이 암살했던 러시아 대사의 딸을 찾아가 진심어린 용서를 빌어요. 그 딸은 어릴 적 일어난 사건이라 기억도 잘 하지 못 하는데도 말이죠. 국정원도 누군가에겐 그저 일터이고, 직장일 겁니다. 아무렴요. 하지만 어떤 조직이든 양심을 팔고 싶지 않은 이가 한 명쯤은 존재할 거라 믿어요. 지난 4월, 국정원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 윗선의 부정을 '내부고발'했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처럼요. 국정원에서 이런 '용자'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요?부디, <홈랜드> 속 캐리처럼 나락으로 떨어지진 마세요 |
▲ 드라마 <홈랜드>의 한 장면. |
ⓒ 채널CGV | 관련사진보기 |
이번엔 우리와는 좀 동떨어진 얘기라 느낄 수도 있을 텐데요. 9.11 테러 이후 중동과의 관계를 좀처럼 회복하지 못 하고, 테러와 음모론의 위협에 압박을 받는 미국의 이야기를 그린 <홈랜드>라는 드라마랍니다. '요원님'과 똑같은 CIA 여직원이 주인공이라 반가울 수도 있을 텐데, 심지어 <7급 공무원> 속 김하늘, 최강희처럼 연애도 한답니다. 비록 사내연애가 아닌 적과의 동침이지만요. CIA 대테러 요원 캐리 매티슨은 알 카에다에게 8년 동안 포로로 잡혔다가 풀려나 전쟁영웅으로 귀국한 데미안 루이스를 감시하게 돼요. 불법 도청은 물론 집안에 CCTV까지 설치한 채로요. 하지만 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될 정도로 거물이 된 데미안은 실제로 진짜 스파이였어요. 사실, 스파이와 애국자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인물이죠. 캐리는 데미안을 알아갈 수록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요. 물론, 테러범 잡는 일은 게을리하지 않지만요. <홈랜드> 속 캐리는 중동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결국 적과 비슷해져가는 '미국'의 현재를 닮아 있어요. 테러를 막는다는 지상목표를 달성하고자 목숨도 걸고 불법도 서슴지 않거든요. 스스로 자기감정을 속이기까지 하고 심각한 우울증과 정서불안에 시달리기도 하고요. 부디, 요원님은 <홈랜드>의 캐리처럼 부당한 조직을 위해 몸 바쳐 일하다 마음의 상처를 받는 일은 겪지 않았으면 해요. 국정원은 몰라도, 조직원 개개인들은 목표를 정당화하다 적과 닮아가거나 그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잃어버리는 오류도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인생 뭐 있습니까. 누구 말마따나 전세 아니면 월세죠. 이 영화와 드라마를 챙겨보면, 아마도 올 여름 휴가는 걱정 없으실 겁니다. 소송 중이라 어디 멀리 가시지도 못할 것 같은데, 피가 되고 살이 될 이 작품들 챙겨보시며 부디 진정한 '7급 공무원'으로 거듭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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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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