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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커 그릴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씩은 거쳐가는, 하지만 워낙 손이 많이 가서 쉽지많은 않은 베이컨 만들기에 드디어 도전. 베이컨만 만들면 왠지 단조로울 것 같아서 어깨살로 햄도 함께 만들기로 했다.
베이컨과 햄의 차이라면 어떤 부분을 쓰느냐의 차이. 뱃살(삼겹살)로 만들면 베이컨이고 그 외의 부분으로 만들면 햄이다. 그 외의 제작 과정은 거의 동일.
고기가 2kg이니까 굵은 소금 3Tsp, 황설탕 2Tsp을 깔아준다. 그 위에 후추와 갖은 허브를 넣어서 준비 완료.
전통적인 레시피대로 만드는 미쿸애들은 무시무시하게 많은 양의 소금과 설탕을 넣는다. 고기 3~4kg에 소금 4컵(!)을 쓰는 레시피도 있다. 옛날엔 염지 과정이 고기를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랬던거니 이해는 하지만서도, 요즘엔 그냥 맛을 내기 위한 목적이 더 강하므로 너무 짜지 않게 준비한다.
소금을 이렇게 고기 표면에 잘 발라준다. 물에 끓여서 고기를 마리네이드 하는 방식도 있긴 한데, 이번엔 그냥 건염으로 하기로 결정. 고기를 이리저리 뒤집어가며 구석구석 발라주면 허브 냄새도 물씬 난다. 나는 간단하게 바질, 월계수잎, 코리앤더, 파슬리 정도를 섞어 넣었다.
이것도 나름 비장의 레시피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 특히 유명한 베이컨 만드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맛집 비법 감춰놓듯이 꽁꽁 숨겨놓는다고도 한다.
소금을 골고루 발라준 다음엔 지퍼백에 넣어서 냉장고로 직행.
하루에 한번씩 뒤집어주면서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를 소금에 절여준다. 무게를 달아보니 어깨살 네덩이 중에서 한덩이 빼면 삼겹살과 1:1로 무게가 맞길래 어깨살 한덩이는 따로 빼서 회과육(http://blackdiary.tistory.com/1054)을 만들어 먹었다.
그리고 8일 후. 고기를 꺼내서 찬물에 잘 씻어준다. 겉에 붙은 소금이나 허브가 어느정도 다 떨어지면 보울에 물을 담아서 고기를 담가둔다. 너무 짜지 않게 여분의 소금기를 빼내는 작업인데, 너무 잠깐 담그면 짜서 못먹고 너무 오래 담그면 싱거워진다.
찬물에 담그고, 물을 계속 흐르게 하거나 아예 수시로 물을 갈아주는게 좋다.
소금을 많이 쓰지는 않았으니 일단 30분 담근 다음, 조금 잘라서 맛을 보고 약간 짜길래 다시 30분 더 물고문을 가했다.
이렇게 물먹은 고기는 키친타월로 물기를 제거한 다음 다시 냉장고에 넣어놓고 하루에서 이틀정도 건조시킨다. 이렇게 건조시켜야 나중에 훈제할 때 연기가 잘 스며든다나.
그릴에 올려보니 자리가 모자랄 것 같아서 한덩이 미리 잘라먹은 어깨살. 잘게 썰어서 팬에 구워서 맥주와 함께 냠냠. 술안주로는 딱 좋은데 그냥 반찬으로 먹기엔 살짝 짠거 아닌가 싶어서 냉장고에 넣기 전에 30분 더 물에 담궜다.
염지 및 건조에 이어지는 훈연 작업.
사과나무 훈연목을 물에 미리 불려두고 침니 스타터에 숯을 넣어 불을 붙인다. 오늘은 고기를 굽는게 아니라 나무에 열을 가해 연기만 내는 것이 목적이므로 대여섯개만 넣어서 불을 붙이고 하나씩 꺼내서 쓴다. 중간중간 새로운 숯을 두세개씩 보충해주는게 중요.
원래는 토치를 사서 쉽게쉽게 불붙이려고 했는데 이넘의 토치가 지포 전용 부탄가스만 사용이 가능하다...-_-; 가스를 주문하긴 했는데 도착을 안해서리 그냥 전통적인 방법 그대로 숯불을 이어붙였다.
바닥에 숯을 하나 놓고, 침니 스타터에 살짝 넣어서 연기가 나기 시작하는 훈연목을 위에 얹고, 그 위에 그릴 얹어서 고기를 셋팅해주면 훈연 준비 완료.
고기는 숯 바로 위에 자리잡으면 온도가 너무 올라갈 수 있으니까 가운데 숯 놓은 부분은 피해서 배치했다.
녹색 숲에 파란 하늘이 그릴 뚜껑에 비치는 가운데 연기는 모락모락~
내부 온도 50도 정도를 유지해주면서 5시간 30분을 연속으로 훈제했다. 주구장창 앞에서 지켜볼 필요는 없고, 대략 30분 정도 간격으로 연기를 체크하면 된다.
연기가 너무 많이 나면 훈연목에 불이 붙기 시작한 것이므로 온도가 올라가서 바베큐가 되어버릴 위험이 있고,
연기가 너무 적게 나면 숯불이 꺼지기 시작한다는 증거이므로 숯을 교체해줄 필요가 있다.
파워 훈연의 결과물. 허여멀건 돼지고기가 썬탠하고 나온 것 마냥 갈색으로 변했다.
특히 가장 큰 변화라면 꺼내는 순간 온 집안을 가득 채우는 훈제 고기의 냄새. 연기의 풍미라는게 이렇게 중요하다.
훈연이 끝난 고기는 쿠킹 작업에 들어간다. 원래는 그릴에 숯을 넣어서 해도 되지만 이미 해도 지고 온도 맞추기도 힘들고 해서 오븐을 사용했다.
100도 오븐에 30분 정도 넣어서 육즙을 내고 기생충을 죽인다.
쿠킹작업까지 끝난 고기들. 갈색으로 먹음직스럽게 색이 든데다 기름기가 돌면서 한층 더 맛있어 보인다.
특히 냄새가 완전 끝내줌 +_+
고기 심부 온도 65도. 베이컨 만들기의 가장 이상적인 온도.
70도 정도 되면 바베큐가 되어버리고, 너무 낮으면 미생물이 번식하거나 육즙이 제대로 안 나올 수가 있다.
이 상태에서 베이컨은 호일에 싸서 냉장고로 직행하고, 햄은 오븐 온도를 170도까지 올려서 좀 더 익혀준다.
베이컨이야 먹기 전에 다시 한번 구워야 하지만, 햄은 기분 내킬 때마다 차가운 걸 곧바로 먹을 수 있도록 아예 조리를 끝내준다.
냉장고에서 숙성중인 베이컨과 햄. 쿠킹이 끝난 상태에서 그대로 방치해두면 육즙이 다 흘러나오므로 이렇게 급냉시켜서 육즙을 고기 안에 가둬준다.
냉장실에서 하루 숙성시켜주면 완성.
대망의 햄과 베이컨 완성작.
방부제인 핑크솔트(아질산염)을 안썼는데도 색깔이 예쁘게 나왔다.
베이컨 일부분은 아래쪽이 약간 갈색으로 변한걸로 봐선 숯과 가까웠던 부분이 약간 바베큐화 되어버렸지만 썰어보니 그래도 대부분은 괜찮아서 다행.
소금도 적게 쓰고 아질산염도 안 넣은 햄과 베이컨인지라 오래 보존하기엔 무리가 있다.
베이컨은 얇게 썰고 햄은 큼직하게 토막내서 랩에 싼 다음 밀폐용기에 넣어 냉동실로 직행. 지금 당장 먹을 햄 한토막과 베이컨 다섯장만 냉장실에 넣어둔다.
맛은... 그야말로 눈물이 앞을 가리는 맛. 어떤 사람은 겨울에 돼지 다리를 통채로 햄으로 만들어서 일년 내내 두고두고 먹는다던데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너무 짜지도 않고, 사과나무 연기의 풍미가 적절히 스며든 데다가 육즙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한입 베어물면 고소한 기름기가 도는게 완전 짱짱 맛있다. 이제 이걸로 어떤 요리를 만들어 먹을지 또 궁리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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